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즉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점. 물건을 살 때 이것저것 붙은 세금,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나 소비세, 주세, 담뱃세 같은 것들을 내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
이 분야의 세계 최대 회사는 홍콩에서 설립된 DFS(Duty Free Shoppers)로, 지금은 LVMH 그룹 소속이다. 아마도 해외 여행을 다니다 보면 외국 공항에서 DFS 로고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요 공항의 면세점은 물론 시내에도 세계 주요 도시에 갤러리아스토어(Galleria Store)[1]를 운영하고 있다.
유래
1947년에 아일랜드의 사업가 브렌든 오리건(Brendan O'Regan)[2]이 아일랜드 섀넌국제공항에 만든 게 최초의 면세점이다. 당시 섀넌공항에서 식음료 감사관으로 일하던 오리건은 섀넌공항의 환승 과정에서 면세점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지금이야 미국에서 유럽 어느 도시든 논스톱으로 충분히 갈 수 있지만 그 때는 비행기의 항속 거리가 훨씬 짧았고, 그래서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많은 승객들이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인 섀넌공항에서 갈아타거나 항공기 급유를 하는 동안 내려서 기다렸다가 다시 타기도 했다.[3] 자, 예를 들어, 미국에서 출발해서 이탈리아로 가는 승객이 아일랜드에서 환승 때문에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가정하자. 환승 승객이니까 아일랜드에 입국한 것도 아니고, 미국이나 이탈리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에도 납세 의무가 없다. 이 승객이 물건을 산다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여기서 오리건이 생각한 아이디어가 면세점. 섀넌공항을 설득해서 최초의 면세점을 연다.
종류
면세점은 영업 공간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나뉜다.
- 출국장 면세점 : 공항 및 항만에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항공기 또는 배를 타러 가는 출국장에 설치되어 있다.
- 입국장 면세점 : 공항 및 항만에서 입국해서 세관검사를 통과하기 전까지의 통로에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부터 허용되기 시작했다.
- 기내/선내 면세점 : 국제선 항공기 또는 선박 안에서 운영하는 면세점.
- 시내 면세점 : 위의 두 가지 면세점은 보세구역, 즉 관세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구역에 설치되어 있지만 시내 면세점은 말 그대로 시내, 즉 공항이나 항만의 보세구역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 면세점이다. 이곳에서 물건을 사면 물건을 바로 받을 수 없으며, 출국할 공항이나 항만의 보세구역 안 인도장에서 물건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출국 하루 전 또는 그보다 이른 시간에 물건값을 지불해야 한다.
- 인터넷 면세점 : 시내 면세점을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놓았다고 보면 된다. 물건은 시내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보세구역 안 인도장에서 받는다. 기본 물건값은 시내 면세점과 같지만 회원 할인, 적립금 사용, 포인트 사용을 비롯한 각종 할인을 적용해서 오프라인 면세점보다는 확실히 싸다. 물건의 종류에 따라서는 이러한 할인 혜택이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할인 받을 수 있는 비율도 다르니 직접 체크해 봐야 한다.
이러한 면세점 말고도, 그냥 일반 매장이나 백화점에서 면세, DUTY FREE, TAX FREE와 같은 문구를 써붙여 놓은 경우를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드럭 스토어나 백화점, 쇼핑센터, 전자제품 매장에서 이런 문구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여행객들에게 소비세나 부가가치세를 공제헤 주는 것이다. 전문 매장이라면 결제할 때 면세 가격으로 살 수 있지만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는 일단 산 다음에 나중에 환급 카운터에서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처리해 준다. 이런 곳은 여러 매장에서 물건을 살 확률이 높은데, 매장마다 면세 처리를 하려면 구매 건마다 면세 영수증을 따로 발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일괄처리해 주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반 매장에 대해서 사후 면세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세청장이 지정한 사후 면세점에서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물건을 산 후, 영수증을 모아 놓았다가 공항 또는 항만에 있는 환급 카운터에서 부가세를 일괄 환급 받을 수 있다.
면세점은 과연 쌀까?
세금이 면제되니까 당연히 시중보다 싸겠지? 싶지만 실제로는 안 그런 경우가 많다. 면세점은 공간이나 상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경쟁이 적다. 또한 공항의 상업시설은 임대료가 비싸며, 도심에서 떨어져 있고 보안 관련 절차가 복잡하므로 물류나 인력 관련 비용도 높아진다. 이런저런 비용을 합쳐 보면 면세점 가격이 일반 매장보다도 비싼 경우가 심심치 않다. 값비싼 사치품의 경우에는 세금도 비싸며 일반 매장 역시도 고급 백화점과 같은 장소에 입점하므로 임대료를 비롯한 비용이 높아서 면세점이 싼 경우가 많지만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주류나 담배는 세금이 원래 물건값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싸므로 면세점이 싼 경우가 많으며 특히 담배는 가격을 마음대로 할인할 수 없기 때문에 면세점이 확실히 싸다. 다만 담배에 세금이 100% 붙는다고 가정하면 면세점은 그 100%만큼 싸냐, 즉 반값이냐 하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밖에
물건값은 미국 달러를 표준 단위로 한다. 사실상 국제 거래에서 표준 통화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면세점에서도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각주
- ↑ 갤러리아백화점과는 관계 없다.
- ↑ 오리건은 북아일앤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의 오랜 반목과 충돌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양측 사이의 공동 산업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추진한 인물로 아일랜드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 ↑ 지금도 런던에서 뉴욕으로 가는 영국항공의 BA001 편은 급유 문제로 섀넌공항에 기착한다. 다만 비행기 자체의 항속거리가 딸려서 그런 게 아니라 이륙지인 런던시티공항의 활주로가 짧아서 이륙 중량 문제로 연료를 가득 못 채우는 것. 이 사이에 승객들은 섀넌공항에서 미리 미국 입국심사를 받고 뉴욕 JFK공항에서는 국내선처럼 바로 나갈 수 있다. 반대로 뉴욕에서런던으로 오는 BA002는 논스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