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고기
김해시를 중심으로 부산과 경상남도에서 많이 먹는 돼지고기의 일종.
돼지의 어떤 특정한 부위를 뜻하는 게 아니라, 삼겹살이나 목살, 다릿살과 같이 잘 팔리는 부위들을 제외한 자투리들을 끌어모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소나 돼지나 도축을 하고 뼈를 발라내는 발골 작업을 하다 보면 꽤 많은 양의 잡고기들이 나오고 뼈에 붙어 있는 자잘한 자투리들도 양이 만만찮은데 이런 걸 부위별로 따로 구분 안 하고 섞어서 내놓는다. 회로 말하자면 잡어회인 셈. 뽈살, 턱밑살, 항정살, 목뒷살을 비롯한 갖가지 부위들이 뒤섞여 있고, 그때 그때 들여오는 고기에 따라서 부위나 비율도 달라진다.
뒷고기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도축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맛있는 부위만 따로 빼돌려서 자기들까리 구워먹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뒷고기 전문 음식점에서 주로 내세우는 설인데 뒷고기 값이 삼겹살이나 목살보다 싸다는 점을 생각하면 광고용 소설로 보인다. 아니면 비싸게 받아먹으려면 그렇게 뻥을 쳐야... 또 한 가지 설은 인기가 없어서 팔기는 애매한 자투리 부위들을 긁어 모아둔 걸 도축장 직원들이 뒤로 헐값에 주변 식당에 팔았던 것애서 유래되었다는 설로 이쪽이 좀 더 신빙성이 있다.어느 설이든 '뒤'의 의미는 부위가 아니라 뒤로 빼돌렸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와 비슷하게 발골 작업을 하는 도축장 직원들이 이 부위 저 부위에서 조금씩 몰래 떼어낸 것들을 내다팔았다는 설도 있다. 이후에 도축장 관리가 강화되고 더 이상은 뒷거래가 어려워지면서부터는 경매 절차 없이도 비교적 수월하게 구할 수 있는 돼지머리 부위와 비교적 값이 싼 부위들을 몇 가지 섞어서 파는 게 보통이다.
원조로 치는 곳은 김해시로, 주촌면에 있는 도축장에서 나온 잡고기들로 인근 식당들이 구이요리를 하던 것이 시초다. 대략 1980년대부터 뒷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생겨났는데, 당시에는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한 노점 형태의 가게들이 많았다. 도로 점유에다가 고기 굽는 냄새까지 풍겨대니 주민들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단속이 강화되어 한때 뒷고깃집은 자취를 감췄다. 다시 부활한 것은 2000년대. 김해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이쪽을 중심으로 슬금슬금 뒷고깃집들이 등장했다. 이 때 저렴한 가격에다가 고기를 먹고 난 후 먹는 볶음밥이 히트를 치면서 뒷고깃집들이 우후죽순으로 불어났다고 한다.[1]
지금도 김해시에는 뒷고깃집들이 흔하고 값도 저렴하다. 잡육이라고는 해도 국내산 생고기가 2016년 6월 기준으로 140~150g에 4천원 밖에 안 한다! 국내산 삼겹살이 180~200g에 만원 넘은지 오래인 걸 감안하면 정말 파격적인 가격. 게다가 고기의 질도 신선한 편이다. 수입산 삼겹살을 먹느니 비슷하거나 더 싼 가격으로 뒷고기를 먹는 게 맛있다. 뒷거래로 고기를 공급 받던 때에는 더 쌌던 모양인데, 반면 위생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금의 뒷고깃집들은 정식으로 고기를 공급 받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별로 없다. 물론 그에 따라 가격이 오르긴 했어도 여전히 삼겹살이나 목살보다는 훨씬 싸다. 서울 같은 외지로 나가면 이런 싼 가격과는 거리가 멀어지지만 그래도 삼겹살보다는 조금이라도 싸다.
원래는 인기가 없던 것들을 긁어 모은 거라. 고기의 모양이나 두께,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과 같은 것들이 제각각이다. 구울 때도 한점씩 불판에 놓는 게 아니라 접시에 담은 고기를 한번에 전부 불판에 올리므로 굽는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다. 삼겹살이나 목살은 자주 뒤집으면 육즙 빠진다고 욕먹지만 뒷고기는 고기 한점 한 점마다 익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구워지기 시작하면 열심히 뒤집어 줘야 안 탄다. 비계가 별로 없으므로 바짝 구우면 퍽퍽해지니 삼겹살보다는 좀 덜 구워졌을 때 먹는 게 낫다. 삼겹살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겠지만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쪽을 선호한다면 값도 싼 뒷고기가 제격이다.
각주
- ↑ "'식객'에서 소개한 그 집 "원조 고기맛 즐겨요"", <경남매일>, 2014년 10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