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털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쓰이는 은어. 돈이 많거나 힘 있는 높으신 분들, 속된 말로 끗발 있는 수감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그와 대비되는 말로 돈 없는 재소자는 개털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면회도 자주 오는데다가 영치금도 많이 들어오므로 넉넉하게 이것저것 사 먹을 수도 있고, 여러 명이 같이 수용되는 방에 있다면 인심 좋게 다른 재소자들에게도 풀 수 있어서 방에서도 꽤나 대접을 받는다. 교도소 쪽에서도 방을 배정할 때 개털들이 있는 방에 범털 하나씩을 넣어주기도 한다.
'범털'이라는 말의 유래는 원래 담요에서 나왔다. 재소자에기는 기본적으로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법무부 마크가 찍힌 담요가 나오는데, 군대 모포보다도 별로이고 낡은 게 많다. 겨울에는 난방도 안 되는 방 안에서 이 모포 한 장으로는 추워서 두 장 이상씩은 겹쳐서 덮고 자야 한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바깥에서 담요를 들여다가 쓰는데, 이걸 범털이라고 부른다. 이런 담요 중에 호랑이 무늬가 많았기 때문, 그와 비교해서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모포는 범털보다 털도 짧고 윤기도 없어서 개털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돈 있는 재소자와 없는 재소자를 범털 덮고 자는 사람과 개털 덮고 자는 사람으로 구분하게 된 것.
요즈음은 교도소도 난방 시설이 제공되고 공급되는 물품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그리고 교도소에서는 원칙적으로 바깥에서 옷[1]이나 담요를 제공 받는 것을 금지하는 쪽으로 규정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구치소 단계까지는 밖에서 담요를 들여다 쓸 수 있다.[2]
유전범털 무전개털
돈이 많으나 적으나 일단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왔다면 그래도 평등하게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교도소 안에서도 범털은 떵떵거린다. 특히나 구치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재벌 총수나 그 일가,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넓은 독방을 쓰고 마음껏 면회도 하는 게 보통이다. 그것도 유리로 막힌 일반 접견실이 아니라 보통 변호인 접견실이나 교도소 내 일반 응접실에서 면회가 이루어진다. 아예 하루 종일 사무실이나 응접실에서 놀다 가기도 한다. 교도소 안에 갇혀 있는 것만 빼고는 모든 것이 다르다. 이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범털들은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털들이 들어 있는 방에 일부러 범털을 한 명 넣어주기도 하는데 돈을 쓰는 대신 감방 생활은 편하게 할 수 있다. 보통 한 방의 서열은 들어온 순서대로 정해지지만 범털은 열외. 물론 범털들이 여럿 있는 방에서는 그냥 원래 서열대로 간다.
교도소 은어지만 교도소를 무대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많이 쓰이면서 일반에게도 꽤 알려졌다. 높으신 분들이 구속되면 주로 가는 서울구치소를 범털 감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