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장을 지진다: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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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또는 틀림없이 된다는 것을 호언장담하기 위해 쓰이는 표현이다. '내 성을 간다!' '내가 니 아들(딸)이다!' 와 같은 표현과 비슷한 것. | 어떤 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또는 틀림없이 된다는 것을 호언장담하기 위해 쓰이는 표현이다. '내 성을 간다!' '내가 니 아들(딸)이다!' 와 같은 표현과 비슷한 것. | ||
*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을 강조할 때) " | *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을 강조할 때) "쟤가 배우라고? 쟤가 배우로 뜨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del>그랬다가 장 지진 PD나 감독이 부지기수라카더라.</del> | ||
* (자기의 예상이 틀림 없다고 강조할 때) "이 계약 성사 | * (자기의 예상이 틀림 없다고 강조할 때) "이 계약 성사 된다니까! 안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 ||
그런데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설이 없다. | 그런데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설이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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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 ==어원== | ||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할때 '장'이 도대체 뭐냐를 놓고 |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할때 '장'이 도대체 뭐냐를 놓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 ||
===뜸에서 나왔다는 설=== | ===뜸에서 나왔다는 설=== | ||
이 설에 따르면 장은 壯이다. '힘이 장사다'라고 할 때의 장 자인데, [[뜸]]을 뜰 때의 단위가 바로 이 壯이다. 뜸 한 번을 뜨는 것을 '한 장을 뜬다'고 말하는데, [[뜸]] 한 번의 효과가 장사 한 번의 효과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뜸]]을 뜨는 게 그만큼 통증이 심하고 힘들어서 장사만큼의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한 장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뜸을 뜬다'는 뜻으로 '장을 지진다'고 한다. | 이 설에 따르면 장은 壯이다. '힘이 장사다'라고 할 때의 장 자인데, [[뜸]]을 뜰 때의 단위가 바로 이 壯이다. 뜸 한 번을 뜨는 것을 '한 장을 뜬다'고 말하는데, [[뜸]] 한 번의 효과가 장사 한 번의 효과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뜸]]을 뜨는 게 그만큼 통증이 심하고 힘들어서 장사만큼의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한 장이라고도 한다. <소설 동의보감>을 보면 위암에 걸린 왕자의 뜸을 강제로 뜨는 과정에서 이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ref>https://goo.gl/BeRXWH</ref> 그래서 '뜸을 뜬다'는 뜻으로 '장을 지진다'고 한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뜸을 뜨기 위해 약쑥을 비벼 고깔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뜸장'이라고 부른다. 즉, 이 뜸장에 불을 붙여 지지는 것이 '뜸장을 지진다'에서 '장을 지진다'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
[[뜸]]이란 [[쑥]]과 같은 약재를 말린 것에 불을 붙여서<ref>활활 타는 불이 아니라 연기와 불빛이 나는, 즉 [[숯불]] 같은 불이다.</ref> 피부 위에 불을 올려놓고 그 열이 몸 속으로 | [[뜸]]이란 [[쑥]]과 같은 약재를 말린 것에 불을 붙여서<ref>활활 타는 불이 아니라 연기와 불빛이 나는, 즉 [[숯불]] 같은 불이다.</ref> 피부 위에 그 불을 올려놓고 그 열이 몸 속으로 침투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특정한 부위를 작은 불로 지져 화상을 입히는 것으로 당연히 엄청 아프다. 그런데 이 뜸장을 손에 올려 놓고 장을 지진다고 생각해 봐라. 뜸장이 다 탈 때까지 <del>약쑥 냄새와 고기 익는 냄새의 컴비네이션과 함께</del> 무진장 아플 수밖에 없다. 즉, 이 설에 따르면 '내 손에다가 뜸을 뜨겠다!', 즉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죄인을 고문할 때 시뻘겋게 달군 인두로 지지는 방법을 쓰기도 했으니, 사서 고문을 당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 ||
===[[간장]]에서 나왔다는 설=== | ===[[간장]]에서 나왔다는 설=== | ||
이 설에 따르면 장은 醬이 된다. 여기서는 [[간장]]을 뜻한다. 즉 뜨겁게 달인 [[간장]]에다가 손을 집어넣어서 지지겠다는 뜻이 된다. 사실 | 이 설에 따르면 장은 醬이 된다. 여기서는 [[간장]]을 뜻한다. 즉 뜨겁게 달인 [[간장]]에다가 손을 집어넣어서 지지겠다는 뜻이 된다. 된장이야 뜨겁게 달일 일이 없으니 후보에서 제외. [[고추장]]은 만드는 과정에서 휘저어가면서 약한 불에 끓이는 과정이 있으니 가능성이 있지만 [[간장]]은 끓여서 달일 일이 많으니 가장 가능성이 높다. 사실 [[뜸]]을 뜨는 단위를 '壯'이라고 한다는 것을 요즘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의 유래를 이쪽으로 많이 해석한다. 뜨거운 [[간장]]에 손을 데었던 아낙들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하고 추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자 속담집 <동언해>(東言解)에는 ‘장상전장’(掌上煎醬, 손바닥 위에서 [[간장]]을 달인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ref>[http://v.media.daum.net/v/20161205174603709 "이정현, 손에 장을 지질까"], <한겨레신문> 2016년 12월 5일.</ref><del>[[간장게장]]이 아니라 간장장(掌)장인가.</del> | ||
하지만 [[간장]]에서 나왔다는 | ===손바닥에서 나왔다는 설=== | ||
'장'을 손바닥 장(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면 '내 손에 손바닥을 지진다'는 뜻이 되어 무의미한 겹말이 된다. 이쪽이 맞다면 '내 손을 지지겠다', 또는 '장을 지지겠다'라는 식으로만 써야 한다. 하지만 '장을 지지겠다'라고만 한다면 '손바닥을 지지겠다'는 뜻이 되므로 말은 된다. 원래는 '장을 지지겠다'라고만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로 어법에는 맞지 않지만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 변했을 수도 있긴 하다. | |||
===어느 설이 맞을까?=== | |||
일단 장이 손바닥(掌)이라는 설은 별 지지를 못 받는 편이다. [[간장]]에서 나왔다는 설이 가장 널리 퍼져 있지만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이유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장을 지진다'는 말은 그 어법으로 볼 때 [[뜸]]을 뜬다는 의미에 가깝다. 국어사전을 보면 '지지다'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 |||
# 국물을 조금 붓고 끓여서 익히다. | # 국물을 조금 붓고 끓여서 익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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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을 뜬다는 의미로 보면 '지지다'는 3, 4에 딱 맞지만 [[간장]]이라는 의미로 보면 1, 2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딱 맞지는 않는다. 1, 2 둘 다 그 의미에 부합하려면 손이 [[간장]]을 끓일 만큼 뜨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간장 유래설이 맞다면 '내 손에서 장을 달이겠다', '내 손을 (끓는) 장에 담그겠다'와 같은 쪽이 더 맞다. 또한 뜸 유래설은 뜸이라는 치료가 엄연히 한방에 있고, 불로 지지는 고문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호언장담한 게 틀리면 사서 벌을 받겠다는 뜻으로 어느 정도 말이 되는데, 뜨거운 [[간장]]에 손을 넣는 형벌이 있었다는 얘기도 없고, 딱히 그에 관련된 풍습도 없다. <del>애꿎은 [[간장]]만 버린다.</del> 아낙들이 손을 데었다거나 <동언해>에 나오는 속담과 같은 이유는 아무래도 [[뜸]]에 비하면 애매하다. | 뜸을 뜬다는 의미로 보면 '지지다'는 3, 4에 딱 맞지만 [[간장]]이라는 의미로 보면 1, 2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딱 맞지는 않는다. 1, 2 둘 다 그 의미에 부합하려면 손이 [[간장]]을 끓일 만큼 뜨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간장 유래설이 맞다면 '내 손에서 장을 달이겠다', '내 손을 (끓는) 장에 담그겠다'와 같은 쪽이 더 맞다. 또한 뜸 유래설은 뜸이라는 치료가 엄연히 한방에 있고, 불로 지지는 고문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호언장담한 게 틀리면 사서 벌을 받겠다는 뜻으로 어느 정도 말이 되는데, 뜨거운 [[간장]]에 손을 넣는 형벌이 있었다는 얘기도 없고, 딱히 그에 관련된 풍습도 없다. <del>애꿎은 [[간장]]만 버린다.</del> 아낙들이 손을 데었다거나 <동언해>에 나오는 속담과 같은 이유는 아무래도 [[뜸]]에 비하면 애매하다. | ||
' | 국립국어원 웹사이트의 '묻고 답하기' 란에 [http://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61&qna_seq=6690 간장을 어원으로 보는 글]이 올라오고 이 글이 '내 손에 장을 지지다'와 같은 키워드로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상위권에 나오기 때문에 마치 국립국어원에서 이쪽이 어원인 것으로 인증했다는 오해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질문자가 그렇게 주장한 것이고 국립국어원의 답변은 그냥 '의견 잘 보았습니다'에 불과하다. | ||
국립국어원이 직접 답변을 한 글을 찾아 보면 다음과 같다. | |||
{{Quotation| | |||
‘손에/손톱에/손가락에 장을 지지다.’는 ‘손톱에 불을 달아 장을 지지게 되면 그 고통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인데, 그런 모진 일을 담보로 하여 자기가 옳다는 것을 장담할 때 하는 말.’의 의미를 갖고 ‘손가락에 불을 지르고 하늘에 오른다’ 등과 비슷한 뜻을 가지므로 ‘불을 붙이다’ 정도의 의미로 보는 설(說)이 있습니다. 그러나 속담의 어원에 관한 내용은 객관적인 근거를 들기 어려우므로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 |||
즉, 국립국어원도 이 말의 어원을 '뜸'으로 보는 편이지만 확신하고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사실 국립국어원의 말처럼 어떤 문학작품이나 방송,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나온 어원이 아니면 오래된 속담이나 표현의 어원을 확실하게 찾기는 어렵긴 하다. 다만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해 보면 '뜸'을 뜬다는 의미가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 |||
==사례== | ==사례== | ||
오래 전부터 호언장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반박할 때 널리 쓰이는 표현이지만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치권에서 탄핵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이 표현을 써서 큰 화제를 모았다. 11월 3일 야3당이 박근혜의 임기단축 협상을 거절하자 격분해서 이렇게 말했다. | |||
{{Quotation|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지지기로 하고 그 사람들이 그거 실천을 하면 제가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집어넣을께요. 실천도 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해요.<ref>[http://news.sbs.co.kr/news/endPage.do?serviceDt=20161209163534&newsId=N1003930341&oaid=N1003922547&plink=POP&cooper=SBSNEWSMOBEND "'탄핵 강행하면 장 지진다' 이정현 그때 그 영상"], ''SBS'', 2016년 12월 9일.</ref>|quoted=1}} | |||
여기에 따르면 이정현 대표는 '장을 지진다'는 뜻을 [[간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의 맥락으로 볼 때 당연히 '그것'을 탄핵을 뜻하는 것으로 다들 생각하고 모든 언론이 "야당이 탄핵 실천하면 장을 지진다"는 식으로 기사를 냈다. | |||
{{#ev:youtube|2nZXy7MF5m4|start=35}} | |||
35초경부터 이정현의 그 발언이 나온다. 맥락을 보면 누가 들어도 '아댱이 탄핵을 실천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해석될 발언이다. | |||
그런데 촛불 민심이 더욱 크게 타오르고 여기에 놀란 비박 세력들이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즉각 퇴진' 아니면 무조건 탄핵으로 간다고 의견을 정해버렸고, 이정현이 장을 지지게 될 상황으로 흘러가자 12월 5일에는 말을 바꿨다. 변명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사퇴 이후 1월 대선을 치르는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건데,<ref>[http://v.media.daum.net/v/20161205182502871 "이정현 “야당, 탄핵하면 장에 손 지진다? 사실 아냐""], <오마이뉴스>, 2016년 12월 5일.</ref> 그 말대로라면 이정현은 박 대통령을 '그 사람'으로 지칭했다는 뜻이 되니 <del>환관내시가 어디 감히!</del> 말이 안 된다. 호언장담은 어디로 가고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자 되도 않는 좀스러운 뒷걸음질을 하는 태도에 여론으로부터 신나게 까였다. <del>12월 9일 광화문이나 여의도에 대형 [[간장]]솥이 등장할 태세다.</del> | |||
그리고 12월 9일,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 소추가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del>주군께서는 주사 맞고 내시께서는 뜸 뜨고 괜찮네.</del> | |||
[[파일:Yi jeonghyeon jang jijinda.png|프레임|없음]] | |||
[[파일:Yi jeonghyeon jang jijinda parody chu miae.jpg|프레임|없음]]<ref>원래 이정현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면서 [[단식투쟁]]<del>쑈</del> 할 때 7일 째 되던 날 추미애가 위로방문을 와서 손목을 잡았던 사진을 [[패러디]]한 것.</ref> | |||
끝까지 탄핵을 반대하고 박근혜만 싸고 돌아 시민들의 가장 큰 분노를 산 인물 중에 하나인 만큼 패러디에 그치지 않고 '장을 지지라'는 요구도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다.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 냄비와 쌈장을 갖다 놓는가 하면<ref>[http://hei.hankyung.com/hub01/201612104266I "이정현 장 지진다 여파...사무실 앞 냄비-쌈장 배달 ‘국민의 명령이다’"], <한국경제> 2016년 12월 10일.</ref> "실천도 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해요."라고 했던 이정현은 정작 자신이 '실천도 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하는 인간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 |||
==그밖에== | ==그밖에== |
2022년 12월 17일 (토) 09:43 기준 최신판
어떤 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또는 틀림없이 된다는 것을 호언장담하기 위해 쓰이는 표현이다. '내 성을 간다!' '내가 니 아들(딸)이다!' 와 같은 표현과 비슷한 것.
-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을 강조할 때) "쟤가 배우라고? 쟤가 배우로 뜨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랬다가 장 지진 PD나 감독이 부지기수라카더라. - (자기의 예상이 틀림 없다고 강조할 때) "이 계약 성사 된다니까! 안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런데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설이 없다.
어원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할때 '장'이 도대체 뭐냐를 놓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뜸에서 나왔다는 설
이 설에 따르면 장은 壯이다. '힘이 장사다'라고 할 때의 장 자인데, 뜸을 뜰 때의 단위가 바로 이 壯이다. 뜸 한 번을 뜨는 것을 '한 장을 뜬다'고 말하는데, 뜸 한 번의 효과가 장사 한 번의 효과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뜸을 뜨는 게 그만큼 통증이 심하고 힘들어서 장사만큼의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한 장이라고도 한다. <소설 동의보감>을 보면 위암에 걸린 왕자의 뜸을 강제로 뜨는 과정에서 이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1] 그래서 '뜸을 뜬다'는 뜻으로 '장을 지진다'고 한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뜸을 뜨기 위해 약쑥을 비벼 고깔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뜸장'이라고 부른다. 즉, 이 뜸장에 불을 붙여 지지는 것이 '뜸장을 지진다'에서 '장을 지진다'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뜸이란 쑥과 같은 약재를 말린 것에 불을 붙여서[2] 피부 위에 그 불을 올려놓고 그 열이 몸 속으로 침투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특정한 부위를 작은 불로 지져 화상을 입히는 것으로 당연히 엄청 아프다. 그런데 이 뜸장을 손에 올려 놓고 장을 지진다고 생각해 봐라. 뜸장이 다 탈 때까지 약쑥 냄새와 고기 익는 냄새의 컴비네이션과 함께 무진장 아플 수밖에 없다. 즉, 이 설에 따르면 '내 손에다가 뜸을 뜨겠다!', 즉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죄인을 고문할 때 시뻘겋게 달군 인두로 지지는 방법을 쓰기도 했으니, 사서 고문을 당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간장에서 나왔다는 설
이 설에 따르면 장은 醬이 된다. 여기서는 간장을 뜻한다. 즉 뜨겁게 달인 간장에다가 손을 집어넣어서 지지겠다는 뜻이 된다. 된장이야 뜨겁게 달일 일이 없으니 후보에서 제외. 고추장은 만드는 과정에서 휘저어가면서 약한 불에 끓이는 과정이 있으니 가능성이 있지만 간장은 끓여서 달일 일이 많으니 가장 가능성이 높다. 사실 뜸을 뜨는 단위를 '壯'이라고 한다는 것을 요즘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의 유래를 이쪽으로 많이 해석한다. 뜨거운 간장에 손을 데었던 아낙들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하고 추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자 속담집 <동언해>(東言解)에는 ‘장상전장’(掌上煎醬, 손바닥 위에서 간장을 달인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3]간장게장이 아니라 간장장(掌)장인가.
손바닥에서 나왔다는 설
'장'을 손바닥 장(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면 '내 손에 손바닥을 지진다'는 뜻이 되어 무의미한 겹말이 된다. 이쪽이 맞다면 '내 손을 지지겠다', 또는 '장을 지지겠다'라는 식으로만 써야 한다. 하지만 '장을 지지겠다'라고만 한다면 '손바닥을 지지겠다'는 뜻이 되므로 말은 된다. 원래는 '장을 지지겠다'라고만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로 어법에는 맞지 않지만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 변했을 수도 있긴 하다.
어느 설이 맞을까?
일단 장이 손바닥(掌)이라는 설은 별 지지를 못 받는 편이다. 간장에서 나왔다는 설이 가장 널리 퍼져 있지만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이유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장을 지진다'는 말은 그 어법으로 볼 때 뜸을 뜬다는 의미에 가깝다. 국어사전을 보면 '지지다'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 국물을 조금 붓고 끓여서 익히다.
- 불에 달군 판에 기름을 바르고 전 따위를 부쳐 익히다.
- 불에 달군 물건을 다른 물체에 대어 약간 태우거나 눋게 하다.
- 열을 내는 것에 대어 찜질을 하다.
뜸을 뜬다는 의미로 보면 '지지다'는 3, 4에 딱 맞지만 간장이라는 의미로 보면 1, 2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딱 맞지는 않는다. 1, 2 둘 다 그 의미에 부합하려면 손이 간장을 끓일 만큼 뜨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간장 유래설이 맞다면 '내 손에서 장을 달이겠다', '내 손을 (끓는) 장에 담그겠다'와 같은 쪽이 더 맞다. 또한 뜸 유래설은 뜸이라는 치료가 엄연히 한방에 있고, 불로 지지는 고문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호언장담한 게 틀리면 사서 벌을 받겠다는 뜻으로 어느 정도 말이 되는데, 뜨거운 간장에 손을 넣는 형벌이 있었다는 얘기도 없고, 딱히 그에 관련된 풍습도 없다. 애꿎은 간장만 버린다. 아낙들이 손을 데었다거나 <동언해>에 나오는 속담과 같은 이유는 아무래도 뜸에 비하면 애매하다.
국립국어원 웹사이트의 '묻고 답하기' 란에 간장을 어원으로 보는 글이 올라오고 이 글이 '내 손에 장을 지지다'와 같은 키워드로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상위권에 나오기 때문에 마치 국립국어원에서 이쪽이 어원인 것으로 인증했다는 오해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질문자가 그렇게 주장한 것이고 국립국어원의 답변은 그냥 '의견 잘 보았습니다'에 불과하다.
국립국어원이 직접 답변을 한 글을 찾아 보면 다음과 같다.
‘손에/손톱에/손가락에 장을 지지다.’는 ‘손톱에 불을 달아 장을 지지게 되면 그 고통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인데, 그런 모진 일을 담보로 하여 자기가 옳다는 것을 장담할 때 하는 말.’의 의미를 갖고 ‘손가락에 불을 지르고 하늘에 오른다’ 등과 비슷한 뜻을 가지므로 ‘불을 붙이다’ 정도의 의미로 보는 설(說)이 있습니다. 그러나 속담의 어원에 관한 내용은 객관적인 근거를 들기 어려우므로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즉, 국립국어원도 이 말의 어원을 '뜸'으로 보는 편이지만 확신하고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사실 국립국어원의 말처럼 어떤 문학작품이나 방송,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나온 어원이 아니면 오래된 속담이나 표현의 어원을 확실하게 찾기는 어렵긴 하다. 다만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해 보면 '뜸'을 뜬다는 의미가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사례
오래 전부터 호언장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반박할 때 널리 쓰이는 표현이지만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치권에서 탄핵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이 표현을 써서 큰 화제를 모았다. 11월 3일 야3당이 박근혜의 임기단축 협상을 거절하자 격분해서 이렇게 말했다.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지지기로 하고 그 사람들이 그거 실천을 하면 제가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집어넣을께요. 실천도 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해요.[4]
여기에 따르면 이정현 대표는 '장을 지진다'는 뜻을 간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의 맥락으로 볼 때 당연히 '그것'을 탄핵을 뜻하는 것으로 다들 생각하고 모든 언론이 "야당이 탄핵 실천하면 장을 지진다"는 식으로 기사를 냈다.
35초경부터 이정현의 그 발언이 나온다. 맥락을 보면 누가 들어도 '아댱이 탄핵을 실천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해석될 발언이다.
그런데 촛불 민심이 더욱 크게 타오르고 여기에 놀란 비박 세력들이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즉각 퇴진' 아니면 무조건 탄핵으로 간다고 의견을 정해버렸고, 이정현이 장을 지지게 될 상황으로 흘러가자 12월 5일에는 말을 바꿨다. 변명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사퇴 이후 1월 대선을 치르는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건데,[5] 그 말대로라면 이정현은 박 대통령을 '그 사람'으로 지칭했다는 뜻이 되니 환관내시가 어디 감히! 말이 안 된다. 호언장담은 어디로 가고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자 되도 않는 좀스러운 뒷걸음질을 하는 태도에 여론으로부터 신나게 까였다. 12월 9일 광화문이나 여의도에 대형 간장솥이 등장할 태세다.
그리고 12월 9일,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 소추가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주군께서는 주사 맞고 내시께서는 뜸 뜨고 괜찮네.
끝까지 탄핵을 반대하고 박근혜만 싸고 돌아 시민들의 가장 큰 분노를 산 인물 중에 하나인 만큼 패러디에 그치지 않고 '장을 지지라'는 요구도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다.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 냄비와 쌈장을 갖다 놓는가 하면[7] "실천도 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해요."라고 했던 이정현은 정작 자신이 '실천도 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하는 인간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그밖에
'내 손에 장을 지진다'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으로는 pigs might fly(돼지가 날겠다)가 있다. 상대가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할 때 "And pigs might fly."라고 말해주는 식으로 쓰인다. I'll eat my hat(내 모자를 먹겠다)이라는 표현도 있다. 약속 안 지키로 악명 높은 사람을 기다리면서 "If he comes on time, I'll eat my hat!" 하고 투덜거리는 식.
각주
- ↑ https://goo.gl/BeRXWH
- ↑ 활활 타는 불이 아니라 연기와 불빛이 나는, 즉 숯불 같은 불이다.
- ↑ "이정현, 손에 장을 지질까", <한겨레신문> 2016년 12월 5일.
- ↑ "'탄핵 강행하면 장 지진다' 이정현 그때 그 영상", SBS, 2016년 12월 9일.
- ↑ "이정현 “야당, 탄핵하면 장에 손 지진다? 사실 아냐"", <오마이뉴스>, 2016년 12월 5일.
- ↑ 원래 이정현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면서 단식투쟁
쑈할 때 7일 째 되던 날 추미애가 위로방문을 와서 손목을 잡았던 사진을 패러디한 것. - ↑ "이정현 장 지진다 여파...사무실 앞 냄비-쌈장 배달 ‘국민의 명령이다’", <한국경제> 2016년 1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