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카츠
串カツ.
쿠시는 꼬치를 뜻하는 말이고, 카츠는 돈카츠의 카츠와 같은 뜻. 곧 꼬치에 꿴 커틀릿을 뜻한다.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재료를 한입 크기로 작게 꼬치에 꿴 다음 밀가루와 달걀물, 빵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튀겨낸 일본요리로, 오사카를 대표하는 대중 음식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음식 자체의 기원은 에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지금의 도쿄 쪽 포장마차에서 생겨난 것이 오히려 오사카에서 확 꽃을 피운 것. 도쿄 지역에도 나름대로의 쿠시카츠가 있긴 하지만 돼지고기와 양파, 대파 정도로 단촐한 반면, 오사카 쪽으로 넘어가면 종류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재료는 정말 다양해서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소시지, 햄을 비롯한 각종 고기와 생선류, 그리고 연근, 마늘을 비롯한 갖가지 채소를 망라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치즈나 빵 같은 별의 별걸 다 튀긴다. 심지어 본진인 신세카이에 있는 가게들 중에는 악어, 캥거루 같은 것까지 쿠시카츠로 파는 가게가 있을 정도.
정말 안 맞을 것 같은 베니쇼가까지 튀긴다. 사람 빼놓고는 다 튀긴다. 오사카의 많은 가게가 메뉴에 갖추고 있지만 일본인이라도 외지인들에게 베니쇼가 쿠시카츠는 낯선 듯하다. 고독한 미식가 시즌 6 제1회에서도 고로가 쿠시카츠 재료로 베니쇼가가 있는 걸 보고 신기해 하는 모습이 나온다. 오사카 사람들은 베니쇼가를 무척 좋아해서 채썰어서 타코야키에도 넣고,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에도 넣는다.
단품으로 골라서 시킬 수도 있고 그냥 세트로 알아서 골라달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점은 그림으로 된 메뉴판을 갖추고 있으므로 일본어를 몰라도 그럭저럭 시킬 수 있다.
꼬치에 끼워서 튀긴다는 점에서는 쿠시아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쿠시아게는 재료에 밀가루 튀김옷만 묻히고 빵가루는 묻히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쿠시카츠 전문점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오사카시 신세카이에 있는 다루마. 원조급으로 인정 받는 곳으로 여기는 언제나 가도 길게 줄이 늘어서 있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오사카를 비롯해서 일본 여기저기에 분점이 있고, 최근에는 한국에도 진출해서 합정동과 강남에 지점을 개설했지만 모두 폐점하면서 진출에 실패한 듯하다. 다루마를 중심으로 신세카이 근처에는 쿠시카츠 전문점이 여럿 포진해 있고 그밖에도 오사카 곳곳에 쿠시카츠 전문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거한 규모로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다루마가 아닌 요코즈나지만 맛으로 가장 쳐주는 곳은 다루마다. 다루마가 독보적이라는 일본인이 있는가 하면, 그건 과장이고 웬만한 전문점은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도 있다. 한 시간 이상씩 줄서서 시간 보내기 싫다면 다루마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오사카란 곳이 맛있는 동네니까 어딜 가도 평타 이상은 친다.
주문하면 양배추와 소스통을 함께 내오거나. 소스통은 그냥 테이블에 놓여 있기도 하다. 먹을 때에는 통에 담긴 묽은 소스에 찍어먹는다기보다는 거의 담갔다가 꺼내 먹는데 여기서 절대 주의할 점이 있다. 한 꼬치는 소스에 딱 한 번만 찍어야 한다! 먹던 꼬치를 다시 소스에 찍으면 안 된다. 어떤 쿠시카츠 집이든 '두 번 찍기 금지' 주의문이 붙어 있다. 먹는 꼬치에는 침이 묻어 있을 테니 위생 면에서도 좋지 않고 먹던 것을 소스로 찍으면 재료의 수분이 흘러나가서 소스가 더 묽어질 수도 있다. 이런 규칙을 잘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습관적으로 무심코 먹던 꼬치를 소스통에 담그면 주인이나 종업언이 기겁을 한다. 어떤 가게에서는 그렇게 간쓸개 다 빼줄 것 같았던 사람들이 먹던 꼬치를 소스에 담그면 화를 버럭 내기까지 한다. 몇몇 쿠시카츠 전문점은 아예 한국어로 소스는 한 번만 찍으라고 써놓기도 한다. 오죽 말귀를 못 알아먹으면 하지만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즌 6 제1회에 쿠시카츠가 나올 때 '두 번 찍기 금지'를 여러 번 강조하는 걸 보면 일본인들도 사정 잘 모르는 외지인은 그런 실수를 종종 하는 듯하다. 영 소스가 부족하다 싶으면 함께 나오는 양배추를 조금 뜯어서 소스를 떠낸 다음 꼬치에 뿌리든지 해야 한다. 당신 침은 당신만 먹어라... 애인까지는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튀김 요리기 때문에 맥주 안주로 정말 좋다. 음식이라기보다는 술안주에 가까운 느낌이다. 생맥주를 마시면서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다. 그러다 보면 돈도 쏠쏠하게 빠져 나가고. 단품으로 보면 보통 150~200, 비싼 재료는 300엔이 넘어가는 것도 있는데, 단품으로만 보면 싸지만 재료도 다양하고 단가도 비싸지 않아 이것저것 시켜먹게 되면 나중에 계산서 보고 뒷목 잡는 수가 생기니 조심하자.
나고야 쪽으로 가면 이걸 아카미소 된장으로 만든 달짝지근한 소스에 푹 담가서 만드는 미소쿠시카츠가 유명하다. 유명하다는 게 꼭 맛있다는 보증은 없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오사카음식 중에서는 한국인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도 쿠시카츠를 하는 가게를 찾기도 쉽지 않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다루마가 한국에 지점을 냈으나 결국 모두 문을 닫았다. 몇몇 국내의 쿠시카츠 음식점도 튀김의 맛이나 소스가 오사카의 그것보다 훨씬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