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싱
Taxiing.
항공기가 자체 동력으로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비행장에서 게이트 및 주기장에서 활주로 사이를 이어주는 유도로를 택시웨이(taxiway)라고 한다. 어원은 우리가 아는 택시에서 나온 건데,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20세기 초에 일부 사람들이 언젠가 택시의 역할을 비행기가 대신할 것으로 예견한 데애에서 나왔다는 설, 그리고 항공기가 지상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모습을 손님을 찾아서 천천히 움직이는 택시에 비교해서 역시 20세기 초에 일부 비행사들이 사용한 속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항공기는 비행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이동 능력은 거의 바보 수준이다. 지상에서도 제트 엔진을 돌려서 추진하는 거라 후진은 거의 불가능하다.[1] 탑승교에서는 토잉카가 뒤로 밀어서 유도로까지 옮겨주고,[2] 여기서 토잉카와 연결을 끊은 다음 활주로까지는 프로펠러든 제트 엔진이든 자체 동력으로 전진하는데, 이것을 택싱이라고 한다. 반대로 활주로에 착륙한 항공기가 승객 또는 화물을 내리기 위해 지정된 장소로 가는 것 역시 택싱이라고 부른다.
항공기는 후진 능력은 정말 후진 놈이지만 전진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체동력으로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피한다. 일단 연료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항공기의 엔진은 어떤 방식이든 공기의 흐름을 바꿈으로써 공중에서 추진력을 얻는데, 지상에서는 이게 굉장히 효율이 떨어진다. 푸시백이 끝난 다음 이륙을 위해 활주로까지 갈 때, 착륙한 후에 게이트까지 갈 때 정도가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경우이고, 한동안 항공기를 쓰지 않거나 정비와 같은 이유로 게이트에서 주기장이나 격납고로 보낼 때에는 토잉카를 사용해서 끌고 간다. 진행 방향을 바꿀 때에는 자동차처럼 앞쪽 랜딩 기어(노즈 기어)를 돌려서 조향을 할 수 있다.
비행기 여행을 많이 해 본들은 잘 알겠지만 이 택싱 과정에서 까먹는 시간이 많다. 일본이나 중국 같은 단거리 구간은 심지어 실제 비행시간보다 택싱 시간이 더 긴 경우도 있다.[3] 갑작스러운 기상변화로 이착륙이 정지되어 비행기가 많이 밀려 있다든가, 원래 항공편이 너무 많아서 시간 지연이 잦은 공항이라면 택싱 시간이 한 시간 이상 갈 수도 있다. 일부 항공기 기종은 이륙 후에야 온도조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때문에[4] 여름철에 택싱에 오랜 시간을 까먹으면 객실 안이 찜통이 되어서 승객들이 고역을 치른다. 심한 경우에는 택싱이 시간 단위 지연되어 지상에서 기내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트래픽이 극악 수준인 상하이 푸둥국제공항 같은 곳에서는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각주
- ↑ 항공기가 지상에서 자체 동력으로 후진하는 것을 파워백(powerback)이라고 하는데, 프로펠러나 터보프롭이라면 자동차처럼 기어를 이용해서 프로펠러를 반대로 돌려주면 후진을 할 수 있고, 제트엔진의 경우에도 착륙 때 빠르게 속도를 줄이기 위해 추력의 일부를 앞쪽으로 뿜어주는 제동장치인 트러스트 리버서(thrust reverser)를 사용해서 후진을 할 수는 있지만 지상에서 후진을 위해서 쓰기에는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데다가 강한 기류를 앞으로 뿜어내기 때문에 자칫 사고 위험도 크다. 예를 들어, 게이트에서 떠나려는 비행기가 파워백을 했다가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강한 기류에 휘말리거나 장비가 날아가서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 ↑ 이것을 토잉(towing) 또는 푸시백(pushback)이라고 한다. 항공기 자체 동력으로 후진하는 것은 푸시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파워백(powerback)이라고 한다.
- ↑ 예를 들어 인천-후쿠오카 구간의 경우, 실제 비행시간은 50분도 안 되는데, 인천공항에서의 택싱 시간은 트래픽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도 종종 20분쯤은 걸리므로 후쿠오카공항의 택싱시간까지 합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종종 있다.
- ↑ 공조장치가 높은 곳의 차가운 공기를 흡입한 다음 제트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를 이용해서 적당한 온도로 높여서 공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