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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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9년 12월 19일 (목) 06:26 판

Vegimite.

호주의 자부심이자 호주의 특산물. 호주의 괴랄한 식성을 대표하는 아이콘.

맥주를 양조하고 남은 효모 찌꺼기를 원료로 만든 스프레드. 여러 가지 채소즙과 소금, 그리고 몇 가지 향료가 들어간다. 도대체 무슨 향료가 들어갔기에 이따위야? 호주 크래프트에서 만들고 판매하다가 호주 회사인 베가 치즈(Begga Cheese) 그룹이라는 곳에서 제조 및 판매권을 인수했다. 사실은 영국마마이트를 개량한 것처럼 말하지만 그냥 베낀 것. 색깔만 보면 짙은 갈색인 게 마치 누텔라랑 비슷하다. 그러나 누텔라와 바꿔치기하는 장난을 치기에는 일단 냄새부터 확 차이가 나서 좀 쉽지는 않을 거다.

1922년에 호주 멜버른에서 첫 선을 보인 나름대로 역사가 있는 스프레드다. 위의 동영상은 1982년 호주의 베지마이트 광고. 여자아이가 아주 행복하고 맛있게 베지마이트를 먹는 말도 안 되는 모습이 나온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정말 먹기 힘든, 비위 약한 사람은 토 나올 수도 있는 괴랄한 스프레드다.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엄청나게 짜다! 마치 옛날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서 소금을 팍팍 넣은 날된장을 먹는 듯하다면 약간 비슷하다. 한 입 먹으면 혈압이 팍 오르는 듯하는 짠맛. 여기에 코를 찌르는 듯한 묘한, 청국장된장도 아니고 발꼬랑내도 아닌 구린내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괴식이다. 호주인들 사이에도 호불호는 엇갈리지만 잘 먹는 사람들이 많다. 호주 가정에 가면 대부분 베지마이트가 있다. 그래도 외국인, 특히 동양인이 이거 잘 먹으면 좀 신기해 한다. 아마도 질색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서일 듯. 여기에 쓴맛이 있고, 극심한 감칠맛 때문에 오히려 혀가 얼얼할 정도다. 제대로 먹으면 소금에 절인 MSG를 한 숟갈 퍼먹는 듯한 느끼함이 밀려온다.

가끔 베지마이트 얘기를 어디서 들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호주 가는 사람에게 베지마이트 좀 사다 달라고 하는데, 다시 사다 달라는 사람은 없다...

스프레드의 일종인 만큼 가장 널리 먹는 방법은 에 발라 먹는 것. 한번 먹어보자면 에다가 용감하게 베지마이트만 척척 바르지 말고 반은 버터, 반은 베지마이트를 발라보자. 베지마이트가 얼마나 건강에 좋은 것인지 금방 알게 된다. 몸에 좋을 게 없다면 때려 죽여도 안 먹을 맛이다.

2011년에 덴마크가 베지마이트를 한때 판매 금지했다는 뉴스가 언론에 돌았다. 썩은 게 나왔거나 위험해서는 아니고, 2004년에 덴마크 정부가 비타민을 인공적으로 보강한 식품은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당국의 승인 없이는 팔 수 없도록 정책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덴마크 왕세자빈이었던 메리 공주호주인이었다. 언론들이 "우리 메리 공주 어떻게 해~ 베지마이트 못 먹어서." 하고 무지하게들 놀려댔다. 베지마이트를 구한다면 뒤로 하게 해 줄게요! 심지어 분노한 호주인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덴마크 정부에 항의를 전개했다. 덴마크 정부 이것들이 개미배추 샌드위치를 처먹어 봐야 정신 차릴 건가! 덴마크 정부에서는 판매 금지는 루머일 뿐이지만 호주 크래프트가 승인 요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건 맞다고 발표했다.

2015년에 베지마이트가 호주 일부 지역에서 판매 금지될 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나왔다. 퀸즐랜드주에 있는 일부 토착민들이 사는 오지에서 베지마이트를 가지고 욕조에서 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 슈퍼에서 홈 브루잉 키트를 파는 호주에서 술을 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통제가 잘 안 되는 일부 오지에서는 집에서 을 담아 아이들까지도 마시는 경우들이 있다 보니 집에서 을 만드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 베지마이트를 판매 금지시킬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온 것. 호주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베지마이트에 들어 있는 건 다 죽어버린 효모 찌꺼기인데 이걸로 어떻게 술을 담는다는 건지? 과학자들도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효모가 필요하면 굳이 베지마이트 살 거 없이 제빵용 이스트를 사도 된다. 결과적으로 신빙성 없는 가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