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거
Lager.
맥주의 일종. 맥주를 발효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눴을 때 라거와 에일로 나눌 수 있는데 라거는 에일에 비하면 역사가 훨씬 짧다. 라거가 등장하기 전에는 맥주는 전부 에일이었다고 보면 된다. 대략 15세기 쯤에 하면발효 효모를 이용한 저온 발효가 정착된 것으로 보이지만 제대로 상승세를 탄 것은 냉장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
섭씨 5도 정도의 차가운 온도에서 발효되므로 자연 상태에서는 조건 맞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에는 토굴을 주로 활용했다. 냉장기술이 발달하고 라거 엉조가 쉬워면서 깔끔하고 가벼운 맛으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해 나간 끝에 에일을 제쳤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라거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서 대량생산되는 맥주는 모두 라거 계열이다... 가 최근에는 에일 맥주도 좀 나오고 있지만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라거가 99%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의 라거
대량생산되는 맥주는 거의 라거다. 우리나라의 라거는 유럽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마나도 다운그레이드 됐다. 맥아 말고도 쌀이나 옥수수 같은 값싼 잡곡을 넣어서 맥아보다는 좋게 말해서 부드럽고 나쁘게 말해서 밍밍한 맛을 낸다. 여기다 탄산가스를 세게 주입하면 쭉쭉 들어가니까 많이 마시게 된다. 천천히 즐기는 맥주가 아니라 차갑게 물처럼 마시고 취하는 게 한국의 맥주 문화가 되어 버렸다. 맛이 밍밍해? 그럼 소주 타!
그래도 21세기에 들어서는 잡곡 없이 맥아만 쓴 맥주들이 나오고 있다. 하이트 맥스를 필두로 오비골든라거, 클라우드, 프리미어 오비 같은 맥주들이 그것. 클라우드는 양조한 뒤에 물을 타서 도수를 맞추지 않는 제로 그래비티 공법을 표방했고 프리미어 오비는 한국의 대량생산 맥주로는 최초로 필스너를 표방하고 나왔다. 마셔보면 꽤 비슷하게 만들었다. 한국 맥주가 맛 없다는 비판이 쏟아질 때 "만들 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 취향이 목넘김 따지고 쭉쭉 들이키는 거 좋아서 그렇다."고 항변하곤 했는데. 적어도 만들 줄 몰라서 안 만드는 건 아닌 것은 맞다.
2015년에는 하이트 맥스가 업그레이드됐다. 클라우드와 프리미어 오비가 호조를 보여서인지 하이트 맥스도 맛이 업그레이드 됐다. 예전에는 그냥 조금 진한 한국맥주... 정도였는데 이제는 한국맥주 치고는 세련된 아로마를 보인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말자. 오비골든라거가 그랬듯 처음에는 좋은 재료로 잘 만들다가 좀 자리 잡았다 싶으면 싸구려 재료로 바꿀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