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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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4년 2월 28일 (수) 03:44 판

Deicing.

어떤 표면으로부터 얼음이나 성에를 제거하고 일정 시간 동안은 다시 얼지 않도록 처리하는 작업을 뜻한다. 가장 널리 쓰이고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항공이지만 도로, 철도에도 디아이싱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한국어로는 '제방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1] 우리나라에서도 디아이싱이 훨씬 널리 쓰인다.

항공기의 디아이싱은 주로 항공기 표면에 생긴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을 뜻한다. 추운 겨울, 특히 눈이 왔거나 비가 온 다음 기온이 뚝 떨어진 뒤에는 이륙 전에 디아이싱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면 못 해도 2~30분은 까먹는다. 공항에 이륙할 비행기가 많아서 혼잡할 경우에는 디아이싱 작업구역에도 비행기가 밀리기 때문에 시간 단위로 이륙이 지연될 수 있다. 그냥 게이트에서 받거나 미리 받으면 되지 왜 이렇게 시간을 까먹도록 작업을 하는가 의아해 할 수 있는데, 제빙액과 방빙액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화학물질을 수집 처리할 수 있는 구역을 따로 마련해야 하며, 방빙액도 유효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넘겨서도 이륙을 못 하면 다시 디아이싱을 해야 한다. 따라서 손님을 다 태우고 이륙을 위해 택싱을 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마련된 디아이싱 패드로 와서 작업을 해야 한다.

비행기는 영하 수십 도의 높은 하늘 위를 잘만 날아다니는데 왜 디아이싱이 필요한가 싶을 수 있지만, 그 정도로 높은 하늘은 아예 구름 위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수분이 거의 없어서 얼음이 생길 일이 없다. 그 정도 고도까지 올라갈 때에는 구름층을 통과하거나 해서 얼음이 붙을 수는 있지만 비행 중에는 엔진이 뿜어내는 뜨거운 공기를 이용한 방빙 시스템이 작동한다. 문제는 이륙할 때다. 이미 얼어붙어 있는 얼음은 방빙 시스템으로는 떼어낼 수 없고, 이륙 과정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실제로 여러 건의 추락사고를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2]

항공기의 디아이싱은 주로 날개(수평날개는 물론 수직날개도 포함), 엔진의 흡입구, 피토관, 조종실의 유리창을 대상으로 한다. 날개는 양력을 내기 위해 최적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표면을 공기가 매끄럽게 흘러 나가야 충분한 양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날개 표면에 얼음이 붙으면 날개의 형상을 변형시키는 결과가 되며, 표면도 매끄럽지 못하게 되어 날개 표면의 공기 흐름이 바뀌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 이륙 과정에서 양력을 충분히 얻지 못해서 추락할 수도 있다. 1982년의 에어플로리다 90편 추락 사고, 1989년의 에어온타리오 1363편 추락사고와 대한항공 175편 추락 사고가 바로 날개에 붙은 얼음이 원인인 된 사고다.

피토관에 얼음이 얼었을 때에도 위험하다. 피토관은 속도와 압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항공기의 각종 조종장치에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잘 날아가고 있던 비행기의 피토관에 얼음이 얼어서 추락하는 사고도 있는데[3] 이륙 과정에서 피토관에 얼음이 붙어 있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엔진 흡입구 쪽에 얼음이 얼어 있다면 엔진이 공기를 흡입할 때 얼음이 떨어져 나가면서 엔진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 역시 디아이싱을 필요로 한다. 조종실의 유리창은 얼음이 붙어 있으면 시야를 방해하므로 당연히 제거 대상이다.

디아이싱을 할 때에는 엔진을 끄는 것이 원칙이다. 엔진이 뿜어내는 세찬 바람 때문에 작업 장비와 작업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체에 유해한 제빙액이나 방빙액이 기내로 유입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디아이싱 패드에 도착해서 엔진을 끄고, 디아이싱이 끝나면 엔진을 켜는 과정은 당연히 시간을 잡아먹는다. 장비가 엔진 뒤쪽의 기류를 견딜 수 있고 작업자도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 그리고 항공기 기종이 제빙액과 방빙액이 공기에 섞여 기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엔진을 켠 상태로 디아이싱을 받을 수도 있다. 인천공항도 일정한 조건을 갖춘 상황에서는 지정된 기종에 한정해서 엔진을 켠 상태로 디아이싱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엔진을 끄고 디아이싱을 받을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빨라야 25분이 걸리는 반면, 엔진을 켠 상태에서는 빠르면 평균 8분이면 되므로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1]

각주

  1. 1.0 1.1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항공기 제방빙 매뉴얼 (제6판)", 2021년 12월 6일.
  2. 항공 관련 빡빡한 규정은 상당수가 실제 사고를 바탕으로 소 잃고 외양긴 고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오죽하면 '모든 비행규정은 피로 쓰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3.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사고가 대표적인 사고인데, 다만 이 사고는 피토관의 오류는 잠깐이었고, 곧 얼음이 녹았는데도 부기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추락에 이른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