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주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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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7월 6일 (월) 08:18 판

Rolling Jubilee.

헐값에 팔리는 부실채권을 사들이거나 기증 받아서 없애버리는 것. 일종의 시민운동으로 전 세계에 걸쳐 전개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아무 부실채권이나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개인이 금융기관에 진 빚이다.

은행 대출이나 카드 결제 대금이 연체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연락이 온다. 연체가 3개월 정도 되면 은행이나 카드사와 앞에 이름은 비슷한데 뒤는 '신용정보'라고 이름이 다른 곳에서 독촉이 본격적으로 온다. 이때부터는 무지하게 시달리게 된다. 그래도 빚을 청산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전혀 다른 이름을 가진 곳에서 연락이 온다. 이때쯤 되면 빚 독촉이 살벌해진다. 나는 은행에 빚을 졌는데 독촉하는 회사는 왜 달라지는 걸까?

보통 금융기관은 대출 가운데 일정 비율이 연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이상 연체된 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한 다음 다른 기관에 싼 값으로 채권을 넘긴다. 만약 은행이 계속 가지고 있으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므로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에 추심회사로 떠넘기는 것이다. 담보가 있는 대출이라면 은행들이 연합해서 만든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UAMCO)라는 곳으로 주로 넘긴다. 담보가 있으면 그래도 돈 받아내기가 수월하니 유암코는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나 카드 연체는 처음에는 채권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자기네 계열사로 넘기지만 연체가 지속되면 나중에는 대부회사 같은 곳에 떨이로 처분한다. 100만 원짜리 채권이라면 5만 원 정도에 떨이 처분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회사는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려고 갖은 술수를 부린다. 만약 100만 원짜리 채권을 5만 원에 20개 샀다고 치면 100만 원이 들어간 것인데, 20개 중에서 10%인 2개만 받아내도 200만 원을 번다. 빚진 사람들은 살벌한 빚 독촉에 죽어나지만 뒤에서는 이런 식으로 떨이 거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도 물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건 이른바 도덕적 해이와 상대적 박탈감이다. 돈을 안 갚아도 이런 식으로 탕감해 주면 성실히 갚는 사람들은 호구냐, 이런 얘기다. 말 그대로 보면 맞는 말이지만 지금 사회의 경제와 금융 구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그렇다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누가 책임지냐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빌려주는 돈은 자기 돈이 아니다. 예금주가 맡긴 돈을 가지고 돈놀이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돈을 빌려줄 때 상환이 가능한지를 제대로 판단할 의무가 있다. 그런 거 제대로 안 따져보고 막 빌려 주고 심지어 광고까지 열심히 하면서 돈 없으면 빌러서 쓰라고 부추기는 것도 일종의 도덕적 해이라는 것이다. 이건 누가 책임지나? 나름대로 감독기관도 있고 징계도 하지만 그런 걸로 은행 직원이 생계에 위협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모든 책임을 채무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돌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실채권의 채무자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탈탈 털려서 속된 말로 불알 두쪽만 남은 경우가 태반이다. 연체 이자라는 게 한번 연체가 걸리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감당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곧 빚을 갚고 싶어도 갚을 방법이 난망하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에 과연 도덕적 해이 타령만 하면서 밑도 끝도 없이 독촉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폭력이나 절도, 강도와 같은 범죄은 재판을 받거나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것도 죄값을 치르는 건데, 돈 100만 원 빌렸다가 못 갚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람은 오랜 시간동안 끝없이 빚 독촉에 시달리고 경제 활동에 크나큰 제약을 받아야 한다. 과연 형펑성에 맞는 것인가 하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