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우리에게는 뭔지 모를 더러운 기억이 맺혀 있는 이름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못 잊을 이름 캉드쉬.
환율과 국제 수지를 감시함으로써 국제 금융 체계를 감독하는 것을 위임받은 국제 기구다. 회원국의 요청이 있을 때는 기술 및 금융 지원을 직접 제공한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금융 지원. 특히 우리에게는 구제금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왜? 직접 겪어봤으니까.
1944년 브레튼우즈협정을 통해서 탄생한 국제 금융기구다. 협정에 따르면 미국 달러를 금 1 온스에 35 달러로 고정하고, 각국의 통화를 미국 달러에 고정하되 1%의 변동폭만을 허용했다. 국제수지에 근본적인 불균형이 있을 경우에만 그 이상의 변동폭을 허용했는데, 실제로 그런 상황이 일어나면 좋을 게 없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가 무역 적자가 계속되고 국가 재정이 나빠지면 미국 달러 보유고가 떨어진다. 그러면 그 나라 안에서는 달러의 품귀현상이 일어나므로[1] 달러 가치가 폭등하고 반대로 자국 통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에 빠진 나라가 브레튼우즈협정을 유지하려면 어디선가 미국 달러를 공급해 줘야 한다. 이 일을 하는 곳이 바로 IMF다. 그런 케이스 중 하나가 바로 1998년의 우리나라. 국제적으로 볼 때에도 어떤 나라가 달러 보유 부족으로 국제 결제를 못 하는 상황이 되면 기축통화의 지위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안정을 위해서는 구제금융제도가 필요하고, 가장 큰 규모를 집행하는 곳이 IMF다.
세상에 물론 공짜는 없다. IMF에게서 미국 달러를 빌릴 경우, 즉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IMF는 해당 국가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된다. 주로 이 요구사항들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자유주의 경제체제로 경제 구조를 뜯어고치고 외국 자본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풀라는 종류의 것들이다. 또한 빚을 빨리 갚아야 하니 정부의 지출을 줄이는 긴축 재정을 요구하는데 대체로 줄이라는 게 복지 관련 예산이다. 어차피 부자들은 복지 서비스가 그리 아쉬운 사람들이 아니니 서민들, 특히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기 쉽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도 IMF에게 제대로 당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구제금융 항목 참조. IMF가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만큼, IMF 구제금융의 대가도 결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체제에 더욱 쉽게 줄 서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비록 브레튼우즈체제는 공식적으로는 무너졌지만 여전히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IMF도 건재하다. 이 기금은 회원국이 출자한 자금으로 조성되는데 출자한 액수에 비례해서 (완전 비례는 아니다)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을 가진다. 곧 자기 나라가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무조건 특별인출권만큼 담보 없이 달러를 가져다 쓸 수 있다. 하지만 돈은 갚아야 한다. 빌릴 때 조건이 안 붙는다 뿐이다. 이게 중요한 진짜 이유는 IMF에서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각 출자국이 특별인출권만큼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주식회사의 지분과 같은 개념.
IMF는 구제금융만 하는 건 아나고, 국제 금융 안정을 위한 각종 연구 활동을 벌이고 정책을 개발하고 권고하는 힘없는 나라에게는 강요하는 일도 한다.
2015년에 낙수효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17년 전의 한국을 비롯해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구실을 톡톡히 했던 IMF가 오오... 같은 해에 그리스에게 요구하는 걸 봐서는 그닥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개가 똥을 끊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