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닭이 낳은 알. 닭알이 변해서 달걀이 되었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한자말인 계란을 더 많이 쓴다.
요리 재료로 아주아주 사랑받는다. 달걀만으로도 요리가 되고 온갖 요리, 제과, 제빵의 감초같은 재료로 쓰인다. 상온에서는 액체지만 가열하면 굳어서 온갖 모양 만들기도 좋고, 흰자와 노른자라는 색깔과 특성이 다른 녀석이 같이 하지만 분리되어 있으므로 활용도가 높다.
콜레스테롤 때문에 특히 노른자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노른자에 풍부한 레시틴이 흡수를 억제한다. 무엇보다도 콜레스테롤 자체가 너무 악당으로 과대포장된지라...
흔히 유정란과 무정란으로 나뉜다. 유정란은 조건이 맞으면 병아리가 부화될 수 있는 알이고, 무정란은 병아리가 부화되지 않는 알이다. 닭이 부화도 안 되는 무정란을 낳는 이유는, 사람의 난자와 갈은 것이 닭에게는 달걀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배란이 되고 나서 수정이 되지 않으면 생리를 통해서 난자와 생리혈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마찬가지로 암탉도 수정이 되든 안 되든 달걀은 생기고, 수정이 되든 안 되든 몸 바깥으로 내보낸다. 영어로는 난자도 egg라고 하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흔히들 유정란이 무정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유정란은 병아리가 될 수 있으니까 영양가도 더 좋을 거고 생명력도 더 있을 거고... 하지만 차이 없다는 게 오랜 연구 끝의 결론. 오히려 유정란이 껍질이 얇아서 더 상하기 쉽다고 한다.
사실 유정란이나 무정란이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둬놓고 키우느냐 풀어놓고 키우느냐다. 대량생산되는 달걀은 암탉을 좁은 우리 안에 꼼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오로지 알만 낳는 기계로 기른다. 평생 제대로 몸 한 번 움직여보지도 못하고 평생을 학대당하는 닭이 건강할 리가 없다. 죽도록 알만 낳다가 그나마 알 낳는 능력이 떨어지면 도축된다. 이런 닭을 폐계, 또는 폐닭이라고 해서 닭백숙이나 닭곰탕, 닭육수 같은 데에 쓰인다. 반면 풀어놓고 키우는 닭은 적어도 큰 우리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더 건강하다. '방사란'이라고 되어 있는 달걀이 풀어놓고 키운 달걀. 서양에는 'cage egg'(우리에 가둬놓고 키운 달걀) 또는 'free range egg'(풀어놓고 키운 달걀) 같은 표시가 있다. 유정란은 정자를 강제 주입해도 만들 수 있다. 유정란인지 아닌지보다 방사란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다. 물론 말만 방사란이라고 해 놓고 실제로는 가둬놓고 키우는 양심불량도 있다고 하니. 그런 놈들부터 닭장에 가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