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초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번화가... 라기보다는 환락가. 세이부 신주쿠역 바로 옆에 있고, 본진인 JR 신주쿠역에서는 북쪽으로 걸어서 15분 쯤 걸린다. 각종 풍속점, 카바쿠라, 게아바들이 간판을 번쩍번쩍거리면서 손님을 유혹하는 곳으로, 일본의 유흥문화가 뭔지 알고 싶다면 한번 꼭 가볼만한 곳이다. 그럴 거 아니면 별거 없다.

흔히 일본을 성진국이라고 부를 때 상상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고, 호객행위도 은근히들 한다. 2013년 9월 1일부로 호객행위는 금지되었다고 하지만 가부키초를 지나가다 보면 소매끄댕이만 안 잡지 삐끼들의 호객행위가 사방팔방에서 벌어진다. 하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이니 너무 겁먹지는 말자. 공식적으로는 호객행위 금지라 심하게 안 한다. 환락가 사이사이에 음식점과 술집이 들어서 있고, 카페나 바를 비롯한 분위기 괜찮은 술집들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래서인지 은근히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어차피 풍속점은 외국인을 안 받는 게 보통이므로 아주 잘 아는 일본인과 가면 혹시 가능성이 있을까, 껄떡거리지는 말자. 무엇보다도 한번 잘못 들어가면 존나 털린다. 굳이 껄떡거리고 싶다면 아래에 나오는 무료안내소를 가든가.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고 이상 야릇한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서 왠지 치안이 나쁠 것처럼 생각되지만 생각보다 치안은 좋은 편이다. 경찰도 자주 보이는 편이긴 한데, 이곳의 치안을 유지하는 진짜 세력은 야쿠자다... 환락가인데 야쿠자가 없으면 이상하지. 게다가 가부키초 정도 되면 이권의 규모가 엄청나다. 하지만 야쿠자 쪽에서 생각해 봐도, 이곳의 치안이 나쁘고 싸움질 벌어지고 손님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하면 '이곳은 갈 데가 못 된다'는 인식이 퍼질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줄어들고 자기들 수입도 줄어들게 되니, 자기들 수입을 위해서도 자연히 치안에 신경 쓰게 된다. 만약에 괜히 이곳 손님들을 상대로 도둑질이나 소매치기를 하다가 야쿠자한테 걸리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이 사람들이 자율방범대도 아니고, 업소들로부터 상납을 받아서 수입을 얻는 식이다. 어쨌거나, 한국인을 포함해서 외국인은 큰 길로만 다니는 게 좋다. 괜히 으슥한 골목길 가면 심지어 내 나라에서도 어디나 안전할 게 없다.

한 가지 속지 말아야 할 게 있는데, 가부키초 곳곳에 보면 '무료안내소'라는 곳들이 있다. 밖에서는 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해 놓았는데 관광안내소라고 착각하지 말자. 들어가 보면 이것저것 물어본 다음에 그 사람에게 맞는 적당한 풍속점, 심지어 아가씨까지 연결해 준다고 한다. 누가 운영하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수입은 연결해 준 풍속점으로부터 받는다. 물론 풍속점 구경 좀 해 보고 싶다면 괜히 삐끼들에게 속느니 무료안내소를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외국인 받아주는 곳도 소개해 주고 예산에 맞는 정도로 연결해 주니까, 이쪽이 속편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