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두예트
Andouillette.
프랑스식 소시지의 일종. 샹파뉴, 샤블리, 리옹 일대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요리로 알려져 있으며, 돼지를 이용해서 만들며 다른 소시지처럼 내용물을 돼지 창자에 꽉꽉 채운 다음, 삶거나 구워서 익혀 먹는다. 이 정도 되면 그냥 소시지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내용물이다. 여기에 채우는 게 그냥 고기가 아니라 돼지 창자라는 게 가장 큰 차이. 득 창자 안에 창자를 채워 넣은 소시지다. 돼지 말고 소 내장도 섞어서 쓰기도 하고 토마토나 향신료, 곡물이 조금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사실 소나 돼지 내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먹기 때문에 뭐 그렇게 이상한 음식은 아니겠네, 싶을 수 있는데...
더 문제는 창자를 우리나라처럼 박박 씻지 않는다는 것. 종종 곱창을 비롯andouillette한 창자를 세탁용 세제나 공업용 세제로 씻는다고 말이 많은데, 물론 잘못된 행태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똥냄새 빼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력한 세제를 쓰지 않으면 사람이 죽도록 박박 닦아서 냄새를 제거해야 하는데 그 노력을 안 들이려고 세탁용이나 공업용 세제를 쓰는 것. 그런데 앙두이예트에 들어가는 창자는 이렇게 박박 씻지 않아서 냄새가 장난 아니다. 정말 똥냄새가 난다. 왠지 다음날까지도 뱃속에서 똥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은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그나마 AAAAA(Association Amicale des Amateurs d'Andouillette Authentique, 정통 앙두이예트를 좋아하는 동호회) 등급에 속하는 것은 그래도 좀 더 똥내를 잡아서 냄새가 덜하지만 그런 앙두이예트조차도 신선하지 않은 수입산 냉동재료로 만든 순댓국에서 나는 꼬랑내가 강렬하게 난다. 프랑스음식 중에 소나 돼지 내장을 쓰는 것들이 은근히 많은데 이 녀석도 그 중에 하나고 그 중에서도 냄새가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익숙치 않은 사람은 한 입 먹었다가 그대로 토하는 일도 심심치 않다. 프랑스인들 안에서도 호불호가 장난 아니게 갈리는 음식으로, 잘 먹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저걸 누가 먹어? 멍청한 관광객들이나 먹지' 하고 쳐다도 안 보는 사람도 있다. 해외에서도 여행 관련 사이트에 '절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종종 거론된다.[1] 검색해 보면 온갖 끔찍한 단어들로 그 냄새와 맛을 표현하는 웹문서들이 넘쳐난다. 심지어는 이를 정치에 빗댄 유명한 말도 있다.
"La politique, c'est comme l'andouillette, ça doit sentir un peu la merde, mais pas trop."
"정치는 양두이예트와도 같다. 똥냄새가 좀 날지는 몰라도 너무 심한 것은 아니다." - 에두아르 앙리오 (프랑스 제3공화국 총리)
우리나라의 많은 웹사이트에서는 이 말을 앞에만 뚝 잘라서 "정치는 양두이예트처럼 똥냄새가 난다."고만 하고 있다. 이 말만 보면 한 마디로 정치는 부정부패 투성이의 똥이라는 얘기지만 생략한 부분을 붙여서 보면, 정치에는 부정부패가 있어서 똥냄새가 날지는 몰라도 그래도 정말 똥은 아니라는 뜻이다. 즉 부정부패 때문에 혐오스러운 똥처럼 느껴질지는 몰라도 정말로 똥은 아니니 혐오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뒤는 잘라버리고 앞부분만 인용해서 마치 정치 혐오를 상징하는 말처럼 써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