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라멘
台湾ラーメン
말 그대로 풀어보면 대만 라멘이다. 그런데 정작 대만에는 없고 일본 나고야 일대에서 볼 수 있다. 1970년대에 일본 나고야의 대만요리점 <미센(味仙)>[1]에서 대만의 탄호면(担仔麺)에서 힌트를 얻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몇몇 가게들은 타이완라멘에 '타이완 탄호멘'이라는 설명을 함께 써놓은 곳도 있다. 일본의 중화요리점에는 보통 라멘이 있기 때문에[2] <미센>도 나름대로 탄호멘에서 힌트를 얻은 라멘을 만든 것인데, 정작 대만에는 타이완라멘이 없다.[3] 타이완풍 라멘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듯하지만 이미 고유명사로 굳어진 이름이다. 나고야메시의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로, 키시멘 때문에 별로 기를 못 펴고 있는 나고야 일대 라멘 문화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나고야대학교 생협과 도요타자동차 구내식당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 다만 나고야권 바깥으로 나가면 쉽게 보기 어렵다.
면에 매운 양념을 탄 간장 베이스의 국물을 끼얹는다. 국물은 돼지뼈를 주 원료로 낸다. 라멘에는 챠슈가 들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타이완라멘은 그 대신 갈은 돼지고기를 듬뿍 올려준다.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특징. 그밖에는 부추와 파, 숙주나물이 들어간다. 여러 모로 볼 때 일본 다른 지역의 라멘과는 차이가 크다.
먹어 보면 무척 맵다. 대만에 매운 사천요리가 발달해 있고 타이완라멘도 매운 면요리인 탄호면을 베이스로 했다고 하지만 탄호면은 이 정도로 맵지는 않다고 한다. 두 가지를 비교하면 면 요리라는 것을 빼고는 공통점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둘은 완전히 다른 요리다. 한국인들에 비해 일본인들이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편인데, 한국인들의 입맛에서 봐도 상당히 맵다. 원조 탄호멘보다도 더 맵게 개조된 게 신기할 정도. 일본 음식중에는 맵다고 표시되어 있어도 막상 먹어보면 한국인들에게는 그닥 맵지 않은 게 많은지라 이것도 만만하게 봤다가는 혼쭐난다. 이걸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먹지 싶을 정도인데, 최소한 나고야에서는 장사가 잘 되고 있다. 이것도 지역색이라면 일종의 지역색이라고 볼 수 있을 듯. 맵다 보니 중간 중간 물을 많이 찾게 되고, 종업원들이 눈치껏 잘 살피다가 알아서 물을 채워준다.
아메리칸 커피와 함께 먹는 것도 매운맛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이라 해서 아예 '아메리칸'이라는 게 메뉴에 있는 음식점도 있다 한다. 아메리칸 커피라는 게 우유와 설탕을 넣어서 달달하게 만든 커피인데 그 맛 때문에 누그러지는 것도 있지만 우유가 캡사이신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매운맛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덜 맵다는 뜻으로도 쓰여서 덜 매운 라멘을 '타이완라멘 아메리칸'이라고 표시하거나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는 가게에서 가장 덜 매운 맛을 '아메리칸'이라고 표시하기도 한다.
일본 라멘의 느끼한 국물맛이 싫다면 이쪽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매운맛이 누린내나 느끼함을 잡아주는 효과도 있고, 여기에 마늘까지 듬뿍 들어가니... 물론 먹고 나서 입속에 꽉 차는 기름기나 입냄새는 책임질 수 없다.
자매품으로는 베트콩라멘이 있다고 한다. 타이완라멘처럼 매운 라멘이지만[4] 마늘과 부추, 파, 숙주나물과 같은 채소가 듬뿍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이건 주로 기후현 쪽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당연히 베트남에는 그런 요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