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Florence Foster Jenkins.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전설의 소프라노. 조수미와는 정 반대 의미로. 블랙커피, 고음불가를 비롯한 실력파 개가수들의 원조. 문제는 얘들은 개그였지만 젠킨스 여사는 엄청 진지했다는 거.
굉장히 무대 연출에 신경을 썼다. 노래 못하는 걸 연출로 때우는 면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아이돌의 원조인 셈이다. 화려한 드레스에 날개까지 뒤에 달고 나타나는가 하면, 무대에 대형 조개껍질 모형을 세워 놓고, 껍질이 열리면 그 안에서 짠 하고 나타나는 연출을 하는 것이 그 예.
MBC <서프라이즈>에서는 지금까지 노래를 잘 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던 자신이 카네기홀 공연 이후에 쏟아지는 비난에 충격을 받아 쓰러져 숨진 것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카네기홀 공연이 매진되었을 때 청중들이 플로렌스가 그와 같은 위대한 노래 실력을 가진 줄 모르고 표를 산 게 아니다. 젠킨스 여사는 무려 일흔 다섯의 나이에 평생 소원이었던 카네기홀 공연을 마친 후 어쨌거나 무척 행복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2016년 이 분의 삶을 영화화 한 <플로렌스>가 공개되었다. 원제는 >Florence Foster Jenking>로 실제 이름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8월 24일에 개봉. 메릴 스트립이 플로렌스 역을 맡았고 휴 그랜트가 두 번째 남편 겸 매니저인 클레어 베이필드 역을, 댁도 이제 늙었구려. 사이먼 헬버그]가 전담 피아니스트인 코스미 맥문 역을 맡았다. 사운드트랙 앨범도 나오긴 했는데 연기력으로는 두말 하면 잔소리인 메릴 스트립이 플로렌스 흉내를 내려고 노력은 했으나 아무래도 여사의 위대한 재능에는 미치지 못해서 감동이 많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앨범
활발한 공연 활동에 비하자면 이 분은 과작으로 남겨 놓은 녹음이 얼마 없다. 어쩌면 음반사에서 삑사리 난 건 줄 알고 녹음 테이프를 폐기했을지도...
The Glory (???) of the Human Voice
1992년 BMG에서 출시했다.
제목을 풀어 보자면 '인간 목소리의 위대함(The Glory of the Human Voice)' 목소리가 위대한 건지 멘탈이 위대한 건지
이 앨범의 표지를 잘 살펴 보면, Jenny Williams와 Thomas Burns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사실 이 앨범은 두 개의 녹음을 붙여 놓은 것으로, 당시 음반사 BMG는 포스터 여사의 위대한 목소리를 복각해서 내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앨범으로 내기에는 양이 적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제니 윌리엄스와 토마스 번즈라는 부부가 찾아와서 음반을 내고 싶다고 배짱 좋게 지른 것. 평소 때라면 문 밖에서 경비가 쫓아냈겠지만 BMG에서는 이들의 노래를 들어 보고 포스터 여사의 걸작에 붙여서 앨범을 내자고 생각했고, 결국 둘을 묶어서 앨범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목소리는 포스터 여사보다는 훨씬 덜 위대해서 결과적으로는 분량 채우기에 불과하다. 다만 마지막 트랙에서 두 사람의 위대한 화음 만큼은 들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