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77
미국 보잉사의 민간 여객기. 트리플 세븐이라는 이름으로도 종종 부른다.
보잉사를 대표하는 항공기라면 A380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덩치 큰 여객기였던 747이지만 사실 최대 히트작은 777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중장거리용 여객기로는 압도적인 판매고를 자랑하면서 롱런하고 있고, 지금도 많은 항공사들이 중장거리에 열심히 투입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A340은 그야말로 떡실신을 당했고, 심지어는 보잉사의 21세기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787 드림라이너가 자꾸 사고를 쳐대는 바람에 787 수요가 A350이나 A330 Neo, 그리고 개량형 777-X로 역류하는 일까지도 벌어졌다.
777의 최대 강점이라면 쌍발기임에도 4발기를 무색하게 하는 항속거리와 ETOPS다. 쌍발 항공가는 엔진 하나가 고장났을 때 나머지 한 개의 엔진으로 운항 가능한 시간을 정한 ETOPS 규정이 있다. 여객기의 항로를 정할 때에는 이 ETOPS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항로 중 어디서든지 엔진 하나가 고장났을 때, ETOPS 범위 안에 비상착륙할 수 있는 공항이 있어야 한다. 특히 대양을 건너는 항로, 예를 들어 태평양을 횡단하는 한국-미국 노선과 같은 항로에서는 이 ETOPS 규정 때문에 최단거리로 못 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A340은 엔진을 4개 장착함으로써 ETOPS 규정 적용을 안 받는 중형 광동체 여객기를 만들었는데, 777은 쌍발로 180분 이상의 ETOPS를 받아버렸다. 즉 엔진 한 개로 세 시간 이상 운행이 가능하므로 항로 제한이 상당 부분 풀리는 것. 777-200ER은 무려 330분의 ETOPS를 받았다. 330분이면 5시간 반이다. 즉 엔진 하나로 서울에서 방콕 정도의 거리까지도 버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태평양을 건너더라도 괌이나 하와이 호놀룰루와 같이 777 이착륙이 되는 공항들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횡단 항로로 날아갈 수 있다. 연료 효율이나 소음 문제에서는 쌍발이 월등히 유리한지라 A340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렸고 결국 오래 못 가고 단종.
좌석 배열은 이코노미 클래스 기준으로 3-3-3, 즉 1열 9 좌석이다. 그런데 객실 공간의 폭이 9 좌석으로는 약간 널럴한데 이걸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유럽과 중동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3-4-3 배열을 우겨넣는 추세다. 이 배열의 777을 타면 정말 비좁다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 한국의 플래그십 항공사들은 아직까지는 3-3-3 배열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는 3-4-3 배열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플래그십 항공사들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이하게 가지고 있을 법한데 안 가지고 있는 항공사가 둘 있다. 바로 루프트한자와 콴타스. 루프트한자야 에어버스빠니까 그렇다고 치고[1], 심지어 콴타스는 777 개발 당시 보잉과 협력 관계를 가지고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까지 했는데도 777이 없다. 747이나 737은 잘만 굴렸으면서도 중형 광동체는 A330 일색...
한국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777을 굴리고 있다. 최근 들어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에어버스빠로 노선을 잡고 A350을 대거 들어올 예정이지만 아직 상당수 777이 기령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777도 굴릴 것으로 보인다. 저가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 계열인 진에어가 777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