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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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4년 9월 26일 (목) 07:46 판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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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용어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결점이 있는 커피콩을 뜻한다. 커피는 생명체인 식물이 맺는 열매 속의 씨인 만큼, 생육 조건이나 병충해와 같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건강하게 잘 자란 열매가 있는가 하면 벌레를 먹거나, 곰팡이의 공격을 받거나, 병이 걸리거나, 또는 충분히 자라지 못한 열매도 있을 수 있다. 수확이나 가공 과정에서 커피콩이 부서질 수도 있다. 심지어는 돌이나 나뭇가지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가공이나 보관 과정에서도 곰팡이나 미생물 때문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결점'이 있는 커피콩은 그렇지 않은 콩에 비해 당연히 향이나 맛이 떨어지며, 이런 콩이 섞여 있는 상태로 커피를 만들면 당연히 음료의 향미에도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커피의 재배 과정에서 결점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지만 생명체인 이상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으므로 결점두는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수확과 가공 과정에서 최대한 결점두를 골라내야 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 100% 완벽할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커피 농장이나 가공 공장은 물론 커피 로스터나 바리스타들도 최대한 결점두를 찾아내고 골라내기 위해서 애를 쓴다. 그러나 결점두를 찾아내는 과정은 결국 콩 하나 하나를 보면서 골라내는 것이라 그 많은 콩들을 들여다 보노라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먹먹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영어로는 coffee defect(커피 디펙트)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커피 업계에서는 '디펙트'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종류

결점두는 원인에 따라서, 또는 커피의 향과 맛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분류법은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정한 분류법으로, "Arabica Green Coffee Defect Handbook(아라비카 결점생두 핸드북)"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PDF 파일로도 배포하고 있으니[1] 시간 있을 때 읽어 보면 결점두 자세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SCAA는 결점두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누는데, 1종(Category I, 메이저 디펙트)은 커피의 향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거나 품질 관리가 엉망진창이라는 뜻인 결점두로, 스페셜티 커피에는 원칙적으로는 샘플 무게인 생두 기준 350그램 또는 볶은 커피 200그램을 기준으로 1급 결점두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 2종(Category II, 세컨더리 디펙트)은 1종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커피의 향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점두로, 스페셜티 커피에는 생두 350그램/볶은 커피 200그램 기준으로 2종 결점두가 다섯 개까지만 허용된다. '아래의 완전 결점두 환산'은 각 결점두 종류의 심각성을 수치화한 것으로, 환산 수치가 n이면 결점두 n개를 완전 결점두 하나로 친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낮을수록 커피의 향미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1종 결점두 2종 결점두
종류 완전 결점두 환산 종류 완전 결점두 환산
풀 블랙 1 파샬 블랙 3
풀 사우어 1 파샬 사우어 3
마른 체리/체리 팟 1 파치먼트 5
곰팡이 핌 1 물에 뜸 5
이물질 1 덜익음 5
심각하게 벌레 먹음 5 메마른 5
껍질 5
깨짐/조각남/잘림 5
깍지/겉껍질 5
가볍게 벌레 먹음 10

1종 결점두

곰팡이 핌

Fungus damage.

1개가 완전 결점두 1개로 환산된다.

말 그대로 생두에 곰팡이가 핀 것으로, 생육 과정에서 이미 고온다습하거나 해서 곰팡이가 피기 좋은 조건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고, 가공 및 보관 과정에서도 제대로 말리지 않았거나 습도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필 수 있다.

당연히 향미에도 영향을 미쳐서 곰팡내, 흙내를 비롯한 나쁜 맛을 내지만 더 문제는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오크라톡신 같은 독소가 들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수입 커피에 통관 과정에서 오크라톡신이 발견되어 난리가 난다.[2] 특히 값싼 커피는 품질 관리가 그만큼 안 좋을 수 있고, 가공이나 보관 상태도 좋지 못할 가능성이 크므로 곰팡이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더 많다.

이물질

Foreign matters.

1개가 완전 결점두 1개로 환산된다.

말 그대로 커피가 아닌 다른 물질이 들어간 것.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이물질로는 돌이나 커피나무의 잔가지 같은 것들이다. 당연히 이런 게 들어가면 커피의 품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커피의 수확과 관리가 엉망진창이라는 뜻이다. 이런 건 눈으로 충분히 발견하고 골라낼 수도 있고, 가공 과정에서 체를 사용하거나 그밖에 여러 가지 수단으로 걸러낼 방법이 있는데도 생두에 이물질이 섞여 있다면 품질 관리가 개판이라는 뜻이다.

돌은 그 자체로는 커피의 향미에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당장에 돌이 섞인 커피가 그라인더로 들어갔다고 생각해 보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도 로스터와 부딪치면서 부품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나뭇가지와 같은 이물질은 당연히 향미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이물질에 따라서는 몸에 해로운 물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2종 결점두

덜익음

Immature bean.

5개가 완전 결점두 1개로 환산된다.

말 그대로 덜익은 미성숙 커피를 뜻한다. 덜익은 커피콩이 걸러지지 않고 볶이면 퀘이커(quaker)가 된다. 단 퀘이커는 다른 이유로도 생길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 받으려면 생두 상태에서는 덜익은 콩이 350 그램에 5개까지 허용되지만 볶은 커피에서는 퀘이커가 단 한 개도 있어서는 안 된다. 즉 로스팅을 한 다음에 꼭 해야 하는 일이 퀘이커가 있는지 찾아보고 골라내는 것이다.

결점두 가운데 로스터나 바리스타들의 속을 가장 썩는 것 중 하나로, 커피를 볶고 나면 퀘이커는 정상 커피콩에 비해 눈에 띄게 색깔이 밝기 때문에 골라낼 수 있지만 생두 상태일 때에는 눈으로 식별하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밀도 체크와 같은 수단을 사용하거나 볶아 봐야 정체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수확을 할 때 덜익은 체리를 골라내는 게 좋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수확하는 사람의 눈썰미도 필요하다. 기계로 수확하는 커머셜급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워시드 가공이라면 과육을 벗겨낸 다음에 물에 뜨거나 하는 생두를 골라낼 수 있고, 내추럴이라면 분류 과정에서 밀도가 낮은 콩을 가려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워시드보다는 어려워진다.

덜익은 콩이 그대로 볶여서 들어간 커피는 밀짚이나 풀냄새가 날 수도 있으며, 특히 떫은 맛을 내므로 커피의 향미에 아주 좋지 않다.

퀘이커

Quaker.

퀘이커는 로스팅을 마친 원두에서 발견되는 결점두로, 다른 커피보다 눈에 뜨이게 색깔이 창백하다. 로스팅한 커피가 짙은 색깔을 띠는 주요한 이유는 생두 안에 있는 당분이 열에 분해되는 캐러멜화를 거치기 때문인데, 당분이 부족하면 캐러멜화도 덜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 없는 정상 원두에 비해 밝은 색깔을 띤다. 로스터가 커피를 볶은 후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볶은 커피에서 퀘이커를 골라내는 것이다.

퀘이커의 주요한 원인은 덜익은 콩이지만 꼭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커피 열매가 자라는 과정에서 나무로부터 충분한 영양을 공급 받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3] 미생물이나 벌레에 피해를 입은 콩이 원인일 수도 있고, 심지어 생두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로스팅 과정에서 기계 안 어딘가에 끼여서 열을 제대로 못 먹은 게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퀘이커가 가장 난감한 것은 원인도 여러 가지인 데다가 로스팅 전에는 솎아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다만 워시드 가공을 할 때에는 물에 뜨는 콩을 걷어내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내추럴 가공한 콩에서 퀘이커가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퀘이커를 걸러내지 못하면 커피의 품질에 대단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 종이맛, 잿더미맛, 떫은맛, 심지어는 '역하다'고 표현하는 바리스타들도 있다. SCAA 기준으로 퀘이커는 한 톨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

퀘이커도 크게 나누면 미성숙 콩이 주 원인인 테임 퀘이커(tame quaker)와 벌레 또는 미생물의 피해를 받은 콩이 주 원인인 디펙티브 퀘이커(defective quaker)로 나뉜다. 둘 다 커피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만 그나마 테임 퀘이커가 부정적인 영향이 덜하다. 심지어 일부 바리스타들은 테임 퀘이커는 조금 들어 있으면 오히려 과일맛을 더 부각시켜서 커피의 향미에 좋은 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대체로는 한 톨의 퀘이커도 커피를 망친다고 보는 분위기다.[4] 실제로 커피콩 선별기를 만드는 회사인 SODVA에서 에티오피아 2등급 콩 가운데 퀘이커를 100개 모아서 실험해 본 결과, 커피의 향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콩은 10개도 안 되었다고 한다.[5] 또한 퀘이커를 완전히 걸러냈을 때 '혼란스러운' 과일향이 줄어드는 게 분명해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퀘이커를 좀더 식별하기 쉽도록 자외선 램프로 커피콩을 쬐어서 살펴보거나, 스펙트럼으로 콩의 색깔을 구분해서 일정 기준 이상으로 색깔 차이가 나는 콩을 걸러내는 기계도 개발되고 있다. 특히 대량으로 커피를 볶아내는 곳은 사람의 눈으로 일일이 콩을 확인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선별 기계가 필수에 가깝다.

각주

  1. James Kosalos, Rob Stephen, Steven Diaz, Paul Songer, and Mané Alves, "Arabica Green Coffee Defect Handbook", published on 2 April 2004, revised on 26 April 2013,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2. "메가커피 수입 원두서 ‘곰팡이 독소’ 검출…“시중 유통 안 돼”", KBS NEWS, 2023년 2월 21일.
  3. 이건 미성숙과는 좀 다른 문제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성인은 되었지만 어렸을 때 영양을 충분히 공급 받지 못해서 비실비실한 허약 체질이 된 것과 비슷하다.
  4. Josephine Walbank,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quaker coffee beans", 10 May 2022.
  5. "The Science Behind Defective Beans and How They Affect Your Roast", SODVA, 10 September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