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감작용
allelopathic effect 또는 allelopathy.[1]
식물이나 미생물이 화학물질을 주변으로 분비함으로써 다른 생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성장이나 발아를 방해함으로써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주변에 천적이나 경쟁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자연생태계의 화학전인 셈. 독을 품은 생물도 화학무기를 쓰는 생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생물은 다른 생물을 공격하거나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못하도록 독을 활용한다면, 타감작용은 천적이나 경쟁 생물이 자기 주변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화학적 울타리를 쌓는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식물이나 미생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적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맞서 싸운다거나 하는 게 불가능한데, 그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독을 품거나 타감작용을 하는 쪽으로 진화한 생물들이 있고, 반면 잡아먹히는 것을 번식에 활용하는 생물들도 있다. 동물에게 먹힘으로써 씨앗이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는 과일 같은 것들이 그러한 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타감효과라면 바로 푸른곰팡이.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 주위에 다른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이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의 타감효과라고 보면 딱이다. 타감효과가 있는 생물은 푸른곰팡이처럼 주변에 식물이나 미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후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나무과 나무 중에 타감효과를 내는 종이 여럿 있는데, 이런 나무들이 자라는 숲을 보면 나무 주변에 맨땅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늘은 흡혈귀에게 타감효과를 낸다고 한다.
다만 후광이 나타난다고 해서 반드시 타감효과라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일부 관목에서는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맨땅이 주위를 두르고 있어서 학자들이 타감효과 때문이라고 추정했지만 나중에 가서 관목 주변에 서식하는 초식동물이 홀라당 뜯어먹었기 때문으로 밝혀진 사례가 있다. 검증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관목이 서식하는 곳이 그물을 씌워서 동물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을 때 관목 주위에 풀이 자라고 맨땅이 사라지면 타감효과가 아닌 것이다.
농작물에 타감효과를 이용해서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만드는 연구들도 이어지고 있다. 보리, 호밀, 귀리, 헤어리벳치, 포도나무, 토끼풀, 엉겅퀴와 같은 식물에서 타감작용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고, 품종개량을 통해 타감작용을 강화시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농무성에서는 1988년 전세계 벼 유전자원 12,000종을 검정하여 412종에서 타감작용 효과에 의한 잡초발생이 저해된다는 것을 밝혔다.[2] 아직까지 실용화에 이른 경우는 많지 않지만 연구가 더 진전되어 농작물에 활용될 수 있는 품종들이 나오면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유기농 농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주
- ↑ -pathy는 "상호 해가 되는", "해를 입히는"과 같은 뜻을 가진 접미사로 생물학 용어 중에 이 접미사가 붙은 용어들이 여럿 있다.
- ↑ "병해충, 잡초관리에서 타감작용의 역할", RESEAT모니터링 보고서, 2012년 3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