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지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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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6년 10월 21일 (금) 11:36 판 (→‎방법)

活け締め.

생선을 잡아서 다듬기 전에 먼저 척수 신경을 죽이는 것. 신케이지메(神経締め)라고도 하지만 이케지메란 말을 더 많이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케시메'라고 표기된 글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정확히는 이케지메(いけじめ, 活〆)다. 이케(活け)와 시메(締め)가 붙으면서 뒤의 '시'가 '지'로 연음화 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두 단어를 따로 따로 생각해서 그런 듯. 말 뜻을 풀이해 보면 活け는 '살아 있는' 정도의 뜻이고 締め,〆는 '마감'이라는 뜻이다. 즉 살아 있는 상태를 마감시킨다는 뜻 정도로 볼 수 있다. '신케이지메'는 신경을 마감한다는 뜻이 된다.

이유

이케지메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 스트레스의 최소화 : 물고기를 잡아서 피를 빼고 해체하는 과정은 당연히 물고기에게는 어마어마한 고통이다.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잡을 때 물고기가 계속해서 몸부림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케지메를 하면 먼저 척수 신경을 없애버리는 것이므로 물고기가 빠르게 의식을 잃고 뇌사 상태에 빠지며 고통도 최소화 된다. 또한 생선이 죽고 나면 근육 안에 있던 에너지 물질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이 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격렬한 몸부림을 많이 친 물고기일수록 체내에 있던 ATP는 많이 소비되고 근육에 젖산이 쌓여서 맛이 떨어진다. 이케지메를 하면 물고기의 움직임이 신속하게 잠잠해지므로 스트레스도 최소화 된다. 그에 따라 ATP 소비도 최소화 되고 근육의 젖산 양도 낮아져서 맛에도 도움이 된다.
  • 사후경직 지연 : 특히 선어회를 선호는 일본에서 이케지메가 발달한 이유. 물고기가 죽고 나면 곧바로 사후경직이 시작되고, 약 6시간 정도에서 경직 상태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이후 풀어지기 시작한다. 이케지메를 하면 사후경직의 속도가 지연되어, 많게는 2~3일 정도까지도 숙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선어회의 장점은 숙성 과정에서 활어회에 비하여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살 안에 많이 생성되는 것인데, 아미노산이 충분히 만들어지기 전에 사후경직이 풀리면 의 식감이 점점 물렁해지므로 이케지메를 통해서 이 미스매치를 없애는 것.

선어회를 좋아하는 일본은 횟감용 생선을 잡으면 이케지메를 하는 것이 거의 당연시되지만 활어회를 좋아하는 한국에서는 이케지메를 보기가 힘들다.

방법

생선의 눈 사이, 또는 꼬리 쪽에 꼬챙이나 긴 금속줄을 밀어 넣어서 척수를 관통하고 휘젓거나 앞뒤로 쑤셔대면서 척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눈 사이로 관통시킬 때에는 비교적 짧고 굵은 도구를 사용하는데, 끝이 갈라져 있다. 이 도구를 눈 사이의 급소에 정확하게 찔러 넣어서 뇌와 척수 사이를 끊어버리는 것. 크기가 비교적 작은 편이고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는 참돔이나 광어 같은 생선을 주로 이 방법으로 처리한다. 이렇게 급소를 찌른 다음 아가미 쪽의 혈관을 칼로 따서 피를 뽑고, 마지막으로 아까 도구로 구멍을 낸 곳에 긴 금속선을 꼬리 지느러미 근처까지 밀어 넣은 뒤 앞뒤로 여러 번 밀고 당겨서 척수를 완전히 날려버린다. 정확하게 급소를 찾아서 찔러야 하므로 좀 더 난이도가 있지만 빠르고 손상이 적다.

꼬리 쪽으로 관통시킬 때에는 꼬리 지느러미와 몸통 사이를 칼로 자르는데, 그러면 척추뼈의 단면이 보인다. 그 위 아래로 구멍이 하나씩 있는데 배쪽 구멍은 혈관이고 등쪽 구멍은 척수다. 즉 등쪽 구멍으로 금속줄을 아가미 정도까지 빠르게 밀어 넣은 다음 여러 번 앞 뒤로 당겼다 밀었다 쑤시면서 척수를 해체한다. 주로 참치방어 같은 큰 생선을 처리할 때 이 방법을 쓴다. 척수의 통로가 잘 보이므로 눈 사이를 찌르는 쪽이 난이도가 좀 더 높다. 하지만 먼저 꼬리 지느러미 쪽을 잘라내야 하며 물고기가 의식을 잃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생긴다.

아무튼 숙련된 고수가 하면 잠깐 지느러미가 푸덕거리다가 금새 잠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