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
강원도의 향토음식 가운데 하나로, 냉면, 밀면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차가운 국물을 사용하는 국수. 메밀과 잡곡으로 만든 끈기가 적은 국수에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거나 매운 양념을 넣어서 비벼 먹는다. 냉면은 동치미와 육수를 섞어서 국물을 만드는데 반해 막국수는 동치미 국물만 쓰는 게 진짜다. 동치미는 무와 소금이 기본이고, 배추를 넣어서 단맛을 더한다. 고명에는 거칠게 갈은 참깨와 김가루, 삶은 달걀 반쪽, 무김치와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지금은 국수 하면 밀가루로 만드는 게 기본이고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별미로 치지만 원래 우리나라는 밀 농사를 별로 안 지었고 쌀농사가 잘 안 되는 강원도나 북한 쪽은 메밀을 많이 키웠기 때문에 옛날에는 국수는 메밀이 주종이었고 밀가루 국수는 귀했다. 평안도 쪽에서는 냉면이 발달했고 강원도 쪽은 막국수가 발전했다. 원래는 화전민들이 주로 해먹던 음식이었는데, 1970년대 초에 화전민들이 완전히 사라진 뒤 춘천에 소양강댐이 지어지면서 전국에서 몰려든 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는 막국수집들이 생겨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1] 그래서 막국수 하면 춘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즈음은 여행도 많이 가고 인터넷을 통해서 소문도 빨리 나다 보니 강릉에서 속초로 이어지는 영동지방 북쪽의 막국수들이 명성을 얻고 있다.
냉면처럼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가 있는 집도 있고 둘을 딱히 구별하지 않는 집도 많다. 국물을 부어서 내오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매운 양념만 얹어서 주고 동치미를 따로 내오는 집이 많다. 처음에는 비빔으로 3분의 1에서 반쯤 먹다가 동치미를 부어서 먹으면 비밈과 물막국수 양쪽을 다 먹을 수 있다. 처음에 얹어서 주는 양념은 물막국수에 풀어서 먹으라고 주는 분량이니까 그대로 비벼 먹으면 짜고 매울 수 있다. 싫으면 양념을 조금 덜어내자.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를 따로 메뉴에 표시한 곳에 가면 처음부터 국물을 붓고 갈은 참깨와 김가루를 듬뿍 뿌려서 국물을 뒤덮다시피 해서 내오는 곳도 있다. 이런 데가 맛이 없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정말 겉만 봐서는 모르는 게 막국수다. 대체로 동해안에 가까울수록 비빔과 물을 구분하지 않는 곳이 많은 편이고, 서쪽 내륙으로 갈수록 둘을 구분하고 김가루를 왕창 뿌려주는 집이 많은 편.
육수를 쓰지 않으므로 냉면집에 가면 흔히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육수도 없는 게 보통이다. 그냥 시판되는 육수를 데워서 내주는 성의 없는 집도 있지만 진짜 제대로 막국수를 만드는 집이라면 막국수 삶은 물을 준다. 뭔 국수 삶은 물을 먹으라고 주나 싶지만 알고 보면 메밀을 우려낸 물이라 고소한 게 숭늉 같기도 하고 맛이 좋아서 맛 들이면 계속 찾게 된다. 메밀차랍시고 병에 넣어서 편의점에서 팔기도 하는데 이게 뭐 어때서? 강원도 사람들은 여기에 간장을 조금 넣어서 먹는다.
원래 국수는 쫄깃하고 탄력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체인점으로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방에 진출한 막국수는 밀가루나 녹말을 섞어서 끈기를 만들지만 강원도 쪽에서 제대로 하는 곳을 가서 먹어 보면 쫄깃한 맛이 별로 없다. 메밀 100%로 만든 막국수는 찰기 같은 것은 기대도 하지 말자. 게다가 차게 먹으니 퉁명스럽게 툭툭 끊어지는 투박한 질감이 진짜 막국수 먹는 맛이다. 이름처럼 뭔가 막 만든 듯한 투박함이야말로 뭔가 강원도스럽지 않나 싶다. 닭갈비집에 가도 거의 100% 확률로 막국수를 판다. 이 역시 강원도에 가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막국수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면이 많이 달라서 닭갈비집 막국수만 먹던 사람들이 제대로 된 막국수를 먹어 보면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 당혹스러워 한다.
속초에서 더 위쪽, 그러니까 거진이나 대진 쪽으로 가면 더더욱 투박해서, 그냥 국수 주고 무와 배추가 들어 있는 동치미 한 그릇 푹 퍼서 따로 준다. 배추도 한 줄기 한 줄기 통째로 그냥 주고 가위로 잘라먹으라고 하는데, 퉁명스럽다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시골스러운 투박함이 느껴져서 좋다.
강원도 이곳 저곳, 특히 잡곡이 많이 나는 북쪽으로 막국수가 발달해 있다. 꼭 속초 쪽 동해안 아니더라도 내륙 쪽에도 막국수집들이 종종 눈에 보이고, 충북 내륙 쪽에도 좀 있다. 제천에 가도 막국수 집이 여기 저기 보인다. 으리으리하고 유명해서 손님이 줄을 서는 막국수집 중에 먹어 보면 뜻밖에 그냥저냥한 곳이 많다. "옛날에는 좋았는데 주인 바뀌고 영 변했어..." 하는 소리를 듣는 곳도 한두 집이 아니다. 차라리 기대 안하고 동네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는 허름한 막국수 집을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강원도 영동쪽을 중심으로는 냉면집에서 따뜻한 육수를 주듯이 면 삶은 물, 즉 면수를 준다. 웬 면 삶은 물? 싶을 수도 있지만 마치 숭늉처럼 고소하고 맛이 좋다. 냉면에 육수를 곁들여 먹듯이 차가운 막국수를 먹을 때 면수로 속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것도 방법이며, 강원도 사람들은 간장을 조금 타서 먹기도 한다.
각주
- ↑ "한반도의 국수 이야기", 월간문화재사랑, 문화재청, 2013년 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