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코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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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병을 막는 수단으로 가장 널리 애용되는 것은 코르크다. 지금이야 스크루 캡이나 크라운 병마개와 같은 다양한 수단들이 있지만 이들은 와인 역사로 보면 아주 한참 뒤에나 나온 것들이고, 코르크도 17세기 경부터 와인 마개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성과 방수성이 있기 때문에 병을 코르크로 단단히 많으면 눕혀놓아도 와인이 새지 않는다. 코르크 참나무라는 참나무의 일종을 껍질을 벗겨서 만든다. 참나무 중에 코르크 마개로 쓸 수 있는 것은 이 코르크 참나무 하나 뿐이다.
나무껍질이라는 천연재료로 만드는 것이다 보니 품질을 완전히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불량이 은근히 있어서 와인 마개 부분의 포일을 벗겨보면 와인이 새어 나와 말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도 있고, 새어나온 와인에 곰팡이가 들러붙은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와인이 상했거나 많이 새어나왔다면 모를까, 약간 새어 나온 정도로는 안 바꿔준다. 특히 포일의 꼭대기 부분이 불룩 솟아 있다면 병 안의 온도가 올라가서[1] 코르크가 밀려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러면 와인이 새어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악의 경우는 공기가 너무 많이 병 안으로 들어오거나 미생물이 들어와서 와인이 변질되는 경우, 또는 코르크가 상해서 와인도 함께 오염되는 경우인데 이를 코키(corky)라고 한다. 확 상한 정도가 아니고 약간 상한 정도라면 웬만큼 와인을 마셔보지 않고서는 잘 감별하기 어렵다.
코르크도 목재의 일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분을 머금고 있어야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와인 병을 눕혀서 보관하라는 이유도 코르크와 와인이 닿아 있어야 수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분을 잃은 코르크는 수축하고 쉽게 갈라지기 때문에 밀폐력이 떨어지고 와인이 새어나올 위험을 높인다. 다만 장기보관할 때에나 그러라는 거지 단기 보관할 거라면 꼭 눕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코르크만으로 마개를 만드는 것도 나름 비용이 드는지라, 저렴한 와인은 여러 가지 대체품을 사용한다. 코르크 칩[2]을 접착제와 함께 압축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3], 아예 발포성 플라스틱으로 인조 코르크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발포성 플라스틱은 따기가 아주 고역인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인조제품이므로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기 좋기 때문에 불량이 날 확률은 적다.
코르크 따기
와인 코르크를 따기 위해서는 코르크스크루를 사용해야 한다. 나선형 모양의 스크루를 코르크에 찔러넣어 돌려 넣은 다음,천천히 코르크를 들어올려서 와인을 딴다. 몇천 원짜리 싸구려부터 수십만 원짜리 프랑스제 샤토 라기올과 같은 고급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아무래도 고급품이 내구성도 좋고 스크류도 쉬이 뒤툴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손잡이에 상아나 고급 목재를 쓰는 것과 같이 실제 기능과는 큰 관련이 없는 사치스러운 부분도 있다.
초보자도 쉽게 딸 수 있도록 만든 스크루들도 있고 전동 오프너도 나와 있지만 기왕이면 소믈리에 나이프(sommelier knife)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보기도 좋고, 다양한 와인들을 따기에도 좋다. 소믈리에 나이프는 포일을 자르기 위한 작은 나이프, 스크루, 그리고 코르크를 밀어올리기 위한 지렛대가 있다. 소믈리에 나이프가 나오기 전에는 그냥 손잡이에 스크루만 있는 코르크스크루가 쓰였는데, 이건 스크루를 박아 넣은 다음 손의 힘만으로 코르크를 당겨 올려야 했다. 소믈리에 나이프는 지렛대 원래를 이용해서 한결 코르크를 당기기 쉽게 되어 있다. 병따개 겸용으로 나온 것도 있다. 스크루를 코르크에 박아 넣는 것도 나름 기술이 필요한데 어영부영 했다가는 스크루가 가장자리로 파고 들어가서 코르크를 옆을 뚫을 수도 있다. 이러면 코르크를 뽑아낼 때 코르크 조각들이 와인으로 떨어지거나, 코르크가 쪼개져서 아래 부분은 박힌 채로 남아 있을 수 있다. 특히 오래된 코르크는 상당히 강도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나기 쉽다.
만약 코르크가 두동강이 났다면 먼저 위쪽 코르크를 뽑아낸 다음, 박혀 있는 조각에 다시 스크루를 밀어넣어서 꺼내려고 시도해 보고, 이 방법으로 실패하면 그냥 코르크를 아래로 밀어서 와인에 빠뜨린 다음 고운 체로 디켄터에 와인을 따르면서 코르크 조각을 걸러낼 수밖에 없다. 처음에 스크루를 박아 넣을 때 옆구리를 타지 않고 가운데로 잘 박히도록 힘을 줘서 옆으로 엇나가지 않게 잘 조절해야 한다.
가장 난감할 때는 스크루가 없을 때다... 요즘은 편의점에서도 몇천 원이면 살 수 있어서[4] 예전보다는 구하기 편해졌지만 그래도 여행 갔는데 와인만 챙기고 스크루는 깜빡했다면 이보다 더 난감할 수는 없다. 인터넷에 갖가지 방법이 나와 있긴 하지만 어느 것도 쉽지 않고, 실패해서 코르크만 망가져서 일을 더 꼬이게 할 위험도 높다. 그냥 근처 편의점에 가는 게 정신건강에 가장 이롭다. 그나마 안전한 방법은 그냥 코르크를 밀어넣어 빠뜨리는 거다. 다만 이것도 쉽지 않게 병 안에 공기가 있기 때문에 공기 압축에 따른 저항이 있다.
스크루 캡
호주를 필두로 신대륙 와인 중에는 아예 코르크를 쓰지 않고 돌려따는 마개인 스크루 캡을 쓰는 와인도 많다. 특히 호주가 애용하는데, 정말 비싼 와인 아니면 웬만한 와인은 중고가까지도 스크루 캡을 쓴다. 최근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와인도 스크루 캡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싸구려 와인에만 쓰는데 반해, 호주는 가격이 좀 있는 와인에도 스크루 캡을 적극 쓰고 있다. 코르크에 비해서는 덜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코르크처럼 보관이 까다롭지도 않고 와인이 새거나 변질된 염려도 적으며[5] 와인 병을 눕혀놓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도 도구가 전혀 필요 없다! 다 못 마셨다면 다시 막아서 보관하기에도 좋다. 확실히 실용성은 좋다. 인조 코르크를 쓰느니 차라리 스크루 캡을 쓰는 게 백번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