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와리
みずわり(水割り)。
술에 물을 타 마시는 것을 뜻하는 일본어. 위스키나 소주 같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에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추어 마시기 쉽게 한 것. 뜨거운 물을 타서 마실 때에는 오유와리(お湯割り)라고 하며, 탄산수를 타면 하이볼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를 그냥 마시는 게 보통이고[1] 위스키도 온더락스로 주로 마시고 스트레이트를 마시는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에 술에 물을 타서 마시는 것을 뜻하는 용어가 딱히 없다. 반면 일본에서는 소주를 미즈와리나 온더락스로 마시는 게 기본이다.[2] 따라서 소주 제조사도 이를 전제로, 그냥 마셨을 때보다는 미즈와리로 마실 때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어 술을 만든다.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물을 적당하게 타는 게 향미를 즐기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도수가 높으면 알코올향이 너무 강해서 다른 향미가 눌리는 경향이 있는데, 물을 탐으로써 알코올 농도를 줄여주면 억눌려 있던 향미가 풀려난다. 위스키에 물을 몇 방울 정도만 넣어줘도 단맛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1대 1 정도로 물을 타면 마시기도 편해지고[3] 단맛이 확 올라온다.
와인도 지금은 물을 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고대에는 지금처럼 찌꺼기를 걸러낸 맑은 술도 아니었고 농도도 걸쭉했는데 여기에 물을 타서 마셨다. 가톨릭 미사 때에 신부가 마시는 포도주, 즉 성혈에도 물을 약간 섞는데, 그 당시에 유대인들이 포도주를 그렇게 마셨기 때문이다. 후대로 가면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옆구리를 로마 병사가 창으로 찔렀을 때 피와 물이 나왔다는 복음 구절을 상징하는 의미라든가, 신성과 인성의 일치를 상징한다든가 하는 의미를 덧붙였다.
유럽에는 증류주에 아니스라는 약초 및 몇 가지 다른 약초나 향신료를 담가서 만드는 침출주들이 있다. 그리스의 우조가 가장 유명하고 이탈리아의 삼부카, 프랑스의 파스티스와 압생트, 터키의 라크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아니스를 넣은 침출주는 투명하지만 물을 타면 우유처럼 뿌옇게 변하는 특징이 있다. 이를 우조 효과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우조나 라크 같은 술은 물을 타서 마시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압생트는 술이 담긴 잔 위에 압생트 스푼이라는 도구를 걸쳐놓고 그 위에 각설탕 하나를 올린 다음, 위에서 파운틴으로 물이 똑똑 떨어지게 해서 각설탕을 녹여 술에 떨어지게 하는 방법이 있다. 피카소도 이렇게 압생트를 마시려고 기다리는 사람의 그림을 남겼다. 반면 삼부카는 물 타지 않고 그냥 마시는 게 보통이다. 과연 에스프레소의 민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