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마이트
Vegemite.
맥주를 양조하고 남은 효모 찌꺼기를 원료로 만든 스프레드. 여러 가지 채소즙과 소금, 그리고 몇 가지 향료가 들어간다. 호주 크래프트에서 만들고 판매하다가 호주의 식품 대기업인 베가 그룹(Begga Group)[1]이라는 곳에서 제조 및 판매권을 인수했다. 이 회사의 본사가 있는 곳의 주소는 멜버른에 속한 포트 멜버른의 무려 베지마이트 웨이 1번지다![2]
사실은 완전히 호주에서 처음 개발한 것은 아니고, 영국의 마마이트를 개량한 것.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마마이트 수입이 안 되면서 호주 식품 회사인 프레드워커가 화학자이자 식품공학자였던 시럴 캘리스터(Cyril Callister)에게 맥주 양조 후 남은 효모 찌꺼기로 마마이트와 비슷한 스프레드를 개발해 달라고 의뢰했는데, 그 결과 효모의 자기분해를 이용해서 세포벽을 파괴함으로써 효모 안의 성분들이 빠져나오도록 하는 공법을 개발하여 1922년에 베지마이트가 출시되었다. 색깔만 보면 짙은 갈색인 게 마치 누텔라랑 비슷하다. 얇게 바르면 냄새도 별론 안 나기 때문에 속기 쉽다. 얇게 발라도 임팩트는 어디 안 간다.
1922년에 호주 멜버른에서 첫 선을 보인 나름대로 역사가 있는 스프레드다. 위의 동영상은 1980년대의 호주의 베지마이트 광고. 아이들이 아주 행복하고 맛있게 베지마이트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 아동학대 아닌가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정말 먹기 힘든, 비위 약한 사람은 토 나올 수도 있는 괴랄한 스프레드다.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엄청나게 짜다! 마치 옛날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서 소금을 팍팍 넣은 날된장을 먹는 듯하다면 약간 비슷하다. 한 입 먹으면 혈압이 팍 오르는 듯하는 짠맛. 여기에 코를 찌르는 듯한 묘한, 청국장도 된장도 아니고 발꼬랑내도 아닌 구린내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괴식이다. 호주인들 사이에도 호불호는 엇갈리지만 잘 먹는 사람들이 많다. 호주 가정에 가면 대부분 베지마이트가 있다. 그래도 외국인, 특히 동양인이 이거 잘 먹으면 좀 신기해 한다. 아마도 질색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서일 듯. 여기에 쓴맛이 있고, 극심한 감칠맛 때문에 오히려 혀가 얼얼할 정도다. 제대로 먹으면 소금에 절인 MSG를 한 숟갈 퍼먹는 듯한 느끼함이 밀려온다.
가끔 베지마이트 얘기를 어디서 들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호주 가는 사람에게 베지마이트 좀 사다 달라고 하는데, 다시 사다 달라는 사람은 없다...
스프레드의 일종인 만큼 가장 널리 먹는 방법은 빵에 발라 먹는 것. 한번 먹어보자면 빵에다가 용감하게 베지마이트만 척척 바르지 말고 반은 버터, 반은 베지마이트를 발라보자. 이 정도면 그럭저럭 먹을만 하며, 맛 들이면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호주 사람들도 베지마이트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이것도 영 못 먹겠으면 다른 방법은 도전해 보지도 말자.
2011년에 덴마크가 베지마이트를 한때 판매 금지했다는 뉴스가 언론에 돌았다. 썩은 게 나왔거나 위험해서는 아니고, 2004년에 덴마크 정부가 비타민을 인공적으로 보강한 식품은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당국의 승인 없이는 팔 수 없도록 정책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덴마크 왕세자빈이었던 메리 공주가 호주인이었다. 언론들이 "우리 메리 공주 어떻게 해~ 베지마이트 못 먹어서." 하고 무지하게들 놀려댔다. 심지어 분노한 호주인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덴마크 정부에 항의를 전개했다. 덴마크 정부에서는 판매 금지는 루머일 뿐이지만 호주 크래프트가 승인 요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건 맞다고 발표했다.
2015년에 베지마이트가 호주 일부 지역에서 판매 금지될 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나왔다. 퀸즐랜드 주에 있는 일부 토착민들이 사는 오지에서 베지마이트를 가지고 욕조에서 술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 슈퍼에서 홈 브루잉 키트를 파는 호주에서 술을 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통제가 잘 안 되는 일부 오지에서는 집에서 술을 담아 아이들까지도 마시는 경우들이 있다 보니 집에서 술을 만드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 베지마이트를 판매 금지시킬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온 것. 호주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베지마이트에 들어 있는 건 다 죽어버린 효모 찌꺼기인데[3] 이걸로 어떻게 술을 담는다는 건지? 과학자들도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효모가 필요하면 굳이 베지마이트 살 거 없이 제빵용 이스트를 사도 된다. 결과적으로 신빙성 없는 가짜뉴스. 오지 지역의 사회적인 문제를 술 탓으로 돌리려는, 이른바 '훈제 청어' 술책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4] 다만 호주의 홈브루어들 중에 독특한 향미를 내기 위한 첨가제 정도로 사용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고 한다.
제품
- 베지마이트 (오리지널)
- 베지마이트 스퀴지: 케첩이나 마요네즈처럼 빵이나 크래커 같은 곳에 바로 짜서 얹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튜브형 제품. 주둥이가 밑으로 가게 세워놓을 수 있다.
- 베지마이트 글루텐 프리
- 베지마이트 40% 레스 솔트: 말 그대로 소금 함량이 40% 줄어든 저염 제품.
- 베지마이트 & 치즈: 베지마이트에 크림치즈를 섞어서 좀 더 먹기 좋도록 만든 제품. 베지마이트를 크래프트로부터 인수한 베지 그룹이 원래 크림치즈로 유명한 회사다.
각주
- ↑ 크림 치즈 브랜드인 베가 치즈는 물론 우유 및 크림 브랜드인 퓨라(Pura), 커피 우유 브랜 데어(Dare)와 같은 브랜드들이 호주 안에서는 인지도가 높으며, 글로벌 요구르트 브랜드인 요플레(Yoplait)도 호주 안에서는 이 회사가 생산 판매하고 있다.
- ↑ 1 Vegemite Way, Port Melbourne, VIC 3207.
- ↑ 이미 효모의 세포벽을 파괴해서 영양성분을 소화 흡수하기 쉽도록 만든 제품이다. 당연히 효모는 모두 죽은 상태이므로 이것으로는 술 발효가 될 수 없다.
- ↑ "The real story behind that Vegemite headline", BBC, 19 August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