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전
부침개의 일종으로 이름처럼 배추를 주 재료로 한다. 부침개 중에서 가장 간단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배춧잎 한 장, 소금간을 한 밀가루 반죽이면 끝이다.
주로 강원도와 경상북도 쪽에서 많이 먹는데, 강원도에서는 배추 부치기 혹은 줄여서 그냥 부치기라고 하고, 경상북도에서는 배추 지짐이[1]라고 한다. 가장 많이 먹는 두 곳 모두 배추전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부치는 방법은 엎어놓은 솥뚜껑[2] 또는 철판을 달군 다음 생배추를 올려놓고, 살짝 익혀서 숨이 죽으면 그 위에 묽은 밀가루 반죽을 끼얹어준다. 배추의 숨이 죽고 반죽 위쪽의 물기가 대략 마르면 한 번 뒤집어 주고, 1분쯤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뒤집어서 마무리로 익히고 나면 끝이다. 재료나 준비가 워낙에 간단하기 때문에 강원도나 경상북도에서는 집에서도 많이 부쳐 먹고 이 쪽 출신 사람들은 타지에서도 집에서 부쳐 먹는다.
강원도와 경상북도 스타일의 차이가 상당한데, 먼저 강원도는 소금에 절여서 숨을 죽인 배추를 사용하는 반면, 경상북도는 생배추를 그대로 사용한다. 강원도는 메밀이 많이 나는 만큼,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서 반죽으로 쓰는 곳이 많아서 색갈이 연한 갈색을 띠지만 경상북도는 그냥 밀가루만 쓰기 때문에 색이 허옇다. 강원도는 배춧잎 하나를 길게 반으로 찢은 다음 나란히 놓고 둘의 가운데에 쪽파를 하나 놓지만 경상북도는 배춧잎을 찢지 않고 통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모양에도 덜 신경 쓴다. 파도 넣지 않는다.
밀가루 반죽을 사용하는 방법도 다른데, 강원도식 부치기는 배춧잎이 다 들어갈만큼 크고고 둥글게 부친다. 반죽을 국자로 떠서 살살 돌려가면서 바깥쪽부터 끼얹어주면 가운데가 오목하기 때문에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익는데 얇게 부쳐지도록 조금씩 살살 끼얹어주기 때문에 빠르게 익는다. 빨리 끼얹어줘야 하지만 두께가 일정하게 나오도록 잘 살펴가면서 끼얹어주는 게 기술이다. 반죽이 채 채워지지 않은 공간은 숟가락으로 간단히 정리하거나 국자로 그 부위만 반죽을 좀 더 끼얹어 주고, 국자로 떠서 살살 돌려가면서 바깥쪽부터 끼얹어주면 가운데가 오목하기 때문에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익는데 얇게 부쳐지도록 조금씩 살살 끼얹어주기 때문에 빠르게 익는다. 반면 경상북도식은 배춧잎 위에 반죽을 끼얹으며, 모양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반죽이 배춧잎을 충분히 덮지도 않는다. 이 정도까지 보면 알겠지만 경상도식 지짐이가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기는 더 쉽다.
먹을 때는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맛 자체는 정말 담백하고, 내맛도 네맛도 아닌 심심한 맛이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계속 생각나는 마성의 맛을 지니고 있다. 맛을 결정하는 것은 배추로, 맛있는 배추로 만든 부치기는 단맛이 은은하게 나면서 담백하다. 물론 고기나 해물이 듬뿍 든 부침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달랑 밀가루와 배추로 부친 것을 보고 이게 대체 뭔 맛으로 먹는 거냐면서 질색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원도나 경북 내륙의 심심한 맛을 대표하는 음식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강원도나 경북 내륙의 시장통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강원도, 그 중에서도 남쪽 시장통에서는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이고 유명한 곳도 많다. 위의 사진은 강원도 영월서부시장에 있는 <미탄집>이라는 곳인데, 이 주위로 부침개를 파는 곳이 10여 곳이 넘게 진을 치고 있지만 유독 이 집에만 손님이 몰리고 다른 집은 텅 비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단, 경험담에 따르면 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어차피 이렇게 잔뜩 몰려 있는 곳은 대체로 평준화가 되어 있게 마련이고, 진짜 맛의 차이보다는 원조라든가 방송을 자주 탔다든가 하는 이름값으로 사람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싼 편이다. 재료도 간단한 편이고, 얇은 데다가 부치는 속도로 빠르다. 강원도 일대에서는 한 장에 1,000원에서 1,500원 정도다. 두께도 얇고 고기처럼 쉽게 배부르는 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맛도 심심하고 담백해서 한 장 먹어서는 성이 안 차기 때문에 한 사람이 두세 장은 기본으로 먹게 되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역시 싸기는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