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우유를 유산균으로 발효시키고 굳힌 것. 요구르트 굳힌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우유의 처리, 사용하는 유산균과 곰팡이, 제조법, 숙성법, 첨가 재료, 방부제와 식용색소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수천가지 종류의 치즈가 있다.
자주 나오는 떡밥 중 하나가 치즈와 와인의 궁합이다. 치즈야말로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몇몇 '전문가' 타이틀 단 사람들이 '뭔 소리냐 와인에 치즈는 꽝이다' 하고 주장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와인에 관한 만화책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을 낸 이원복은 <경향신문>의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와인하고 치즈를 같이 먹는 서양 사람은 본적이 없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은 인간관계가 폭넓어야 한다.
이런 종류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치츠를 먹으면 와인의 맛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치즈의 지방이 혀를 코팅해 버려서 와인의 맛을 제대로 못 느낀다는 것. 그럴싸해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둘 다 뻘소리다. 치즈 말고 다른 것도 별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 첫 번째 논리에 대해서는, 와인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 다 그렇다. 온전히 와인의 맛을 감상하려는 목적이라면 안주를 아예 안 먹는 게 답이다. 실제로 와인 시음 제대로 할 때는 물이나 워터크래커 정도 나오는 게 다다. 두 번째 논리에 대해서는, 그런 식이라면 기름진 음식들도 다 마찬가지다. 버터를 듬뿍듬뿍 넣은 프랑스요리, 푸아그라, 올리브유, 다 탈락이다. 사실 일부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관심을 끄는 방법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통념을 부정하고 너네들 속고 있었어! 하고 어그로를 끄는 주장하는 것이다. 그냔 편하게 치즈 먹자. 그냥 즐기면 된다. 우리 인생에 엄청난 궁합 따져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비싼 와인 마실 일이 몇 번이나 있겠나.
다만 먹어보면 치즈에는 화이트 와인 쪽이 더 잘 맞는다는 건 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부드럽고 크림 같은 치즈일수록 더욱 화이트 와인이 당긴다. 치즈가 있다면 워터크래커나 빵 정도는 같이 준비하자. 빵을 내려면 단맛 없는 흰빵이 가장 낫다. 반경성이나 경성 치즈는 레드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영문으로 검색해 봐도 와인과 치즈 궁합에 관한 글은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 서양 사람들 사귈 때는 치즈 정도는 살 능력이 되는 사람을 사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