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 위스키: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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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6일 (금) 22:22 판
Scotch whisky.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나오는 위스키. 다양한 형태의 위스키가 있지만 스카치 위스키라고 하면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해서 만든 위스키를 주로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별 설명 없이 위스키라면 스카치 위스키, 그 중에서도 블렌딩한 스카치 위스키가 기본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의 90%가 블렌딩한 위스키다. 두 가지 위스키를 섞어 만드는 것이 주종이므로 각 브랜드마다 자신들만의 블렌딩 비법이 있다. 이게 단지 몰트 몇%에 그레인 몇%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때 그때 숙성된 술의 상태에 조금씩 차이가 있고 어떤 브랜드는 복잡한 향미를 만들기 위해서 오크통의 산지나 크기, 새 오크통과 중고 오크통과 갈이 숙성 조건을 여러 가지로 해서 술을 숙성한다. 블렌딩 과정에서는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목적으로 이런 수많은 요소를 감안해서 어느 오크통에서 몇 %, 어느 오크통에서 몇 %와 같이 복잡하게 블렌딩 비율이 결정된다. 스카치 위스키 광고에 자주 나오는, 유리잔에 코를 박고 있는 나이든 남자는 보통 그 브랜드의 위스키 블렌딩을 결정하는 마스터 블렌더. 크게 봐서 몰트 위스키가 많이 들어가면 맥아 특유의 코를 찌르는 듯한 날카롭고 강렬한 느낌이 강해지고, 그레인 위스키가 많이 들어가면 느낌이 부드러워진다. 기본적으로 브랜드에 따라서 이러한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몰트가 많이 부각되는 쪽이 J&B라면 조니워커는 약하게 부각되는 편.
우리나라에서 스카치 위스키는 조금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80년대, 길게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양주'라고 하면 십중팔구 스카치 위스키였고, 대부분의 양주가 팔리는 곳은 룸살롱 같은 유흥업소였다. 여성 유흥접객원, 즉 호스티스가 따라주는 받아 마시는 게 우리나라의 위스키 문화였던 셈. 이 문화가 가장 영향을 미친 쪽이 병 디자인이다. 사실 스코틀랜드에서 만드는 위스키는 대부분 병 모양이 단순하다. 원뿔 모양 아니면 직육면체. 그런데 당시 룸살롱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이른바 '특급 위스키'들은 병 모양이 좀 복잡했다. 호스티스들이 손이 작고 쥐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병 모양이 밋밋하면 미끄러지거나 놓치기 쉬운데, 그랬다가는 손님한테 '매상 올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냐'고 욕먹기 딱 좋을 것이다. 유흥업소에서 스테디셀러로 히트쳤던 썸씽스페셜은 작은 손으로 잡아도 잘 안 미끄러지는 디자인으로 해 달라고 특별주문해서 병 모양을 디자인한 것으로 신문에 기사도 나고 화제도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몰트 위스키가 많이 들어간 블렌딩보다는 그레인 위스키가 더 들어간 쪽이 선호되었던 이유도 호스티스들이 아무래도 강렬한 향미에 부담감이 있으니까... 로 해석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로는 우리나라의 술문화도 다양해지고 여러가지 위스키들이 소개되면서 유흥업소나 다를게 없었던 바가 아닌, 정말로 여유 있게 위스키나 브랜디를 즐기는 목적의 바도 늘어났다. 그에 따라서 스카치 위스키의 폭도 더 넓어지고 싱글몰트 위스키를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의 스카치 위스키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스카치 위스키라면 블렌딩한 위스키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