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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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에서 많이 마시는 증류주. 곡물이나 채소[1]를 주 원료로 하므로 위스키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오크통 숙성은 안 하는 게 보통이라... 프랑스에서 보기에는 오드비.

1 한국의 소주

원래 증류주아라비아 쪽에서 개발된 것인데, 고려 말기 원나라가 우리나라를 지배했을 때 들어 왔다. 칭기즈칸이 중동을 정복하면서 이쪽의 문화가 몽골로 건너왔고, 이게 우리나라까지 전해진 것. 안동에서 소주가 발달한 것도 일본 침략을 위한 원나라의 전진기지가 안동에 있었고 원나라 군사가 오랜 기간 주둔했기 때문.

1.1 증류식 소주

한국의 전통 방식 제조법은 쌀이나 잡곡으로 술을 빚어서 도기로 만든 소주고리에 단식 증류하는 것이다. 안동소주를 비롯한 전통 소주가 이런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주는 크게 두 차례에 걸쳐서 쑥대밭이 되었다. 첫 번째는 일제강점기. 식량 수탈에 눈이 벌개진 일제의 눈에 쌀로 술을 담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고, 문화말살정책까지 얽혀서 수많은 전통주들이 맥이 끊기고 말았다. 게다가 박정희 정권 때 다시 한 번, 쌀로 술 담는 것을 금지시키고 전통주를 거의 말살시켰다.[2] 그 대신 싼값에 술을 공급하기 위해 아래에 설명할 희석식 소주가 싼값으로 대량생산 되었다. 그 이후로는 한국에서는 소주라면 으레 희석식 소주를 뜻하게 되었고 증류식 소주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최근 들어서는 사람의 입맛이 다양화되고, 고급화를 원하는 욕구도 있는 데다가 일본 소주가 일식집이나 일식 주점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려나가면서 한국에서도 증류식 소주의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수요를 잘 잡은 사례가 화요. 특이하게도 도자기 제조를 주로 하는 광주요에서 만들고 있다. 전통주 방식이 아닌 현대적인 증류식 소주의 기법을 쓰고 있고, 탄맛이 나지 않는 감압증류법[3]이라든가 오크통 숙성과 같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희석식 소주를 제조하는 회사들도 증류식 소주를 내놓고 있다. 롯데주류의 대장부,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나 참나무통맑은이슬이 그와 같은 예. 하지만 이런 술들은 밑술 발효에 사용하는 균이나 발효법이 일본 소주와 비슷한 게 많다는 게 문제다.

1.2 희석식 소주

시중에서 살 수 있는 값싼 소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라고 부른다. 일부에서는 화학적 합성품이니 화학주니 하지만 이는 잘못된 얘기다. 희석식 소주도 천연 원료를 발효시켜서 증류법으로 만든다. 보통은 녹말이 많고 값이 싼 고구마, [[감자], 타피오카 같은 것들을 주 재료로 한 다음 연속식 증류법으로 대량 생산한다. 증류된 원액은 알코올 도수가 95% 이상이어야 하며 이를 주정이라고 한다. 희석식 소주라고 부르는 이유는 소주 회사에서 이 주정을 사다가 물을 타고 감미료를 넣어서 소주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타기의 달인들. 사실 시판되는 증류주는 대부분 물을 탄다. 위스키브랜디와 같은 대다수 증류주들은 알코올 도수가 40~50% 안팎인데, 증류 원액은 이보다는 높은 50~70% 안팎이므로 병입 전에 물을 섞어서 알코올 도수를 맞춘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처럼 95%의 주정에 물을 몇 배나 잔뜩 타서 30%, 25%, 20% 이하로 떨어뜨려 병입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를 만드는 회사와 주정을 만드는 회사가 분리되어 있다. 물론 같은 그룹의 계열사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거나 회사로는 분리되어 있다. 사실 어느 회사의 소주나 주정은 거의 비슷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창해주정에서 만든 주정이라고 보해에서 마음대로 사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주정은 정부의 '주정도매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 고시'에 따라 일단 대한주정판매로 공급되어야 하고 대한주정판매에서 소주 회사애 독점 공급하는 식이다. 진로에서 "기왕이면 우리 거 주세요!" 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법으로는 주정회사가 직접 주정을 못 팔게 되어 있다. 다만 2015년 7월에 이 고시가 개정되어 대한주정판매의 독점을 보장하는 규정이 삭제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여기서 여전히 독점 공급하고 있는 분위기다.

주정에 어떤 물을 얼마나 탈지, 어떤 감미료를 얼마나 넣을지가 희석식 소주의 맛을 좌우한다. 전 세계의 대다수 증류주에탄올과 함께 증류된 미량의 휘발성 성분들이 독특한 향미를 내지만 주정은 이런 게 거의 없는, 95% 이상의 순수한 에탄올에 가깝다. 최대한 다른 건 제거하고 에탄올만 남기는 게 중요하므로 증류 공정도 최대한 그쪽으로 맞추어진다. 주정에탄올 농도를 95% 이상으로 하기 어려운 것도 그 이상으로 가면 아주 특수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물과 에탄올을 분리해서 증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 재료에 따라서 향과 맛에 두드러지거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증류식 소주라면 이냐, 보리냐, 고구마냐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주정을 만들 때에는 향과 맛은 고려되지 않으며 가장 싸게 가장 많은 에탄올을 만들 수 있는 식용 재료이면 된다. 따라서 주정 회사가 달라도 그에 따른 맛 차이는 거의 없고 오히려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 타는 물과 감미료에서 오는 차이가 대부분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이나 보리 같은 곡물을 증류한 소주를 첨가한다든가 그래봤자 0.1%도 안 넣고 라벨에 자랑은 더럽게 한다. 하는 식으로 나름대로 맛에 차별화를 주려고도 한다. 또한 과즙이나 과일향을 넣은 소주들도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는 한때의 유행에 그치는 수준이다.

2 일본의 소주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소주라면 당연히 증류식 소주를 생각한다. 일본고구마, , 보리 같은 원료를 써서 을 빚은 다음 증류해서 만든다. 주재료가 라벨에 표시되어 있다. 증류식 소주인만큼 한국의 전통 소주, 혹은 러시아보드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소주는 주로 재료를 가지고 나누게 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는 , 보리, 고구마다. 그에 따라 소주(米焼酎, 코메죠츄), 보리소주(麦焼酎, 무기쇼츄), 고구마소주(芋焼酎, 이모죠츄)[4]라는 식으로 어떤 재료를 썼는지를 내세우고 있다. 예와라면 오키나와에서 만드는 쌀소주인 아와모리로,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라벨에도 그냥 아와모리라고만 표시하며 다른 쌀소주와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로 본다. 그밖에도 옥수수, 메밀을 원료로 한 소주도 있으며 참깨, 흑설탕으로 만든 것도 있다. 흑설탕까지 가면 곡물이라고 하기도 모호해서 이게 소주인가 싶기도 하지만 발효에 국균을 사용하며 어쨌든 소주로 분류되고 있다.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로, 편의점에서 700 ml 한 병, 심지어는 900 ml 팩에 몇 백 엔에서 천 엔 조금 넘는 가격이면 괜찮은 소주를 살 수 있고 정말 고급 소주들은 물론 몇 만에서 10만 엔 넘어가는 것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이자카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본 소주를 마셔 보면 특히 저렴할수록 불맛, 혹은 탄맛이 난다. 즉 숙성을 별로 안 했다는 뜻. 우리나라 희석식 소주와 같은 단맛도 별로 없다. 즉 감미료를 안 넣었다는 뜻. 희석식 소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숙성을 거친 소주들은 탄맛이 적게 나며 고구마소주는 대체로 탄맛이 별로 안 나는 대신 미묘한 향이 난다. 니혼슈들이 한국에 수입되면서 폭리 논란을 부르는 것처럼 일본 소주도 폭리 논란이 많은데 예를 들어 일본 편의점에서 720 ml 한 병에 1,000엔 안팎, 동키호테 같은 곳에서는 900엔 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고구마소주인 쿠로키리시마가 한국에 오면 이자카야에서 10만 원 안팎에 팔린다.[5] 증류주이기 때문에 보존 기한도 사실상 없고 운송 및 유통 과정에서 냉장도 필요 없는 술인데도 지나치게 바싸다. 주세 문제도 있고 해서 비싸지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훨씬 먼 곳에서 오는 위스키와 비교해도 폭리가 심한 편이다.

한국에서는 소주에 이나 얼음을 넣어서 먹는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보통 미즈와리온더락스로 마시는 일본 소주가 더더욱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심지어 겨울에는 뜨거운 물에 타 마시는 오유와리로 즐기는 일본인들이 많은데, 이쯤 되면 한국인들은 정말 적응하기 힘들어지는 수준. 일본 소주를 마실 때에는 우리나라식 소주라기보다는 보드카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마시기 보다는 이나 탄산수, 토닉워터, 얼음 같은 것을 넣어서 마시는 게 좋다. 일본 술집에서는 소주를 잔으로도 많이 팔며 여러 가지를 갖추고 있어서 골라 마시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주재료에 따라서 향미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 예를 들어 쌀소주는 아주 중립적인 맛인 반면, 고구마소주는 미묘하게 허브향 같은 산뜻한 향미를 가지고 있어서 호불호가 꽤 있다. 일부는 나무통 숙성을 거쳐서 위스키와 같은 느낌을 약간 준다. 특히 보리소주들이 나무통 숙성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몰트 위스키와 닮은 구석이 많아서인 듯하다. 하지만 둘 사이 캐릭터는 상당히 차이가 크다.

일본 주세법으로는 갑류소주와 을류소주로 나뉜다. 갑류소주는 연속식 증류법을 사용한 소주로 알코올도수가 36% 미만이어야 한다. 몇 번을 증류해도 상관 없다. 이쪽은 한국의 소주와 가까우며, 실제로 한국에서 제조되어 일본에서 판매되는 쿄게츠(鏡月)[6]가 이쪽으로 분류된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소주는 갑류 소주인 타카라(寶)로, 편의점이나 술 자판기에서 싸구려하이볼로도 종종 볼 수 있다. 반면 을류소주는 단식 증류법을 사용하고 40% 이상이어야 한다. 딱 한 번만 증류해야 한다. 단식 증류법이 더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을류소주가 양조 및 증류 규정이 더욱 까다롭기 때문에 당연히 을류소주 쪽이 더 비싸다. 우리가 아는 일본 소주는 거의 이쪽으로 보면 된다.

3 각주

  1. 고구마감자, 타피오카도 원료로 쓰이는데 이들은 채소에 속한다.
  2. 사실 지금 나오고 있는 전통주 중 상당수는 명맥이 끊긴 것을 복원한 것이고, 그래서 원래의 전통주와 같다는 보장이 없는 게 상당수다.
  3. 압력이 낮아질수록 끓는점이 낮아지는 것을 이용한 증류법.
  4. 고구마는 원래 さつま芋라고 부르고 감자(じゃが芋), 산마(山芋)와 같이 '이모(芋)'가 들어가는 식물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고구마 말고는 다른 재료로 만드는 일이 거의 없어서 그냥 芋焼酎라고 부르는 게 보통이다.
  5. 일본 소주 중에서도 쿠로키리시마가 가격 뻥튀기가 심한 편에 속한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보다 높은 가격대의 소주가 한국에 오면 쿠로키리시마보다 더 싸게 팔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6. 한자를 우리식으로 읽으면 '경월'인데, 우리가 아는 경월소주 맞다. 지금은 롯데가 인수해서 국내에서는 처음처럼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일본에는 鏡月 소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판매고도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