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소종
正山小種.
홍차의 일종. 영어로는 랍상소우총(Lapsang souchong)라고 부른다. 홍차라고 하면 대체로 인도나 스리랑카와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많이 떠올리지만 정산소종은 중국 푸젠성(福建省, 복건성) 우이산(武夷山, 무이산)의 정산(正山)에서 유래되었다. 정산소종은 심지어 홍차의 원조로 꼽히기까지 한다. 사실 유럽인들이 차나무를 동남아시아 쪽으로 가져가 재배하면서 이쪽 동네가 홍차로 유명해진 거지 중국에도 기문을 비롯해서 유명한 홍차가 많다.
정산소종의 가장 큰 특징은 구수하게 퍼지는 훈연향. 마른 잎 상태에서 맡아보아도 진한 훈제향이 난다. 기존 홍차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당혹할 수도 있는 부분. 그냥 향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솔잎으로 훈제해서 만든다. 홍차를 만들려면 차를 수확한 다음 비벼서 효소가 활성화되도록 만들어 산화를 시킨 다음, 각 차의 성격에 따라 적절하게 산화가 되면 덖거나 볶거나 찌거나 해서 효소를 파괴시켜 산화를 중지시키고 수분을 날려 말리는데, 정산소종은 소나무의 일종인 백송을 태워 그 연기를 쐬어 훈연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므로 훈연향이 차에 짙게 배어든다. 그 묵직함이 마치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위스키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알코올 없는 몰트 위스키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정산소종의 유래는 청나라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차를 수확해서 가공하던 농민들이 군대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차를 버리고 피신을 했다고 한다. 군대가 지나간 다음 돌아와 보니 차는 이미 산화가 너무 심하게 되어 색깔이 거무스름하게 변해서 못쓰게 되었고, 올해 차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그래도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차를 빨리 말리기 위해 소나무 태운 연기를 쐬어 말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걸 막상 마셔보니까 그동안의 차와는 다른 희한하면서도 좋은 맛이 났고, 이게 소문이 나서 차가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망한 줄 알았더니 대박이었던, 우연의 산물이었던 셈인데, 아마 요즘 같았으면 이런 '썩은' 차를 내다 팔았다가는 '식품위생관리법에 걸려 모두 쇠고랑을 차고, 불만제로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라면서 '너무도 깔끔하고 말쑥하게 관리되는 세상,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우연성이 배제되고 통제되는 세상은 이제 좀 답답하다.'고 아쉬워하는 칼럼도 있다.[1]
보통 홍차는 팔팔 끓는 물을 붓고 한번에 우려내는 것이 정석이지만 정산소종은 중국차를 마실 때처럼 하면 된다. 즉, 다관에 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바로 버리는 세차를 한 다음 다시 물을 부어 우려내고, 재탕하는 방식으로 마시면 된다.
- ↑ 홍차 '정산소종'의 탄생, <머니위크>, 2010년 7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