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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쓰이는 [[은어]]. 돈이 많거나 힘 있는 높으신 분들, 속된 말로 [[끗발]] 있는 수감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그와 대비되는 말로 돈 없는 재소자는 [[개털]]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면회도 자주 오는 데다가 영치금도 많이 들어오므로 넉넉하게 이것저것 사 먹을 수도 있고, 여러 명이 같이 수용되는 방에 있다면 인심 좋게 다른 재소자들에게도 풀 수 있어서 방에서도 꽤나 대접을 받는다. [[교도소]] 쪽에서도 방을 배정할 때 [[개털]]들이 있는 방에 범털 하나씩을 넣어주기도 한다. |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쓰이는 [[은어]]. 돈이 많거나 힘 있는 높으신 분들, 속된 말로 [[끗발]] 있는 수감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그와 대비되는 말로 돈 없는 재소자는 [[개털]]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면회도 자주 오는 데다가 영치금도 많이 들어오므로 넉넉하게 이것저것 사 먹을 수도 있고, 여러 명이 같이 수용되는 방에 있다면 인심 좋게 다른 재소자들에게도 풀 수 있어서<ref>과거에는 '사식' 즉, 아예 한 끼를 돈 내고 사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건 없어졌고 대신 여러 가지 간식이나 반찬을 영치금으로 사 먹을 수 있다.</ref> 방에서도 꽤나 대접을 받는다. [[교도소]] 쪽에서도 방을 배정할 때 [[개털]]들이 있는 방에 범털 하나씩을 넣어주기도 한다. | ||
'범털'이라는 말의 유래는 원래 모포에서 나왔다. | '범털'이라는 말의 유래는 원래 모포에서 나왔다. 재소자에게는 기본적으로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모포가 나오는데, 털도 짧고 까끌까끌해서 군대 모포보다도 별로이고 <del>당연하지 죄수한테 군인보다 좋은 걸 줄리가</del> 낡은 게 많다. 예전 [[교도소]]는 겨울에 난방 같은 게 없었고<ref>방 안에는 난방이 전혀 안 되었고 복도에 [[연탄]] 난로 몇 개 때는 게 다였다. 건물 단열도 잘 안 됐고 창문은 유리를 깨서 자해하거나 무기로 쓸까봐 투명 필름 창을 썼는데 그게 단열이 잘 될 리가... 이중 창 같은 것도 없었고, 그래서 겨울에는 일부러 한 방에 사람을 많이 넣기도 했다 카더라. <del>인간 난로</del> 물론 여름에도 냉방이 안 되는지라 여름에 여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으면 정말로 더웠다.</ref>, 단열이 잘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잘 때도 옷을 껴입고 모포를 뒤집어 쓰면서 겨울을 나야 했다. [[교도소]]에 있는 모포는 한 장으로는 추워서 두 장 이상씩은 겹쳐서 덮고 자야 했다. 그걸로도 한겨울 추위는 견디기 어려워서 내복<ref>예전에는 구치소 공식 용어로 웃도리를 안타(언더웨어의 일본식 발음이 변형된 것), 아랫도리를 개바지라고 불렀다. 이것도 개털들은 구치소에서 파는 싸구려를 입었지만 범털들은 이중 구조층 안에 솜이 들어간 에어메리를 입었다.</ref>까지 껴입고 자기도 했다. | ||
하지만 돈이 있는 재소자는 바깥에서 두툼하고 따뜻한 담요를 들여다가 쓰는데, 이걸 범털이라고 부른다. 구치소 앞에는 담요를 비롯해서 밖에서 사다가 넣어줄 수 있는 물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파는 담요들은 돈 주고 사는 것인 만큼 당연히 털도 좀 더 길고 부드러운 데다가 호랑이 무늬 같은 알록달록한 무늬가 많았기 때문에 범털이라고 불렀다는 게 그 동네, 즉 빵잽이<ref>[[교도소]]를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사람을 뜻하는 말.</ref>들 사이의 정설이다. 이런 건 하나만 덮고 자도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다.<ref>하지만 집에서처럼은 아니고 보통은 내복을 입고 자며, 한겨울에는 좀 부족해서 개털 하나 | 하지만 돈이 있는 재소자는 바깥에서 두툼하고 따뜻한 담요를 들여다가 쓰는데, 이걸 범털이라고 부른다. 구치소 앞에는 담요를 비롯해서 밖에서 사다가 넣어줄 수 있는 물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파는 담요들은 돈 주고 사는 것인 만큼 당연히 털도 좀 더 길고 부드러운 데다가 호랑이 무늬 같은 알록달록한 무늬가 많았기 때문에 범털이라고 불렀다는 게 그 동네, 즉 빵잽이<ref>[[교도소]]를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사람을 뜻하는 말.</ref>들 사이의 정설이다. 이런 건 하나만 덮고 자도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다.<ref>하지만 집에서처럼은 아니고 보통은 내복을 입고 자며, 한겨울에는 좀 부족해서 개털 하나 정도를 위에 올리고 자기도 했다.</ref> 그와 비교해서 [[구치소]] 또는 [[교도소]]에 비치되어 있는 모포는 범털보다 털도 짧고 얇아서 추웠기 때문에 [[개털]]이라고 부른다.<ref>사실 [[개]]도 품종에 따라서는 털이 짧지 않고 극지방에서 [[썰매]]를 끌 정도로 보온성도 좋다. 하지만 '[[개]]'라는 말이 별로 좋지 않은 것, 싸구려를 뜻하는 접두사로 종종 쓰였으며 옷이나 이불에 쓰는 털 중에 질 낮은 털을 [[개털]]이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ref> 그래서 돈 있는 재소자와 없는 재소자를 '범털 덮고 자는 사람'과 '[[개털]] 덮고 자는 사람'으로 구분하게 된 것이고, 그냥 줄여서 범털, [[개털]]이 되었다. 과거에는 범털 담요가 두 겹으로 되어 있다보니 그 안에 [[담배]]나 심지어 [[마약]]을 집어넣고 꿰매서 넣기도 했다는데, 그래서 두 겹짜리는 넣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었다고 한다. 그래도 가장자리에 덧대는 부분 안에 [[담배]]나 [[마약]]을 넣고 꿰매서 넣는 사례도 있다고.<ref>하지만 이런 것들은 검사를 세게 하므로 거의 걸린다. 교도소 안에서 담배가 유통되는 경우는 교도관이나 경비교도대를 통해 유출되는 것. 특히 진짜 범털들은 교도관 중에 뒤를 봐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가 왕왕 있고 그게 들통나서 가끔 기사화되는 일도 있다.</ref> | ||
요즈음은 [[교도소]]도 좀 더 질 좋은 난방 시설이 제공되고 공급되는 물품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그리고 [[교도소]]에서는 원칙적으로 바깥에서 옷<ref>미결수는 외부에서 넣어주는 옷이 허용되는데, 밖에서 입는 사복을 들여다 입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지정된 형식의 옷을 사서 넣을 수 있다. 보통 [[구치소]] 근처에서 판다. 모양도 덜 죄수복스럽고 겨울 것은 솜이 넉넉히 들어가서 따뜻하다.</ref>이나 담요를 제공 받는 것을 금지하는 쪽으로 규정이 바뀌었지만 | 요즈음은 [[교도소]]도 좀 더 질 좋은 난방 시설이 제공되고 공급되는 물품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그리고 [[교도소]]에서는 원칙적으로 바깥에서 옷<ref>미결수는 외부에서 넣어주는 옷이 허용되는데, 밖에서 입는 사복을 들여다 입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지정된 형식의 옷을 사서 넣을 수 있다. 보통 [[구치소]] 근처에서 판다. 모양도 한복 비스무리해서 덜 죄수복스럽고 겨울 것은 솜이 넉넉히 들어가서 따뜻하다.</ref>이나 담요를 제공 받는 것을 금지하는 쪽으로 규정이 바뀌었지만 한동안 [[구치소]] 단계까지는 밖에서 담요를 들여다 쓸 수 있었다가<ref>원칙적으로 [[구치소]]는 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 즉 미결수들이 수감되는 곳이라 법적으로 따지면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미결수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실제 형을 사는 기결수보다는 면회 횟수, 외부 반입 물품과 같은 부분에서 좀 더 허용되는 게 많은 반면, 기결수들은 적어도 교도소 내의 활동에 관해서는 자유도가 좀 더 주어진다.</ref>, 요즈음은 외부 반입은 안 되고 담요나 침낭을 안에서 영치금으로 사서 쓰는 쪽으로 바뀌었다.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없고 교도소에서 제작한 물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외부 반입보다는 질이 떨어진다는 평. 범털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셈이지만 오랫동안 쓰여온 은어이니 돈 많고 빽 있는 수감자를 지칭하는 말로 계속 쓰이고 있다. | ||
<del>유전범털 무전개털</del> | <del>유전범털 무전개털</del> | ||
돈이 많으나 적으나 일단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왔다면 그래도 평등하게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교도소]] 안에서도 범털은 떵떵거린다. 특히나 [[구치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재벌 총수나 그 일가, | 돈이 많으나 적으나 일단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왔다면 그래도 평등하게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교도소]] 안에서도 범털은 떵떵거린다. 특히나 [[구치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재벌 총수나 그 일가, 정치인, 심지어 전직 대통령<ref>감옥 바깥에서는 이런 사람들 정도는 되어야 '범털'이라고 하지만 감옥 안에서는 그냥 영치금 걱정 안하고 인심 후하게 쓰면 범털 취급을 받는다.</ref>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넓은 독방을 쓰고 마음껏 면회도 하는 게 보통이다. 그것도 유리로 막힌 일반 접견실이 아니라 보통 변호인 접견실이나 [[교도소]] 내 일반 응접실에서 면회가 이루어진다. 아예 하루 종일 사무실이나 응접실에서 놀다 가기도 하고, 로펌 단위로 변호인을 여러 명 고용할 정도로 끗발이 되는 범털이라면 아예 접견실에서 놀아주는 게 주 업무인 변호인이 있기도 하다.<ref>변호인 접견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별 제약 없이 허용해 줘야 하기 때문이고 접견 시간의 제한도 별로 없다. 일반 면회는 투명 가림막으로 완전히 격리되어 있지만 변호인 접견은 그런 것 없이 공간도 더 넓다.</ref> 교도소 안에 갇혀 있는 것만 빼고는 다른 재소자들과 모든 것이 다르다.<ref>형이 확정되면 더 이상 변호인 방어권도 의미가 없지만 교도소장의 재량권이 꽤 있기 때문에 특별 면회니 뭐니 해서 방법은 많다.</ref> | ||
이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돈이 좀 있으면 [[교도소]] 안에서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털]]들이 들어 있는 방<ref>예를 들어 소년범들은 [[개털]]들이 많다.</ref>에 일부러 범털을 한 명 넣어주기도 하는데 방 안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용품이나 반찬, 간식 같은 것들을 자기 돈으로 거의 다 사는 대신 감방 생활은 편하게 할 수 있다. 보통 한 방의 서열은 들어온 순서대로 정해져서 | 이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돈이 좀 있으면 [[교도소]] 안에서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털]]들이 들어 있는 방<ref>예를 들어 소년범들은 [[개털]]들이 많다.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로 가면 소년범들은 소년교도소로 가지만 미결수 상태일 때에는 성인과 같은 구치소에 있다.</ref>에 일부러 범털을 한 명 넣어주기도 하는데 방 안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용품이나 반찬, 간식 같은 것들을 자기 돈으로 거의 다 사는 대신 감방 생활은 편하게 할 수 있다. 보통 한 방의 서열은 들어온 순서대로 정해져서 설거지, 화장실 청소와 같은 일들을 해야 하지만 방 안에서 인정한 범털은 여기서 열외. 물론 범털들이 여럿 있는 방<ref>예를 들어 경제사범들을 모아 놓은 방. 경제사범들 중에는 돈이 넉넉한 사람들이 꽤 있다. <del>이재용?</del> 재벌 회장 정도라면 아예 넓은 독방을 준다. <del>교도소에서도 부동산 불평등이</del></ref>에서는 그냥 원래 서열대로 간다. | ||
[[교도소]] 은어지만 [[교도소]]를 무대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많이 쓰이면서 일반에게도 꽤 알려졌다. 높으신 분들이 구속되면 주로 가는 서울구치소를 범털 감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안에서도 좀 더 넓은 독방<ref>그래봤자 두 평 남짓이지만 과거에는 그 정도 넓이의 방에 많게는 여덟 아홉 명이 살았다.</ref>을 혼자 쓰는 사람들은 유력 정치인이나 기업가 같이 속된 말로 '힘 좀 쓰는 사람'들인지라, 이런 독방을 범털 독방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다. | [[교도소]] 은어지만 [[교도소]]를 무대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많이 쓰이면서 일반에게도 꽤 알려졌다. 높으신 분들이 구속되면 주로 가는 서울구치소를 범털 감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ref>요즈음은 서울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서울동부구치소가 새로운 범털 감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 지은만큼 아무래도 시설도 좋고 깨끗할 테니까. 박근혜는 서울구치소에 수감시켰지만 이명박, 최순실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시켰다.</ref> 그 안에서도 좀 더 넓은 독방<ref>그래봤자 두 평 남짓이지만 과거에는 그 정도 넓이의 방에 많게는 여덟 아홉 명이 살았다. 그러다 보니 개털들은 몇 명씩 넣는 방을 범털은 혼자만 쓴다면서 권력이나 금력에 따라 교도소 안에서도 범죄자의 생활환경을 차별하냐는 불만도 많다. 일반 수용자용 독방도 있지만 면적이 정말로 좁아서 대다수는 기피하고 주로 교도소 내 규칙 위반자를 일정 기간 가두는 징벌방으로 쓰인다.</ref>을 혼자 쓰는 사람들은 유력 정치인이나 기업가 같이 속된 말로 '힘 좀 쓰는 사람'들인지라, 이런 독방을 범털 독방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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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5일 (목) 09:47 기준 최신판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쓰이는 은어. 돈이 많거나 힘 있는 높으신 분들, 속된 말로 끗발 있는 수감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그와 대비되는 말로 돈 없는 재소자는 개털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면회도 자주 오는 데다가 영치금도 많이 들어오므로 넉넉하게 이것저것 사 먹을 수도 있고, 여러 명이 같이 수용되는 방에 있다면 인심 좋게 다른 재소자들에게도 풀 수 있어서[1] 방에서도 꽤나 대접을 받는다. 교도소 쪽에서도 방을 배정할 때 개털들이 있는 방에 범털 하나씩을 넣어주기도 한다.
'범털'이라는 말의 유래는 원래 모포에서 나왔다. 재소자에게는 기본적으로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모포가 나오는데, 털도 짧고 까끌까끌해서 군대 모포보다도 별로이고 당연하지 죄수한테 군인보다 좋은 걸 줄리가 낡은 게 많다. 예전 교도소는 겨울에 난방 같은 게 없었고[2], 단열이 잘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잘 때도 옷을 껴입고 모포를 뒤집어 쓰면서 겨울을 나야 했다. 교도소에 있는 모포는 한 장으로는 추워서 두 장 이상씩은 겹쳐서 덮고 자야 했다. 그걸로도 한겨울 추위는 견디기 어려워서 내복[3]까지 껴입고 자기도 했다.
하지만 돈이 있는 재소자는 바깥에서 두툼하고 따뜻한 담요를 들여다가 쓰는데, 이걸 범털이라고 부른다. 구치소 앞에는 담요를 비롯해서 밖에서 사다가 넣어줄 수 있는 물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파는 담요들은 돈 주고 사는 것인 만큼 당연히 털도 좀 더 길고 부드러운 데다가 호랑이 무늬 같은 알록달록한 무늬가 많았기 때문에 범털이라고 불렀다는 게 그 동네, 즉 빵잽이[4]들 사이의 정설이다. 이런 건 하나만 덮고 자도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다.[5] 그와 비교해서 구치소 또는 교도소에 비치되어 있는 모포는 범털보다 털도 짧고 얇아서 추웠기 때문에 개털이라고 부른다.[6] 그래서 돈 있는 재소자와 없는 재소자를 '범털 덮고 자는 사람'과 '개털 덮고 자는 사람'으로 구분하게 된 것이고, 그냥 줄여서 범털, 개털이 되었다. 과거에는 범털 담요가 두 겹으로 되어 있다보니 그 안에 담배나 심지어 마약을 집어넣고 꿰매서 넣기도 했다는데, 그래서 두 겹짜리는 넣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었다고 한다. 그래도 가장자리에 덧대는 부분 안에 담배나 마약을 넣고 꿰매서 넣는 사례도 있다고.[7]
요즈음은 교도소도 좀 더 질 좋은 난방 시설이 제공되고 공급되는 물품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그리고 교도소에서는 원칙적으로 바깥에서 옷[8]이나 담요를 제공 받는 것을 금지하는 쪽으로 규정이 바뀌었지만 한동안 구치소 단계까지는 밖에서 담요를 들여다 쓸 수 있었다가[9], 요즈음은 외부 반입은 안 되고 담요나 침낭을 안에서 영치금으로 사서 쓰는 쪽으로 바뀌었다.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없고 교도소에서 제작한 물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외부 반입보다는 질이 떨어진다는 평. 범털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셈이지만 오랫동안 쓰여온 은어이니 돈 많고 빽 있는 수감자를 지칭하는 말로 계속 쓰이고 있다.
유전범털 무전개털
돈이 많으나 적으나 일단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왔다면 그래도 평등하게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교도소 안에서도 범털은 떵떵거린다. 특히나 구치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재벌 총수나 그 일가, 정치인, 심지어 전직 대통령[10]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넓은 독방을 쓰고 마음껏 면회도 하는 게 보통이다. 그것도 유리로 막힌 일반 접견실이 아니라 보통 변호인 접견실이나 교도소 내 일반 응접실에서 면회가 이루어진다. 아예 하루 종일 사무실이나 응접실에서 놀다 가기도 하고, 로펌 단위로 변호인을 여러 명 고용할 정도로 끗발이 되는 범털이라면 아예 접견실에서 놀아주는 게 주 업무인 변호인이 있기도 하다.[11] 교도소 안에 갇혀 있는 것만 빼고는 다른 재소자들과 모든 것이 다르다.[12]
이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돈이 좀 있으면 교도소 안에서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털들이 들어 있는 방[13]에 일부러 범털을 한 명 넣어주기도 하는데 방 안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용품이나 반찬, 간식 같은 것들을 자기 돈으로 거의 다 사는 대신 감방 생활은 편하게 할 수 있다. 보통 한 방의 서열은 들어온 순서대로 정해져서 설거지, 화장실 청소와 같은 일들을 해야 하지만 방 안에서 인정한 범털은 여기서 열외. 물론 범털들이 여럿 있는 방[14]에서는 그냥 원래 서열대로 간다.
교도소 은어지만 교도소를 무대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많이 쓰이면서 일반에게도 꽤 알려졌다. 높으신 분들이 구속되면 주로 가는 서울구치소를 범털 감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15] 그 안에서도 좀 더 넓은 독방[16]을 혼자 쓰는 사람들은 유력 정치인이나 기업가 같이 속된 말로 '힘 좀 쓰는 사람'들인지라, 이런 독방을 범털 독방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다.
각주
- ↑ 과거에는 '사식' 즉, 아예 한 끼를 돈 내고 사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건 없어졌고 대신 여러 가지 간식이나 반찬을 영치금으로 사 먹을 수 있다.
- ↑ 방 안에는 난방이 전혀 안 되었고 복도에 연탄 난로 몇 개 때는 게 다였다. 건물 단열도 잘 안 됐고 창문은 유리를 깨서 자해하거나 무기로 쓸까봐 투명 필름 창을 썼는데 그게 단열이 잘 될 리가... 이중 창 같은 것도 없었고, 그래서 겨울에는 일부러 한 방에 사람을 많이 넣기도 했다 카더라.
인간 난로물론 여름에도 냉방이 안 되는지라 여름에 여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으면 정말로 더웠다. - ↑ 예전에는 구치소 공식 용어로 웃도리를 안타(언더웨어의 일본식 발음이 변형된 것), 아랫도리를 개바지라고 불렀다. 이것도 개털들은 구치소에서 파는 싸구려를 입었지만 범털들은 이중 구조층 안에 솜이 들어간 에어메리를 입었다.
- ↑ 교도소를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사람을 뜻하는 말.
- ↑ 하지만 집에서처럼은 아니고 보통은 내복을 입고 자며, 한겨울에는 좀 부족해서 개털 하나 정도를 위에 올리고 자기도 했다.
- ↑ 사실 개도 품종에 따라서는 털이 짧지 않고 극지방에서 썰매를 끌 정도로 보온성도 좋다. 하지만 '개'라는 말이 별로 좋지 않은 것, 싸구려를 뜻하는 접두사로 종종 쓰였으며 옷이나 이불에 쓰는 털 중에 질 낮은 털을 개털이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 ↑ 하지만 이런 것들은 검사를 세게 하므로 거의 걸린다. 교도소 안에서 담배가 유통되는 경우는 교도관이나 경비교도대를 통해 유출되는 것. 특히 진짜 범털들은 교도관 중에 뒤를 봐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가 왕왕 있고 그게 들통나서 가끔 기사화되는 일도 있다.
- ↑ 미결수는 외부에서 넣어주는 옷이 허용되는데, 밖에서 입는 사복을 들여다 입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지정된 형식의 옷을 사서 넣을 수 있다. 보통 구치소 근처에서 판다. 모양도 한복 비스무리해서 덜 죄수복스럽고 겨울 것은 솜이 넉넉히 들어가서 따뜻하다.
- ↑ 원칙적으로 구치소는 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 즉 미결수들이 수감되는 곳이라 법적으로 따지면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미결수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실제 형을 사는 기결수보다는 면회 횟수, 외부 반입 물품과 같은 부분에서 좀 더 허용되는 게 많은 반면, 기결수들은 적어도 교도소 내의 활동에 관해서는 자유도가 좀 더 주어진다.
- ↑ 감옥 바깥에서는 이런 사람들 정도는 되어야 '범털'이라고 하지만 감옥 안에서는 그냥 영치금 걱정 안하고 인심 후하게 쓰면 범털 취급을 받는다.
- ↑ 변호인 접견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별 제약 없이 허용해 줘야 하기 때문이고 접견 시간의 제한도 별로 없다. 일반 면회는 투명 가림막으로 완전히 격리되어 있지만 변호인 접견은 그런 것 없이 공간도 더 넓다.
- ↑ 형이 확정되면 더 이상 변호인 방어권도 의미가 없지만 교도소장의 재량권이 꽤 있기 때문에 특별 면회니 뭐니 해서 방법은 많다.
- ↑ 예를 들어 소년범들은 개털들이 많다.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로 가면 소년범들은 소년교도소로 가지만 미결수 상태일 때에는 성인과 같은 구치소에 있다.
- ↑ 예를 들어 경제사범들을 모아 놓은 방. 경제사범들 중에는 돈이 넉넉한 사람들이 꽤 있다.
이재용?재벌 회장 정도라면 아예 넓은 독방을 준다.교도소에서도 부동산 불평등이 - ↑ 요즈음은 서울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서울동부구치소가 새로운 범털 감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 지은만큼 아무래도 시설도 좋고 깨끗할 테니까. 박근혜는 서울구치소에 수감시켰지만 이명박, 최순실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시켰다.
- ↑ 그래봤자 두 평 남짓이지만 과거에는 그 정도 넓이의 방에 많게는 여덟 아홉 명이 살았다. 그러다 보니 개털들은 몇 명씩 넣는 방을 범털은 혼자만 쓴다면서 권력이나 금력에 따라 교도소 안에서도 범죄자의 생활환경을 차별하냐는 불만도 많다. 일반 수용자용 독방도 있지만 면적이 정말로 좁아서 대다수는 기피하고 주로 교도소 내 규칙 위반자를 일정 기간 가두는 징벌방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