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맥주
Dry beer.
맥주 가운데 페일 라거의 일종. 특히 일본에서 사랑 받고 있으며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몇몇 나라에도 'Dry'라는 이름이 붙은 맥주들이 있다. 잔류 당분이 적어서 맛이 '드라이'한 맥주를 뜻하는 말인데, 실상을 알고 보면 대부분 잡곡이나 녹말을 사용하고 맥즙의 함량이 옅은 대신 발효 과정에서 최대한 당분을 알코올로 만든 맥주다. 다만 호주의 한 슈퍼드라이(Hahn SuperDry)와 같은 맥주는 몰트 100%이며 맛도 확실히 잡곡 드라이 맥주보다 낫다.
드라이 맥주는 잔류 당분이 적은 만큼 보통 맥주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대체로 0.5~1% 정도 높지만 풍부한 몰트의 향미를 담은 맥주와는 거리가 있으며, 밍밍한 맛이다. 그런데 이런 밍밍한 맛이 오히려 술술 잘 넘어가기도 하고 일본 음식과도 그럭저럭 맞다 보니 인기를 끌게 되었고[1],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대박을 치면서 80년 대말에 너도 나도 드라이 맥주를 내놓는 이른바 드라이 전쟁이 벌어졌지만 최후의 승자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이후 드라이 맥주는 일본 맥주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이름만 드라이가 아니지 비슷한 스타일의 맥주나 발포주들이 나오는 계기가 된다. 그 반대로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나 기린 이치방시보리처럼 올 몰트로 고급화를 추구하는 경향도 있다. 지금은 아사히 말고는 '드라이'를 달고 나오는 맥주는 없으며, 발포주나 제3맥주 같은 데서 어쩌다 보이는 정도. 요즈음은 '드라이'라는 말보다는 아예 '당질 0%'와 같은 표현을 쓰는 제품도 많이 볼 수 있다.
원조는 디애트 필스(Diät Pils)[2]라는 설이 있다. 맥주 전문가인 마이클 잭슨[3]의 주장[4]인데, 독일에서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서 필스너를 옅게 하고 당분을 최대한 다 알코올로 만든 맥주다. 누가 맥주의 나라독일 아니랄까봐 굳이 당뇨병 환자도 기를 쓰고 맥주를 마시려는... 이게 일본으로 건너가서 드라이 맥주라는 이름이 붙고, 이게 또 미국으로 건너 간 것이라는 게 마이클 잭슨의 주장이다. 물론 평가는 나쁘다. "having scarcely any taste, and no finish." (거의 아무런 맛도 없고 끝맛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일본의 드라이 열풍을 타고 80년대 말에 OB 슈퍼드라이[5]나 크라운 드라이마일드과 같은 맥주들이 나왔지만 진작에 단종되었고 현재 나오는 제품으로는 하이트의 드라이 피니시(d)가 있다. 사실 한국에서 팔리는 카스나 하이트 같은 페일 라거도 알고 보면 단맛도 별로 없고 밍밍해서 드라이 맥주에 가깝다. 그보다는 거의 일본의 발포주 수준이지만...[6]
각주
- ↑ 예를 들어 에일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은 맛이 강한 소고기나 동물성 기름기가 많은 음식들이 주종을 이룬다. 피시 앤드 칩스도 영국에서는 튀김옷을 두텁게 입혀서 라드유로 튀기는 게 정석이라고 하니... 반면 일본은 해산물이 많고 텐푸라같은 튀김 요리도 튀김옷을 얇게 입혀서 깔끔함을 강조한다.
- ↑ '디애트(Diät)'는 영어의 다이어트와 비슷한 뜻이다. '필스'는 필스너.
- ↑ 당연히 가수 마이클 잭슨하고는 동명이인.
- ↑ "Diat Pils", Michael Jackson's Beer Hunter, 2019년 8월 2일 확인.
- ↑ 만화가 이현세가 광고 모델로 나와서 화제가 되었던 그 맥주다.
- ↑ 실제로 한국에서 생산한 발포주가 일본에서 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