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
건담+프라모델의 합성어. 이름 그대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각종 메카닉을 소재로 만든 프라모델을 뜻한다. 반다이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다. 반다이는 건프라 한 가지 가지고 먹고 산다고 말할 정도로 이쪽의 판매량이나 수익이 워낙에 높다 보니, 이제는 건담을 위한 건프라인지 건프라를 위한 건담인지 모를 정도로 새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에서부터 건프라에 맞는 기체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고, 그 때문에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많다.
특징
거의 대부분의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 스냅 타이트 : 접착제 없이도 서로 부품끼리 맞물려서 결합된다. 자잘한 부품들까지도 절묘하게 분할해서 본드 없이 결합시키는 걸 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다. 다만 일부는 결합력이 약해서 잘 떨어지기 때문에 본드로 붙이는 게 속 편할 때도 있긴 하다.
- 색분할 : 실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체의 색분할을 최대한 따라가며, 부품 자체에 색이 들어가 있어서 도색 없이 가조립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낸다. 초창기에는 부품 분할이 완전하지 않아서 스티커로 해결하거나 원작과 배색이 안 맞는 문제도 있지만 최근에는 설계와 금형기술의 발달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원작보다 더 촘촘한 색분할[1]을 자랑하기도 한다.
- 시스템 인젝션 : 러너 하나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찍어내는 것. 한 러너에 색깔이 다른 부품들이 같이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기체의 변형판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 시스템 인젝션이네? 또 색놀이[2] 하려고 이러네. - 슬라이드 금형 : 위 아래 틀로만 찍어내는 게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누르는 방식으로 찍어내는 금형. 덕분에 총열 같은 튜브 모양의 부품도 접합선 없이 통짜로 한방에 찍어낸다.
몇몇 제품에는 좀더 발전된 기술들을 적용한다.
- 언더 게이트 : 러너와 부품을 잇는 게이트의 부품 쪽 고정지점을 밖에서는 안 보이는 곳에 두는 것. 금 멕기나 티타늄 코팅과 같이 특수처리를 한 제품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게이트 자국인데, 화려한 금이나 티타늄에 게이트 자국이 얼룩덜룩 있는 모습은 작지만 눈에도 잘 뜨이고 짜증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립했을 때 밖에서는 안 보이는 부분에 게이트 고정지점을 둔 것.
- 통짜 사출 : 녹는점이 약간씩 다른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여러 부품이 아예 조립된 상태로 한번에 찍어내는 것. 이런 부품은 그냥 러너에서 떼어내서 게이트 자국만 다듬으면 된다. MG나 PG에서는 일부 부품에 사용하고 있고, RG는 아예 내부 프레임을 팔, 다리, 몸통과 같은 몇 부위로 나눠 통짜 사출로 찍어내버린다.
종류
하이 그레이드
High Grade.
1/144 스케일 건프라 시리즈. 가장 많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아무래도 아래의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는 스케일도 작고 내부 프레임 같은 것도 거의 없기 때문에[3] 좀 마이너한 기체들도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디테일 면에서나, 가동성 쪽으로는 아무래도 MG나 PG보다는 떨어진다. 조립 난이도가 낮은 편이므로 초심자의 입문용 키트로도 좋다. MG와 함께 반다이의 주력 라인업으로 수익성 면에서도 MG와 막상막하. 하지만 개발인력 배치는 MG 쪽에 좀 더 비중이 가 있다.
저가 시리즈라는 인식이 있지만 다른 시리즈로는 내기 힘든 초대형 기체가 HG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 사례가 덴드로비움. 가격이 무려 28,000엔으로 PG RX-78 건담 두 개를 뛰어넘는 가격을 자랑한다.
마스터 그레이드
Master Grade. 줄여서 MG라고 부른다.
1/100 스케일 건프라 시리즈. 1995년에 나온 RX-78 건담이 첫 제품이다. 반다이 건프라의 최고 주력 라인업으로 가장 많은 개발인력을 투입하고 있고 수익도 이쪽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가조립만으로도 원작 기체를 재현하는 색분할, 내부 프레임, 시스템 인젝션, 건식 데칼을 비롯한 반다이의 최신 기술을 대거 투입했고 일부 제품은 언더 게이트나 통짜 사출 같은 고급 기술들도 적용한다.
초기에는 색분할이 완전하지 않아서 설정과 차이가 나거나 스티커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았고, 고정성도 나빠서 건들거리는 데다가 가동성도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그 이전의 건프라와는 확연한 차이로 건프라 마니아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후 기술이 계속 발달하면서 색분할이나 가동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가격도 비약적으로 올라간 건 덤. 초창기에 나온 구판 MG 중 주력 라인업들의 단점을 보완하는 업그레이드 버전도 나오고 있다.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자쿠 II 2.0으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가동성으로 이전에는 생각도 못한 갖가지 자세를 잡을 수 있어서 건프라 팬들을 열광시켰다.
또한 변신 기체의 경우에는 완전변형도 가능하다. S-건담 계열과 같은 극히 일부 기체는 일부 부분을 떼어냈다가 다시 달았다가 해야 하지만 제타건담을 비롯한 대부분 변신 기체는 그렇게 할 필요 없이 내부 기믹으로 변형을 할 수 있다.
건프라 말고도 패트레이버의 잉그램이나 단바인도 MG를 달고 나왔고, 좀 뜬금없지만 드래곤볼과 원피스, 가면라이더의 피규어도 MG 피겨라이즈(Figurise) 마크를 달고 나왔다. 하지만 건프라에 비해서는 인기나 라인업이 압도적으로 딸린다.
Ver. Ka
2002년에 나온 RX-78 건담 버카가 첫 타자. 주요 건프라 라인업 대부분의 컨셉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가도키 하지메의 이름을 딴 것으로, 건프라계의 천재 설계자로 손꼽히는 가도키 하지메가 기체를 리파인한 것. 따라서 원작과는 프로포션이나 색분할 같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극악하게 많은 양의 데칼로 악명이 자자하기도 하다. 조립 시간보다도 데칼 붙이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게 경험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 그나마 초기에는 건식 데컬이었지만 요즈음은 습식 데칼이라서 붙이는 작업도 훨씬 길어졌고 마크 세터의 도움을 안 받으면 기껏 붙여놓은 것도 날려먹기 일쑤라 모델러들의 원성 아닌 원성이 자자하다.
퍼펙트 그레이드
Perfect Grade. 줄여서 PG라고 부른다.
1/60 스케일 건프라 시리즈. 주력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가장 저렴한 RX-78 건담이 12,000엔이나 할 정도로 평균적인 가격이 가장 비싸며 잘해야 1년에 하나 정도 나오고 몇 년 동안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뭔가 적용해 볼만한 신기술이 없으면 안 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998년 RX-78 건담이 나온 이후로 2018년까지 20년 동안 출시한 PG가 16개밖에 안 되며 색조합을 달리한 버전을 빼면 14개 뿐이다. 스케일이 큰만큼 반다이의 온갖 기술들을 때려박을 수 있어서 색분할과 가동성 면에서 극한의 품질을 보이며 LED 발광 효과를 내는 키트가 많기 때문에 뛰어난 외관을 자랑한다. 10년 전 PG라고 하더라도 최근의 MG에 못지 않을 정도로, 정말로 당대의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부어넣은 시리즈. 2000년에 나온 PG 시리즈 세 번째인 제타건담은 여전히 최고의 건프라를 뽑을 때 늘 최고 아니면 적어도 후보에 오른다.
2017년에는 느닷없이 스타워즈의 밀레니엄 팔콘이 PG로 나왔다. 단 스케일은 1/72.
리얼 그레이드
Real Grade. 줄여서 RG라고 부른다.
1/144 스케일 건프라 시리즈로 위의 다른 시리즈에 비해 늦게 등장했다. HG와 같은 스케일이지만 그 작은 크기 안에 MG 수준의 전신 프레임을 우겨넣는 것은 물론 심지어 MG를 뛰어넘는 색분할이나 가동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구형 PG보다 진일보한 부분까지 보임으로써 건프라 마니아들에게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제타건담은 각은 스케일에 완전변형 기믹을 몽땅 때려넣는 것은 물론 MG보다도 진일보한 변형을 보여주고 있다.[5] HG보다는 비싸지만 초기에는 2,500엔 균일로 MG보다는 싼 가격에 반다이의 온갖 신기술 쇼를 체험할 수 있어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단 전신 프레임은 거의 통짜 사출을 해 버리기 때문에 관절이고 뭐고 미리 다 조립되어 나온다. 그냥 팔 다리 몸통만 이어붙여주면 전신 프레임 조립은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 다만 사자비 이후로는 전신 프레임의 비중이 많이 줄었는데, 무리하게 건담 MK II의 전신 프레임을 연장해서 쓴 시난주가 관절 강도 면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다 보니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돌아선 듯하다. 역으로 전신 프레임 비중을 크게 줄인 사자비는 관절 강도나 움직일 때 관절이 빠지지 않도록 한 장치로 역대급 가동성은 물론 가동 때 떨어지거나 고정성이 불안한 부품이 역대급으로 없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RG도 대형 기체나 부품수가 많은 기체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기본형에 가까운 기체는 새로 나오는 것도 2,500엔을 고수하고 있고, 대형기체라고 해도 MG보다는 여전히 확실히 싸다.
SD
말 그대로 건프라의 SD 버전. 다른 시리즈는 반다이 시즈오카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SD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품이 몇 개 안 되어서 조립하기도 간단하지만 그만큼 꼼꼼한 색분할이고 가동성이고 뭐 그런 거 기대 안 하는 게 좋고, 안 보이는 쪽, 심지어는 보이는 쪽 일부에도 속이 텅 빈, 이른바 골다공증 부품도 많다.
그밖에
- RE/100 : 1/100 스케일 프라모델 시리즈로. 주력 라인업인 MG와 같은 크기지만 MG로 내기에는 채산성이 떨어지는 좀 마이너한 기체들을 이쪽으로 내고 있다. MG와 같은 극강의 가동성이나 내부 프레임 같은 것들은 포기함으로써 개발비는 절약하되 색분할과 같은 외관은 최대한 MG에 가깝게 만드는 시리즈.
- 퍼스트 그레이드 : 1/144 스케일. HG보다도 좀더 단순하고 조립이 쉬운. 진짜 엔트리 레벨의 건프라.
- 엔트리 그레이드 : 1/144 스케일.
- 스피드 그레이드 : 1/200 스케일. 이름처럼 후딱 만들 수 있는 키트.
- 점보 시리즈 : 정말 어쩌다 가끔 이벤트성으로 나오는 1/48 스케일짜리 대형 건프라. 하지만 외관을 중시한 킷이라 가동성은 별로고 내부 프레임 같은 것도 없다.[6]
- HY2M : 무려 1/24라는 엄청난 초대형 스테일의 RX-78이 첫 제품이었는데 가격도 무려 78,000엔이라는 무지막지한 액수를 자랑했다. 이후에는 스케일을 좀 줄여서 1/60 짜리로 구프와 릭돔이 나왔다. 점보 시리즈처럼 외관을 중시하는 킷으로 가동성은 별로고 내부 프레임 같은 것도 없다.[7] 대신 LED 발광 효과를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설계했다.
각주
- ↑ 예를 들어 같은 색깔이지만 톤에 조금씩 차이를 준다든가.
- ↑ 같은 기체인데 배색과 몇 가지 디테일만 다른 경우. 예를 들어 자쿠 II가 일반용과 샤아용, 조니 라이덴용... 으로 나뉜다든가 하는 식.
- ↑ 최근에는 팔다리에 내부 프레임이 약간 들어가는 HG도 일부 나오고 있다.
- ↑ HG와 막상막하 수준이라고 한다.
- ↑ 다만 작은 스케일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지 변형이 까다로운 면도 있고 웨이브 라이더 상태의 고정성이 좀 건들건들하다는 비판도 있어서 심하게는 실패작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 ↑ 사실 이런 대형 키트는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기도 하고, PG보다도 훨씬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가동성이나 내부 프레임을 위해 개발비를 많이 투입하기가 어렵다.
- ↑ 채산성 문제도 있지만, 이 정도 스케일 쯤 되면 내부 프레임 같은 것으로 복잡해지면 너무 무거워져서 들기도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