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력
임대차 관계에서 임차인이 제3자, 즉 임차하고 있는 주택을 사들인 사람, 또는 임대할 권리를 이어 받은 사람이나 그밖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임대차의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법률적 힘을 뜻한다.
예를 들어, 장사할 가게를 구하다가 임대인 A가 소유한 건물의 빈 매장에 들어가기로 하고 A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장사를 잘하고 있던 어느날, B라는 사람이 와서 '내가 이 건물을 매입했고 여기다가 내 가게를 할 거니까 나가라!'고 말한다. 임대차계약은 A와 한 거지 내가 한 게 아니므로 난 알 바 아니라는 게 B의 주장이다. 하지만 A와 맺은 임대차 계약 기간이 아직 안 끝났다면 나는 계속해서 이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임대인에 대한 대항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항력은 보증금 우선변제권을 위해서도 중요한데, 즉 내가 세들어 살고 있던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하면 임차인은 처분한 대금 중에서 내가 대항력이 발생한 날보다 앞서서 등기되지 않은 저당권보다 우선해서 내 보증금을 먼저 달라고 할 권리가 있다. 단, 이 권리가 성립하려면 대항력이 있어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보증금 우선변제권이 생기지 않는다.
대항력이 생기려면 다음 요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 부동산이 인도되어야 한다. 즉 단순히 계약 체결만으로는 안 되고 주택 또는 상가를 실제로 점유하는 상태. 즉 이사를 가서 실제로 살거나 사용하고 있어야 한다.
- 주택이라면 주민등록, 상가라면 사업장 주소지 등록이 되어야 한다. 주민등록은 전입신고만 하면 된다.
대항력은 전세권 등기를 했다면 그 날부터 발생하며, 전세권 등기 없이 전입신고만 했다면 그 다음날부터 발생한다. 가끔 악덕 임대인은 이를 이용해서 계약할 때에는 깨끗한 등기부등본을 보여준 다음 계약한 직후에 은행 대출을 왕창 끌어다 쓰기도 한다. 실제로 이렇게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있다. 왜 전입신고로 생기는 대항력은 다음날로 해 놓았는가에 관해, 1997년의 대법원 판례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1]
- 인도나 주민등록은 등기와 달리 간이한 공시방법이다.
- 따라서 인도·주민등록과 제3자 명의의 등기가 같은 날 이뤄진 경우에 그 선후관계를 밝혀 선순위 권리자를 정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다.
- 제3자가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임차인이 없음을 확인하고 등기까지 마쳤음에도 그 후 같은 날 임차인이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 인하여 입을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임차인보다 등기를 마친 권리자를 우선시키고자 하는 취지다.
즉, 전세권은 법원 등기를 통해 발생하지만 전입신고는 법원이 아닌 주민센터에서 간단한 신고로 끝나므로 전입신고와 같은 날 대항력이 생기면 근저당이나 전세권과 비교해서 어느 쪽의 권리가 먼저 생겼는지 선후를 따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등기로 생기는 권리를 우선시하기 위해 전입신고로 생기는 대항력은 다음날로 정했다는 건데, 이를 악용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요즘은 등기나 전입신고나 전산처리로 정확한 시각이 초 단위까지 기록되므로 권리의 선후를 따지기가 예전보다 쉬워졌다. 때문에 세입자 보호를 위해 법을 개정해서 전입신고 당일에 대항력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계약한 날 전입신고를 했다면 대항력이 다음날부터 생기므로 계약한 날 받은 은행 대출의 저당권이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의 특약 사항에 잔금 지급 다음날까지 새로운 저당권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저당권을 발생시킬 경우 계약은 무효가 되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넣는 것이 좋다. 다만 특약을 넣어도 집주인이 작정하고 위반해버리면 계약은 무효가 되지만 집주인이 돈을 안 돌려주고 버티거나 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