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이싱
Deicing.
어떤 표면으로부터 얼음이나 성에를 제거하고 일정 시간 동안은 다시 얼지 않도록 처리하는 작업을 뜻한다. 가장 널리 쓰이고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항공이지만 도로, 철도에도 디아이싱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한국어로는 '제방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1] 우리나라에서도 디아이싱이 훨씬 널리 쓰인다.
항공기의 디아이싱은 주로 항공기 표면에 생긴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을 뜻한다. 추운 겨울, 특히 눈이 왔거나 비가 온 다음 기온이 뚝 떨어진 뒤에는 이륙 전에 디아이싱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면 못 해도 2~30분은 까먹는다. 공항에 이륙할 비행기가 많아서 혼잡할 경우에는 디아이싱 작업구역에도 비행기가 밀리기 때문에 시간 단위로 이륙이 지연될 수 있다.
비행기는 영하 수십 도의 높은 하늘 위를 잘만 날아다니는데 왜 디아이싱이 필요한가 싶을 수 있지만, 그 정도로 높은 하늘은 아예 구름 위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수분이 거의 없어서 얼음이 생길 일이 없다. 그 정도 고도까지 올라갈 때에는 구름층을 통과하거나 해서 얼음이 붙을 수는 있지만 비행 중에는 엔진이 뿜어내는 뜨거운 공기를 이용한 방빙 시스템이 작동한다. 문제는 이륙할 때다. 이미 얼어붙어 있는 얼음은 이륙 과정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실제로 여러 건의 추락사고를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
항공기의 디아이싱은 주로 날개(수평날개는 물론 수직날개도 포함), 엔진의 흡입구, 피토관, 조종실의 유리창을 대상으로 한다. 날개는 양력을 내기 위해 최적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표면을 공기가 매끄럽게 흘러 나가야 충분한 양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날개 표면에 얼음이 붙으면 날개의 형상을 변형시키는 결과가 되며, 표면도 매끄럽지 못하게 되어 날개 표면의 공기 흐름이 바뀌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 이륙 과정에서 양력을 충분히 얻지 못해서 추락할 수도 있다. 1982년의 에어 플로리다 90편 추락 사고, 1989년의 에어 온타리오 1363편 추락사고와 대한항공 175편 추락 사고가 바로 날개에 붙은 얼음이 원인인 된 사고다.
피토관에 얼음이 얼었을 때에도 위험하다. 피토관은 속도와 압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항공기의 조종장치에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잘 날아가고 있던 비행기의 피토관에 얼음이 얼어서 추락하는 사고도 있는데[2] 이륙 과정에서 피토관에 얼음이 붙어 있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각주
- ↑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항공기 제방빙 매뉴얼 (제6판)", 2021년 12월 6일.
- ↑ 에어 프랑스 447편 추락사고가 대표적인 사고인데, 다만 이 사고는 피토관의 오류는 잠깐이었고, 곧 얼음이 녹았는데도 부기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추락에 이른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