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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안에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조약으로, 이 조약 가입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가입국에 입국한 외국인도 다른 가입국을 마치 역내처럼 오갈 수 있다. 즉 솅겐조약 가입국 중 어느 한 곳에 합법으로 입국했다면<ref>비자를 받았거나 합법으로 무비자 입국을 하면 된다.</ref> 다른 가입국을 추가 비자 없이 여행해도 문제가 없으며 기본적으로는 국경 입출국 절차도 없다. 그렇게 때문에 솅겐조약 가입국 사이를 오가는 철도나 항공편은 마치 국내선처럼 간주해서 입출국 검사를 따로 받지 않는다. 입출국은 무조건 처음으로 도착한 가입국에서 하고 출국도 무조건 비솅겐 국가로 나가는 마지막 나라애서 한다. 만약 비솅겐-솅겐-솅겐 국가 경유편으로 간다면, 예를 들어 [[서울]]-[[암스테르담]]-[[베를린]]으로 간다면 입국심사를 [[베를린]]이 아닌 [[암스테르담]]애서 받는다. 반대 순서로 귀국할 때도 출국심사를 [[배를린]]이 아닌 [[ | [[유럽]] 안에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조약으로, [[벨기에]], [[독일]](당시에는 서독), [[프랑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이렇게 다섯 나라가 조약을 체결한 룩셈부르크의 솅겐이라는 지명에서 이름을 따 왔다. 이후 계속 가입국이 늘어서 이제는 [[영국]]과 [[아일랜드]] 정도를 제외한 서유럽 거의 모든 국가와 일부 동유럽 국가를 아우르고 있다. 이 조약 가입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가입국에 입국한 외국인도 다른 가입국을 마치 역내처럼 오갈 수 있다. 즉 솅겐조약 가입국 중 어느 한 곳에 합법으로 입국했다면<ref>비자를 받았거나 합법으로 무비자 입국을 하면 된다.</ref> 다른 가입국을 추가 비자 없이 여행해도 문제가 없으며 기본적으로는 국경 입출국 절차도 없다. 그렇게 때문에 솅겐조약 가입국 사이를 오가는 철도나 항공편은 마치 국내선처럼 간주해서 입출국 검사를 따로 받지 않는다. 입출국은 무조건 처음으로 도착한 가입국에서 하고 출국도 무조건 비솅겐 국가로 나가는 마지막 나라애서 한다. 만약 비솅겐-솅겐-솅겐 국가 경유편으로 간다면, 예를 들어 [[서울]]-[[암스테르담]]-[[베를린]]으로 간다면 입국심사를 [[베를린]]이 아닌 [[암스테르담]]애서 받는다. 반대 순서로 귀국할 때도 출국심사를 [[배를린]]이 아닌 [[암스테르담]]에서 한다. [[암스테르담]]-[[베를린]]은 국제선이지만 국내선처럼 별도 입출국 절차가 없다. 입국할 때와 출국할 때 날짜가 적힌 도장을 찍어주며 체류기간 산정에 중요하다. | ||
[[유럽]]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환승지에서 종종 당황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단순 환승을 하는 건데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를 않나, 그 다음에 안내표지 따라서 가다 보니까 출발층 체크인 카운터가 나오고 아예 공항 바깥으로 나갈 수도 있는 광경을 보고, "헉! 잘못 나왔나?" 하고 당황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암마인공항]]이 그 좋은 예. 당황하지 말고 출발 안내를 잘 보고 다음 편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확인한 다음 그쪽으로 가서 보안검사를 다시 받고 게이트로 가면 된다. 아까 여권에 도장을 찍어줄 때 입국이 완료됐기 때문에 굳이 다른 가입국으로 가는 항공편 환승객을 위한 보안검색대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유럽]]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환승지에서 종종 당황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단순 환승을 하는 건데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를 않나, 그 다음에 안내표지 따라서 가다 보니까 출발층 체크인 카운터가 나오고 아예 공항 바깥으로 나갈 수도 있는 광경을 보고, "헉! 잘못 나왔나?" 하고 당황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암마인공항]]이 그 좋은 예. 당황하지 말고 출발 안내를 잘 보고 다음 편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확인한 다음 그쪽으로 가서 보안검사를 다시 받고 게이트로 가면 된다. 아까 여권에 도장을 찍어줄 때 입국이 완료됐기 때문에 굳이 다른 가입국으로 가는 항공편 환승객을 위한 보안검색대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
단 모든 [[유럽]] 국가가 가입해 있지도 않고, [[EU]] 회원국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으로, 솅겐조약 가입국이 아니라서 유럽 여행할 때 은근히 일정 짜기 까다롭게 | ==조약의 배경== | ||
솅겐조약이 생긴 배경을 이해하려면 [[유럽]]이 어떤 구조인지를 보면 된다. 작은 나라들이 다닥다닥 얽혀 있는 데다가 이들 나라 중 상당수는 크기는 작으면서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작은 나라도 많고, 역사적으로 합쳐졌다 쪼개졌다를 되풀이하다 보니 국경을 넘어가는 도로나 철도도 많이 뚫려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은 많아지는데 이걸 국경에서 일일이 출입국 절차를 밟고 어쩌고 하려면 시설과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 그래서 가입국끼리는 국경을 통과할 때 이런 절차들을 적용하지 말고 그냥 같은 나라 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하자... 는 게 솅겐조약의 배경이다. | |||
단 모든 [[유럽]] 국가가 가입해 있지도 않고, [[EU]] 회원국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으로, 솅겐조약 가입국이 아니라서 [[유럽]] 여행할 때 은근히 일정 짜기 까다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 여행을 할 때에는 잘 이용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del>[[브렉시트|머지 않아 EU 회원국도 아니다.]]</del> 반면 [[스위스]]처럼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솅겐조약 가입국인 나라도 있다.[[유럽]] 여러 나라를 다닐 계획아라면 조약 가입국은 통으로 뭉치고 처음이나 마지막 여행지를 비가입국으로 하는 게 여러 모로 편하다. | |||
==단기 체류기간 규정== | ==단기 체류기간 규정== | ||
솅겐조약 가입국에 입국한 비가입국 국민은 유학이나 취업비자 같은 장기 체류 비자가 없는 한은 연속한 180일 동안 최장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즉 입국해서 90일 여행을 했다면 90일 이후에나 다시 들어올 수 있다. 단 90일 체류기간은 연속이 아니다. 솅겐조약 가입국 바깥으로 나가는 날 기준으로 180일 전까지 몇 번 들락날락했든 가입국에 체류한 기간이 합쳐서 90일을 넘으면 안 된다. 이 규정이 은근히 헷갈리는 점들이 있어서 가끔 이 규정 위반으로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솅겐조약과는 별도로 국가간 협정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있는데, 이들 나라는 | 솅겐조약 가입국에 입국한 비가입국 국민은 유학이나 취업비자 같은 장기 체류 비자가 없는 한은 연속한 180일 동안 최장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즉 입국해서 90일 여행을 했다면 90일 이후에나 다시 들어올 수 있다. 단 90일 체류기간은 연속이 아니다. 솅겐조약 가입국 바깥으로 나가는 날 기준으로 180일 전까지 몇 번 들락날락했든 가입국에 체류한 기간이 합쳐서 90일을 넘으면 안 된다. 이 규정이 은근히 헷갈리는 점들이 있어서 가끔 이 규정 위반으로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솅겐조약과는 별도로 국가간 협정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있는데, 이들 나라는 솅겐조약과는 별도로 일정 기간 체류를 허용하기 때문에 이 점을 잘 이용하면 90일 넘게 장기 [[유럽]] 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헷갈리면 엄청난 벌금을 맞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유럽]] 국가들과 양자협정을 맺어서 무비자로 180일 어쩌고 없이 한번 입국했을 때 90일 체류를 할 수 있는데, 나라마다 출입국 때 양자협정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고 솅겐조약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 헷갈린다. 특히, 경유지에서 걸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 ||
예를 들어 [[핀에어]] 항공편으로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해서 솅겐조약 우선 적용 국가인 [[프랑스]]로 들어갔다가 다른 솅겐조약 가입국들을 돌면서 90일을 채우고 역시 솅겐조약 가입국이지만 양자협정 우선 적용 국가인 [[독일]]로 와서 10일 더 있다가 귀국한다고 가정해 보자. [[핀란드]]에서는 오로지 환승만 할 예정이고 공항 밖으로 나갈 계획이 없다. 그냥 이렇게 보면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귀국할 때 출국심사를 [[독일]]이 아니라 [[핀란드]]에서 하는 게 문제다. [[핀란드]]는 솅겐조약이 우선이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므로 [[독일]]에 체류한 기간이 규정 위반이 되어 벌금을 장난 아니게 맞는다. 아, 그럼 들어올 때는 [[헬싱키]] 경유편, 귀국할 때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바로 나가면 되겠네?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del>일당 항공료가 겁나 비싸지고<ref>이런 항공편을 잡으려면 갈 때는 [[핀에어]], 올 때는 한국 국적기나 [[루프트한자]]를 이용해야 하니...</ref></del> [[독일]] 양자협정의 90일 체류기간 위반에 걸린다. 솅겐조약 가입국 사이에서 오갈 때에는 출입국 기록이 안 남기 때문에 [[독일]]에서 다른 나라로 갔다 왔다는 입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입국이 [[핀란드]]로 되어 있어도 그 안에 다른 출입국 기록이 없으면 그냥 거기서부터 [[독일]] 체류 시작일로 계산해버린다. 다른 나라에서 찍은 사진이나 받은 영수증 그런 건 씨알도 안 먹힌다. | |||
가장 괜찮은 방법은 90일을 넘기기 전에 [[유럽]]의 솅겐조약 비가입국에 갔다가 양자협약 우선 국가로 들어오는 것이다. 즉, [[독일]]이 아닌 솅겐조약 가입국으로 입국해서 85일쯤 여러 가입국을 돌아다닌 다음 비솅겐국가인 [[영국]]에 며칠 갔다가 [[독일]]로 넘어오는 식이다. 90일이 안 되었기 때문에 [[독일]] 입국에 문제가 없고, [[영국]]→[[독일]]로 들어올 때 다시 여권에 입국도장을 찍어주므로 양자협정에 따라 이 때부터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다만 귀국할 때에는 반드시 직항이거나 다른 솅겐조약 가입국을 거치지 않는 경유편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런던]]→[[서울]] 경유편은 문제가 없지만 [[프랑크푸르트]]→[[암스테르담]]→[[서울]] 경유편은 [[네덜란드]]가 솅겐조약과 양자협정 중 뭘 우선으로 하든<ref>[[네덜란드]]는 솅겐조약이 우선이다.</ref> 무조건 [[암스테르담]]에서 벌금 맞는다. | |||
조금 더 머리를 쓰면 솅겐 가입국에서 비솅겐 가입국으로 갔다가 양자협약을 우선하는 솅겐 가입국으로 들어간 다음, 역시 양자협약을 우선하는 다른 솅겐 가입국에서 귀국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70일을 보낸 다음 [[영국]]에 며칠 갔다가 양자협약 우선 솅겐 가입국인 [[덴마크]]로 들어온 다음 30일 동안 솅겐 가입국을 돌다가 [[독일]]에서 출국하면 총 100일을 있었기 때문에 체류 기한 위반이지만 [[덴마크]]로 들어올 때 여권에 찍힌 입국 기록을 기준으로 30일 체류한 걸로 인정해서 양자협약에 따라 문제 없이 출국할 수 있다. | |||
머리 잘못 썼다가 계산이 틀리면 꼼짝 없이 벌금이니까 그냥 일정을 90일 안으로 잡는 게 안전하다. | |||
<del>일단 그런 고민 할 정도로 시간+돈이 널널한가 보네. 부러워라.</del> | |||
==문제점== | |||
솅겐조약이 문제 없이 잘 되려면 모든 가입국이 똑같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입출국을 허용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보니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입국이 쉬운 나라로 들어가서 어려운 나라로 가는 방법으로 악용한다. 한국이야 [[유럽]] 나라들을 거의 무비자로 들어갈 수 있어서 못 느끼지만 테러 사건과 관계가 있거나 난민들이 들어오거나, 혹은 불법 체류자들이 많은 나라에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솅겐조약을 악용하는 일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 때 테러리스트들이 상대적으로 테러 경계가 허술한 국가로 입국한 다음 테러 목적지까지 별다른 제지 없이 갈 수 있었던 사례가 발견되면서 규제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 결과, [[EU]] 회원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게 2020년부터 ‘유럽 여행 정보 및 승인 시스템’(ETIAS)을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의 ESTA, 호주의 ETA와 비슷한 전자비자 시스템으로,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문제가 없으면 바로 승인이 나지만 인터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서 문제가 있으면 4일 안에 승인 여부가 결정 난다. 그런데 솅겐조약만 가입하고 [[EU]] 회원국은 아닌 [[스위스]]는 ETIAS에 해당이 안 되므로, 이런 국가들이 별도로 [[EU]]와 협의해서 ETIAS를 도입하지 않으면 ETIAS 승인 없이 [[스위스]]로 입국해서 다른 솅겐조약 가입국으로 가는 게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 |||
{{각주}} |
2020년 11월 24일 (화) 11:44 기준 최신판
Schengen Agreement.
유럽 안에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조약으로, 벨기에, 독일(당시에는 서독), 프랑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이렇게 다섯 나라가 조약을 체결한 룩셈부르크의 솅겐이라는 지명에서 이름을 따 왔다. 이후 계속 가입국이 늘어서 이제는 영국과 아일랜드 정도를 제외한 서유럽 거의 모든 국가와 일부 동유럽 국가를 아우르고 있다. 이 조약 가입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가입국에 입국한 외국인도 다른 가입국을 마치 역내처럼 오갈 수 있다. 즉 솅겐조약 가입국 중 어느 한 곳에 합법으로 입국했다면[1] 다른 가입국을 추가 비자 없이 여행해도 문제가 없으며 기본적으로는 국경 입출국 절차도 없다. 그렇게 때문에 솅겐조약 가입국 사이를 오가는 철도나 항공편은 마치 국내선처럼 간주해서 입출국 검사를 따로 받지 않는다. 입출국은 무조건 처음으로 도착한 가입국에서 하고 출국도 무조건 비솅겐 국가로 나가는 마지막 나라애서 한다. 만약 비솅겐-솅겐-솅겐 국가 경유편으로 간다면, 예를 들어 서울-암스테르담-베를린으로 간다면 입국심사를 베를린이 아닌 암스테르담애서 받는다. 반대 순서로 귀국할 때도 출국심사를 배를린이 아닌 암스테르담에서 한다. 암스테르담-베를린은 국제선이지만 국내선처럼 별도 입출국 절차가 없다. 입국할 때와 출국할 때 날짜가 적힌 도장을 찍어주며 체류기간 산정에 중요하다.
유럽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환승지에서 종종 당황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단순 환승을 하는 건데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를 않나, 그 다음에 안내표지 따라서 가다 보니까 출발층 체크인 카운터가 나오고 아예 공항 바깥으로 나갈 수도 있는 광경을 보고, "헉! 잘못 나왔나?" 하고 당황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암마인공항이 그 좋은 예. 당황하지 말고 출발 안내를 잘 보고 다음 편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확인한 다음 그쪽으로 가서 보안검사를 다시 받고 게이트로 가면 된다. 아까 여권에 도장을 찍어줄 때 입국이 완료됐기 때문에 굳이 다른 가입국으로 가는 항공편 환승객을 위한 보안검색대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조약의 배경
솅겐조약이 생긴 배경을 이해하려면 유럽이 어떤 구조인지를 보면 된다. 작은 나라들이 다닥다닥 얽혀 있는 데다가 이들 나라 중 상당수는 크기는 작으면서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작은 나라도 많고, 역사적으로 합쳐졌다 쪼개졌다를 되풀이하다 보니 국경을 넘어가는 도로나 철도도 많이 뚫려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은 많아지는데 이걸 국경에서 일일이 출입국 절차를 밟고 어쩌고 하려면 시설과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 그래서 가입국끼리는 국경을 통과할 때 이런 절차들을 적용하지 말고 그냥 같은 나라 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하자... 는 게 솅겐조약의 배경이다.
단 모든 유럽 국가가 가입해 있지도 않고, EU 회원국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으로, 솅겐조약 가입국이 아니라서 유럽 여행할 때 은근히 일정 짜기 까다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 여행을 할 때에는 잘 이용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머지 않아 EU 회원국도 아니다. 반면 스위스처럼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솅겐조약 가입국인 나라도 있다.유럽 여러 나라를 다닐 계획아라면 조약 가입국은 통으로 뭉치고 처음이나 마지막 여행지를 비가입국으로 하는 게 여러 모로 편하다.
단기 체류기간 규정
솅겐조약 가입국에 입국한 비가입국 국민은 유학이나 취업비자 같은 장기 체류 비자가 없는 한은 연속한 180일 동안 최장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즉 입국해서 90일 여행을 했다면 90일 이후에나 다시 들어올 수 있다. 단 90일 체류기간은 연속이 아니다. 솅겐조약 가입국 바깥으로 나가는 날 기준으로 180일 전까지 몇 번 들락날락했든 가입국에 체류한 기간이 합쳐서 90일을 넘으면 안 된다. 이 규정이 은근히 헷갈리는 점들이 있어서 가끔 이 규정 위반으로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솅겐조약과는 별도로 국가간 협정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있는데, 이들 나라는 솅겐조약과는 별도로 일정 기간 체류를 허용하기 때문에 이 점을 잘 이용하면 90일 넘게 장기 유럽 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헷갈리면 엄청난 벌금을 맞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유럽 국가들과 양자협정을 맺어서 무비자로 180일 어쩌고 없이 한번 입국했을 때 90일 체류를 할 수 있는데, 나라마다 출입국 때 양자협정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고 솅겐조약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 헷갈린다. 특히, 경유지에서 걸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예를 들어 핀에어 항공편으로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해서 솅겐조약 우선 적용 국가인 프랑스로 들어갔다가 다른 솅겐조약 가입국들을 돌면서 90일을 채우고 역시 솅겐조약 가입국이지만 양자협정 우선 적용 국가인 독일로 와서 10일 더 있다가 귀국한다고 가정해 보자. 핀란드에서는 오로지 환승만 할 예정이고 공항 밖으로 나갈 계획이 없다. 그냥 이렇게 보면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귀국할 때 출국심사를 독일이 아니라 핀란드에서 하는 게 문제다. 핀란드는 솅겐조약이 우선이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므로 독일에 체류한 기간이 규정 위반이 되어 벌금을 장난 아니게 맞는다. 아, 그럼 들어올 때는 헬싱키 경유편, 귀국할 때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바로 나가면 되겠네?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일당 항공료가 겁나 비싸지고[2] 독일 양자협정의 90일 체류기간 위반에 걸린다. 솅겐조약 가입국 사이에서 오갈 때에는 출입국 기록이 안 남기 때문에 독일에서 다른 나라로 갔다 왔다는 입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입국이 핀란드로 되어 있어도 그 안에 다른 출입국 기록이 없으면 그냥 거기서부터 독일 체류 시작일로 계산해버린다. 다른 나라에서 찍은 사진이나 받은 영수증 그런 건 씨알도 안 먹힌다.
가장 괜찮은 방법은 90일을 넘기기 전에 유럽의 솅겐조약 비가입국에 갔다가 양자협약 우선 국가로 들어오는 것이다. 즉, 독일이 아닌 솅겐조약 가입국으로 입국해서 85일쯤 여러 가입국을 돌아다닌 다음 비솅겐국가인 영국에 며칠 갔다가 독일로 넘어오는 식이다. 90일이 안 되었기 때문에 독일 입국에 문제가 없고, 영국→독일로 들어올 때 다시 여권에 입국도장을 찍어주므로 양자협정에 따라 이 때부터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다만 귀국할 때에는 반드시 직항이거나 다른 솅겐조약 가입국을 거치지 않는 경유편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런던→서울 경유편은 문제가 없지만 프랑크푸르트→암스테르담→서울 경유편은 네덜란드가 솅겐조약과 양자협정 중 뭘 우선으로 하든[3] 무조건 암스테르담에서 벌금 맞는다.
조금 더 머리를 쓰면 솅겐 가입국에서 비솅겐 가입국으로 갔다가 양자협약을 우선하는 솅겐 가입국으로 들어간 다음, 역시 양자협약을 우선하는 다른 솅겐 가입국에서 귀국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70일을 보낸 다음 영국에 며칠 갔다가 양자협약 우선 솅겐 가입국인 덴마크로 들어온 다음 30일 동안 솅겐 가입국을 돌다가 독일에서 출국하면 총 100일을 있었기 때문에 체류 기한 위반이지만 덴마크로 들어올 때 여권에 찍힌 입국 기록을 기준으로 30일 체류한 걸로 인정해서 양자협약에 따라 문제 없이 출국할 수 있다.
머리 잘못 썼다가 계산이 틀리면 꼼짝 없이 벌금이니까 그냥 일정을 90일 안으로 잡는 게 안전하다.
일단 그런 고민 할 정도로 시간+돈이 널널한가 보네. 부러워라.
문제점
솅겐조약이 문제 없이 잘 되려면 모든 가입국이 똑같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입출국을 허용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보니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입국이 쉬운 나라로 들어가서 어려운 나라로 가는 방법으로 악용한다. 한국이야 유럽 나라들을 거의 무비자로 들어갈 수 있어서 못 느끼지만 테러 사건과 관계가 있거나 난민들이 들어오거나, 혹은 불법 체류자들이 많은 나라에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솅겐조약을 악용하는 일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 때 테러리스트들이 상대적으로 테러 경계가 허술한 국가로 입국한 다음 테러 목적지까지 별다른 제지 없이 갈 수 있었던 사례가 발견되면서 규제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 결과, EU 회원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게 2020년부터 ‘유럽 여행 정보 및 승인 시스템’(ETIAS)을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의 ESTA, 호주의 ETA와 비슷한 전자비자 시스템으로,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문제가 없으면 바로 승인이 나지만 인터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서 문제가 있으면 4일 안에 승인 여부가 결정 난다. 그런데 솅겐조약만 가입하고 EU 회원국은 아닌 스위스는 ETIAS에 해당이 안 되므로, 이런 국가들이 별도로 EU와 협의해서 ETIAS를 도입하지 않으면 ETIAS 승인 없이 스위스로 입국해서 다른 솅겐조약 가입국으로 가는 게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