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패러독스
말 그대로 풀어보면 프랑스인의 모순(French paradox)이다. 프랑스인들의 식습관을 보면 포화지방이 듬뿍 든 고기를 포화지방 덩어리인 버터에 범벅을 하는 게 많다. 이것도 모자라면 역시 포화지방이 푸짐한 치즈까지 넣는다. 포화지방 삼단콤보. 이쯤 되면 고지혈증에 심장병으로 퍽퍽 넘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데, 희한하게도 프랑스인들의 심장발작 사망률은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낮다. 비만인구 비율도 적다. 과학자나 의학자들이 흠좀무를 외치면서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하고 그 이유를 연구해 왔는데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된다. 크게 나누면 결국 포화지방이 심장혈관질환과 큰 관련이 없는 것아 이닌가, 하는 주장과 프랑스인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심장발작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이유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와인. 프랑스인들이 레드 와인 소비량이 높다는 것에서 착안한 주장인데.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고 심장발작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되었다. 와인업계는 이걸로 마케팅을 엄청했다. 기름진 음식에는 레드 와인을! 술도 마시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다니 이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아서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은 극히 적어서 와인을 많이 마신다고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지나친 음주는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는 건 옛날부터 잘 알려진 사실. 와인도 엄연히 술이다.
한편으로는 프렌치 패러독스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근거로 자주 사용되는 게 영국과 프랑스의 심장질환 사망율 비교인데 두 나라의 통계 자료 수집 방법이 달라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뿐, 이를 보정하면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