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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과즙을 짜내서 발효하기 전에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서 [[설탕]]을 넣는 것을 샵탈리제이션, 또는 당을 보충한다는 뜻으로 '보당'이라고 한다. 동사형인 chaptalise도 있다. 철자가 비슷해서 '캐피탈리제이션'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방법을 확립한 프랑스 화학자 쟝-앙투완-클로드 샵탈(Jean-Antoine-Claude Chaptal)의 이름을 딴 것이다. [[와인]] 만들 때 [[설탕]]을 넣는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아서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와인]] 애호가들이 충격을 받는 일도 많다. | |||
역사는 무척 오래 되어, 로마시대 때부터 이미 포도즙에 [[꿀]]을 넣어서 양조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당시에는 당분 보충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그냥 이렇게 해 보니까 더 맛나네? 해서 넣은 것이다. 포도즙에 [[설탕]]을 넣어서 양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제 화학적 효과를 발견한 사람은 샵탈이 아니라 피에르 막퀴에라는 [[프랑스]] 화학자이다. 이전에는 단맛을 돋우기 위해서 [[설탕]]을 썼지만 당을 보충해서 알코올 도수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발견한 것은 막퀴에였다. 특히 [[포도]]가 충분히 숙성하지 않았을 경우 당분을 보충함으로써 [[알코올]] 도수를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에 샵탈이 [[와인]]의 도수를 높이고 보존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당분 보충법을 확립하고 저서를 통해 소개함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 |||
손쉽게 [[와인]]의 [[알코올]] 도수도 높이고 그에 따라 보존성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만 덜 익은 포도를 비롯한 저질 재료 와인, 혹은 제조 원가를 낮추기에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라 품질 관리를 위한 제한이 엄격한 편이다. | 일조량 짱짱하고 땅도 아직 튼튼하고, 광활한 토지에 포도를 듬성듬성 심을 수 있는 신대륙은 그럴 필요가 덜하지만 지력을 빨아먹을 대로 빨아잡수신 데다가 포도밭의 밀도도 높은 구대륙은 종종 [[포도]]의 당도가 부족해서 양조 도중에 썩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ref>당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양조를 하면 [[효모]]가 분해할 [[당분]]이 부족해서 [[알코올]]이 충분히 생기기 전에 잡균이 쳐들어와서 양조를 망칠 수 있다. 그때문에 초기에 [[발효]]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ref> [[설탕]]을 보충해야 한다. 특히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비가 많이 온 해의 [[포도]]는 평소보다 당도가 떨어지는데 부족한 만큼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따라서, 혹은 품종에 따라서는 애초에 [[포도]]의 당도가 낮기 때문에 샵탈리제이션이 필요한 곳들도 있다.<ref>이 방법 전에는 [[포도]]를 약간 말려서 농축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마로네 같은 [[와인]]은 지금도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포도]]를 말리면 당도가 높아지지만 [[포도]]의 수분이 줄어들므로 그만큼 [[와인]] 생산량도 줄어든다.</ref> | ||
손쉽게 [[와인]]의 [[알코올]] 도수도 높이고 그에 따라 보존성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만 덜 익은 포도를 비롯한 저질 재료 와인, 혹은 제조 원가를 낮추기에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라 품질 관리를 위한 제한이 엄격한 편이다. 주요 [[와인]] 생산국들은 샵탈리제이션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나라들의 지역 인증 규정에는 넣을 수 있는 [[설탕]]의 최대 양도 제한되어 있다. 2007년에 잘 나가던 [[보졸레 누보]]를 추락시킨 사건도 규정을 위반한 샵탈리제이션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 |||
대체로 샵탈리제이션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많지만 다음 나라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 대체로 샵탈리제이션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많지만 다음 나라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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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 | * 남아프리카공화국 | ||
* 독일의 프래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등급 이상 와인 | * 독일의 프래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등급 이상 와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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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 * 오스트리아 | ||
* [[이탈리아]] | * [[이탈리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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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탈리제이션이 지나치면 흔히 foxy, 즉 여우 같은 향미가 난다고 한다. 이는 대체로 야생의 풋내를 뜻하는 것으로, 미국의 야생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서 나는 좋지 않은 향미를 뜻하는 말로 주로 쓰이지만 샵탈리제이션이 과한 와인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콩코드<ref>웰치스와 같은 미국산 포도 주스가 주로 이 품종으로 만든다.</ref> 같은 미국 자생 품종도 당도가 와인 만들기에는 한참 모자라서 설탕을 때려 넣어야 하니, 이런 싸구려 와인에서 폭시한 향미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 |||
[[스파클링 와인]]은 두 차례 [[설탕]]을 사용하는데, 먼저 1차 발효를 마친 [[와인]]을 병입할 때 [[설탕]]을 약간 넣어서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시킨다. 이 발효로 만들어진 [[탄산가스]]를 그대로 마실 때까지 사용한다.<ref>싸구려 [[스파클링 와인]]은 이렇게 안 하고 [[발효]] 후에 [[효모]]를 전부 필터링한 다음 [[탄산가스]]를 주입해서 병입한다. [[탄산음료]]와 비슷한 방식.</ref> 또 한 번은 [[효모]]를 제거한 [[와인]]의 마개를 다시 막을 때 약간의 [[설탕]]을 넣어주는데 이것을 도사쥬(dosage)라고 한다. 드물에 도사쥬를 하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에는 '제로 도사쥬(zéro dosage)'라는 표시가 있다. 이들은 샵탈리제이션과는 목적이나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샵탈리제이션을 금지한 지역에서도 허용한다. | |||
애초에 와인이 될만한 당도의 포도를 기를 수 없는 기후조건을 가진 나라에서도 요즈음은 와인이 나오는데, 대표적으로 정말 [[와인]]에 진심인 나라 일본이 있다. 여름이 온도가 높긴 하지만 습도도 높고 큰비가 자주 내리는 데다가 태풍도 종종 쓸고 지나가는지라 지중해성 기후처럼 당도 높은 포도를 기르기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다. 카베르네 소뷔뇽이나 메를로를 조금 재배하긴 하지만 매우 드문 편이고, 델라웨어 같은 식용 품종이 주를 이룬다. 이런 포도는 [[와인]]을 만들기에는 당도가 많이 떨어지므로<ref>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발효가 원활하게 안 되어 술을 망치기 십상이다.</ref> 설탕을 대량으로 넣어야 한다. 드라이 와인으로는 영 맛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스위트 와인이 주류를 이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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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9일 (월) 02:25 기준 최신판
Chaptalisation.
포도 과즙을 짜내서 발효하기 전에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서 설탕을 넣는 것을 샵탈리제이션, 또는 당을 보충한다는 뜻으로 '보당'이라고 한다. 동사형인 chaptalise도 있다. 철자가 비슷해서 '캐피탈리제이션'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방법을 확립한 프랑스 화학자 쟝-앙투완-클로드 샵탈(Jean-Antoine-Claude Chaptal)의 이름을 딴 것이다. 와인 만들 때 설탕을 넣는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아서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와인 애호가들이 충격을 받는 일도 많다.
역사는 무척 오래 되어, 로마시대 때부터 이미 포도즙에 꿀을 넣어서 양조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당시에는 당분 보충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그냥 이렇게 해 보니까 더 맛나네? 해서 넣은 것이다. 포도즙에 설탕을 넣어서 양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제 화학적 효과를 발견한 사람은 샵탈이 아니라 피에르 막퀴에라는 프랑스 화학자이다. 이전에는 단맛을 돋우기 위해서 설탕을 썼지만 당을 보충해서 알코올 도수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발견한 것은 막퀴에였다. 특히 포도가 충분히 숙성하지 않았을 경우 당분을 보충함으로써 알코올 도수를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에 샵탈이 와인의 도수를 높이고 보존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당분 보충법을 확립하고 저서를 통해 소개함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일조량 짱짱하고 땅도 아직 튼튼하고, 광활한 토지에 포도를 듬성듬성 심을 수 있는 신대륙은 그럴 필요가 덜하지만 지력을 빨아먹을 대로 빨아잡수신 데다가 포도밭의 밀도도 높은 구대륙은 종종 포도의 당도가 부족해서 양조 도중에 썩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1] 설탕을 보충해야 한다. 특히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비가 많이 온 해의 포도는 평소보다 당도가 떨어지는데 부족한 만큼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따라서, 혹은 품종에 따라서는 애초에 포도의 당도가 낮기 때문에 샵탈리제이션이 필요한 곳들도 있다.[2]
손쉽게 와인의 알코올 도수도 높이고 그에 따라 보존성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만 덜 익은 포도를 비롯한 저질 재료 와인, 혹은 제조 원가를 낮추기에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라 품질 관리를 위한 제한이 엄격한 편이다. 주요 와인 생산국들은 샵탈리제이션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나라들의 지역 인증 규정에는 넣을 수 있는 설탕의 최대 양도 제한되어 있다. 2007년에 잘 나가던 보졸레 누보를 추락시킨 사건도 규정을 위반한 샵탈리제이션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대체로 샵탈리제이션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많지만 다음 나라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샵탈리제이션이 지나치면 흔히 foxy, 즉 여우 같은 향미가 난다고 한다. 이는 대체로 야생의 풋내를 뜻하는 것으로, 미국의 야생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서 나는 좋지 않은 향미를 뜻하는 말로 주로 쓰이지만 샵탈리제이션이 과한 와인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콩코드[3] 같은 미국 자생 품종도 당도가 와인 만들기에는 한참 모자라서 설탕을 때려 넣어야 하니, 이런 싸구려 와인에서 폭시한 향미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스파클링 와인은 두 차례 설탕을 사용하는데, 먼저 1차 발효를 마친 와인을 병입할 때 설탕을 약간 넣어서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시킨다. 이 발효로 만들어진 탄산가스를 그대로 마실 때까지 사용한다.[4] 또 한 번은 효모를 제거한 와인의 마개를 다시 막을 때 약간의 설탕을 넣어주는데 이것을 도사쥬(dosage)라고 한다. 드물에 도사쥬를 하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에는 '제로 도사쥬(zéro dosage)'라는 표시가 있다. 이들은 샵탈리제이션과는 목적이나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샵탈리제이션을 금지한 지역에서도 허용한다.
애초에 와인이 될만한 당도의 포도를 기를 수 없는 기후조건을 가진 나라에서도 요즈음은 와인이 나오는데, 대표적으로 정말 와인에 진심인 나라 일본이 있다. 여름이 온도가 높긴 하지만 습도도 높고 큰비가 자주 내리는 데다가 태풍도 종종 쓸고 지나가는지라 지중해성 기후처럼 당도 높은 포도를 기르기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다. 카베르네 소뷔뇽이나 메를로를 조금 재배하긴 하지만 매우 드문 편이고, 델라웨어 같은 식용 품종이 주를 이룬다. 이런 포도는 와인을 만들기에는 당도가 많이 떨어지므로[5] 설탕을 대량으로 넣어야 한다. 드라이 와인으로는 영 맛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스위트 와인이 주류를 이룬다.
각주
- ↑ 당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양조를 하면 효모가 분해할 당분이 부족해서 알코올이 충분히 생기기 전에 잡균이 쳐들어와서 양조를 망칠 수 있다. 그때문에 초기에 발효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
- ↑ 이 방법 전에는 포도를 약간 말려서 농축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마로네 같은 와인은 지금도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포도를 말리면 당도가 높아지지만 포도의 수분이 줄어들므로 그만큼 와인 생산량도 줄어든다.
- ↑ 웰치스와 같은 미국산 포도 주스가 주로 이 품종으로 만든다.
- ↑ 싸구려 스파클링 와인은 이렇게 안 하고 발효 후에 효모를 전부 필터링한 다음 탄산가스를 주입해서 병입한다. 탄산음료와 비슷한 방식.
- ↑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발효가 원활하게 안 되어 술을 망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