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일본의 면요리의 일종. 일본 면요리라면 라멘, 소바와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라멘은 사실 중국에서 건너온 요리다. 츄우카소바(중화소바)라는 이름으로 파는 가게도 많다. 반면 소바와 우동은 진짜 일본 거라고 볼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어차피 국수라는 게 중국에서 시작되어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유럽까지 건너가서 이탈리아 파스타 문화가 꽃피었으니 우동도 결국은 중국에서 건너온 면요리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니 중국 요리라 보기에는 무리다.
우동이 한국으로 건너와서 가락국수로 정착했다. 중국집 우동은 일본 우동이 아니라 나가사키 짬뽕 쪽에 가깝다.
밀가루와 물, 소금만 사용해서 굵고 탄력있는 면발이 특징이다. 간사이와 시코쿠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 중 사누키 (지금의 카가와 현) 우동이 가장 유명한데 우동에 필요한 밀과 소금, 물이 모두 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국물 문화가 발달한 한국 사람들은 국물을 중시하지만 일본은 그닥. 아예 국물 없이 간장 찍어먹는 우동도 인기가 많다. 이쪽이 일본 우동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일본 '정통' 우동 전문점을 표방하는 음식점들이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 80년대 초반에는 압구정동의 이른바 오렌지족 붐을 타고 일본에서 기꼬만 간장이나 주요 식자재를 공수해서 만드는 일본 우동 전문점들이 강남에 몇 곳 생겼는데, 그 중 <사가에>라는 우동 전문점은 KBS 뉴스에 부유층들의 시치스러운 소비 문화를 상징하는 곳처럼 보도되는 바람에 호된 비난을 받고 문을 닫았다. 하긴 뭐, 옛날에는 맥도날드도 돈 좀 있어야 하는 곳처럼 여겨졌으니.
한국의 일본식 우동은 사실 일본과는 맛이 확실히 달랐다. 우리나라의 우동 국물은 간장과 설탕을 많이 넣어서 국물 색깔이 짙고 단맛이 나는 편이다. 백종원 셰프가 만드신 건가. 반면 일본의 가쓰오부시 우동 국물은 색깔이 훨씬 옅고 단맛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우동 먹던 사람들이 일본에 가서 우동을 먹거나 진짜 일본인이 하는 제대로 된 일본 스타일 우동을 먹으면 이게 뭐냐 싶어서 뜨악해 했다.
이제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우동집도 이곳 저곳에 생겼고, 일본에서 제대로 배우고 온 사람들이 하는 우동집도 있고 해서 한국 사람들도 일본 스타일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우동은 당연히 가쓰오부시 국물이라고 생각했던 통념도 가마아게 우동이나 붓카케 우동 같은 다양한 스타일이 소개되면서 조금씩 약해져 가는 중. 심지어는 일본 최대의 사누키 우동 체인인 마루가메제면이 한국에 진출해 버렸다. 아직 매장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매장에서 직접 면을 만드는 '자가제면'을 내세우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