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말 그대로 밥을 기름에 볶은 요리. 물론 밥과 기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보통 잘게 썬 고기, 채소, 달걀 정도는 들어간다. 종류에 따라서 김치, 새우, 조개 같은 것들이 추가로 들어간다.
간단해 보이지만 진짜 제대로 하려면 고도의 실력을 필요로 한다. 중국음식 요리사끼리 실력 대결을 할 때 쓰는 아이템이 볶음밥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잘 만든 볶음밥은 밥알 하나하나가 따로 논다. 즉 어디는 기름이 잘 먹어서 볶이고 어디는 제대로 안 볶이고 하는 식의 편차가 없어야 한다. 숟가락으로 떠보면 알알이 후두둑 떨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볶아서 밥의 수분이 많이 날아가면 딱딱해져서 곤란하다. 타거나 누룽지가 생기면 더더욱 메롱. 빠르게 볶아내면서도 한알 한알 제대로 볶아내야 하니 웍을 다루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볶음밥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일단 강한 화력. 중국집 볶음밥 맛이 집에서는 물론 분식집에서도 안 나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MSG 때문이지만 두꺼운 웍에 강한 화력으로 빠르게 볶아내기 때문에 밥알 안의 수분이 별로 날아가지 않으면서도 겉은 불맛이 나온다. 또 하나는 기름. 돼지기름이나 버터, 마가린 같은 포화지방 덩어리 기름이 맛은 좋다. 중국식 볶음밥은 물론 만능소스인 굴소스의 버프를 받게 마련이다. 사실 굴소스가 은근히 MSG 덩어리다.
한국의 분식집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김치볶음밥. 한때는 철판볶음밥이 엄청 유행했다. 프라이팬 대신 큰 철판 위에 재료를 뿌리고 밥을 볶아낸다. 양 손으로 금속 뒤지개를 잡고 빠르게 볶아내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게 철판볶음밥의 재미. 좀 더 쇼맨십이 있는 요리사라면 술을 살짝 뿌리고 불까지 확 붙여서 불맛을 좀 더 올린다. 불쑈가 보기도 멋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메인 요리를 먹고 막판에 볶음밥을 해먹는 곳이 많다. 고깃집에서도, 닭갈비집에서도, 곱창집에서도, 해물탕집에서도, 감자탕집에서도 밥을 볶는다! 보통은 먹다 남은 메인 요리 또는 약간의 국물에 밥과 참기름, 김가루, 잘게 썰은 채소가 들어간다. 밥을 냄비 위에 펼쳐놓고 더 가열해서 밥이 눌어붙도록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냄비 닦는 사람들은 눌어붙은 거 긁어내려면 죽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