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주
이름처럼 과일로 만드는 술. 과실주라고도 하지만 좀 더 엄밀하게는 과실주는 과일의 즙을 발효시켜 만드는 술을 뜻하며, 과실주를 포함하여 과일이 주 재료인 술, 예를 들어 매실을 소주에 담가 만드는 매실주와 같은 침출주도 과일주의 일종이다.[1] 여기서는 과일을 이용한 발효주는 과실주 항목으로 따로 서술한다. 맥주에 레몬 과즙을 넣은 라들러라든가, 벨기에의 람빅 맥주에 체리 과즙을 넣은 크릭 같은 술들도 있지만 이것들은 맥주에 향미를 입히기 위한 목적이므로 맥주의 일종으로 보고 과일주로 치지는 않는다.[2]
인간이 당분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 과일이었고, 익을 대로 익어서 물러진 과일에 공기 속을 떠돌던 효모가 붙어서 알코올 발효를 일으킨 것을 먹고 취기를 느낀 것을 술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경험을 통해 과즙을 자연 발효시켜서 술을 만드는 방법이 발전했다. 그런데 당도가 웬만큼 있는 과일은 이런 식으로 쉬이 술이 되었지만 당도가 약하거나 수분이 적은 과일은 상대적으로 술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무 과일이나 술로 만들 수는 없었다. 또한 농경사회로 접어들고 맥아, 누룩과 같은 당화효소를 사용해서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어 발효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만들어지면서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곡물주의 비중이 올라갔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은 곡물주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와인의 비중이 컸던 서양과 비교하면 과일주 쪽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게 낮았다. 특히 과즙을 직접 발효시키는 과실주는 더더욱 드물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유럽, 특히 지중해성 기후는 여름이 건조하기 때문에 과일의 당도가 높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여름이 습하고 큰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당도가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3] 또한 유럽은 물에 석회질이 많아 그냥 마시기에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약주와 막걸리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매실주나 복분자주도 소주에 담가 침출 방식으로 만들었다. 다만 복분자주 중에는 과즙 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것도 있지만 당도가 낮기 때문에 술이 상당량의 설탕을 필요로 한다. 포도주도 우리나라는 소주에 담가서 만들었고, 현대에 들어서야 와인이 수입되면서 충청북도 영동군과 같이 일부 지역에서 국산 와인을 만들려는 노력도 있긴 하지만 일단 유럽의 주요 와인 산지에서 나는 포도와 비교하면 당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가장 약점이라[4]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여전히 국내의 과일주는 절대 다수가 침출주다.
각주
- ↑ 주세법으로는 침출주 방식으로 만든 과일주는 리큐르로 들어간다.
- ↑ 그그렇다면 담금주와 무슨 차이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는데, 담금주에 쓰이는 술은 향미가 거의 없는 알코올 덩어리에 불과하다. 즉 술은 알코올을 제공하고, 과일이 썩지 않도록 보존성을 높이고, 물만으로는 우러나오지 않지만 알코올에는 우러나오는 성분을 끌어내는 수단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 ↑ 와인만 해도 구대륙이든 신대륙이든 와인에 쓰이는 포도는 너무 달아서 사람이 먹기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 포도는 당도가 12 brix만 되어도 달다고 생각하는데, 와인용 포도는 최소 20 brix가 넘어간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기른 포도로 만든 와인은 설탕을 잔뜩 때려넣어야 술 같은 게 나오며, 설탕을 잔뜩 넣어서 당도를 맞춘 와인이 포도만으로, 혹은 설탕을 약간만 쓴 와인에 비해 맛이 없을 건은 불을 보듯 뻔하다.
- ↑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와인도 당도가 모자라면 설탕을 첨가하는데 하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