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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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숙성시켜서 푹 삭은 김치.

김치를 담고 나서 숙성을 시키면 익었다가 신김치가 되고, 시간이 더욱 지나면 묵은지가 된다. 하지만 얼마나 숙성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은 없다. 보통은 6개월 정도를 기준으로 보는 듯하는데 2~3년씩 숙성시킨 묵은지를 자랑하는 음식점들도 있다. 옛날에는 가을에 김장을 하면 겨울 내내 먹었고 이듬해 봄까지도 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묵은지가 만들어졌다. 요즈음은 그 정도로 김장을 많이 하는 가정이 드물기도 하고 특히 도시는 김장을 하더라도 장독대를 땅에 묻고 겨울을 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가정에서 묵은지를 보기 힘들고 일부러 묵은지를 만들기 위해 김치냉장고 깊숙이 처박아 놓거나, 제품을 사는 수밖에는 없다. 시골도 이제는 대가족도 아니고 김장 문화도 전같지는 않아서 제대로 푹 숙성된 목은지 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겉절이 같은 것으로는 어림도 없고 김장용으로 소금젓갈을 충분히 사용한 김치가 오래 버티므로 묵은지로 제격이다.

단지 오래 숙성시켰다고 다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조건으로 숙성시켰는지도 중요하다. 숙성 조건이 나쁘면 효모곰팡이가 창궐하면서 쓰레기가 된다. 효모만 끼어도 군내가 장난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조직이 흐물흐물하게 풀어져서 식감이 완전 꽝이다. 정말 좋은 조건으로 숙성시킨 묵은지는 그냥 김치처럼 먹어도 신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시원한 신맛이 일품이다. 아삭아삭한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섬유질이 어느 정도 살아 있어서 식감도 괜찮다.

묵은지가 가장 많이 쓰이는 요리는 뭐니뭐니해도 김치찌개. 적당한 신맛과 푹 삭은 식감으로 인기가 많다. 묵은지는 식감이 어느 정도 흐물흐물해지지만 김치찌개를 끓이면 오히려 이게 푹 익힌 듯한 식감이라서 괜찮다. 이쪽 방면으로 원조라 할 수 있는 체인점 오모리김치찌개는 3년 숙성 묵은지를 항상 내세운다. 묵은지 김치찜도 인기 음식. 요즈음은 마트에서도 묵은지를 따로 팔고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쉽게 묵은지 요리를 할 수 있다. 김칫국을 끓여도 시원한 신맛이 있어서 맛나다.

김치 중에서는 배추김치, 특히 그 중에서도 소금과 젓갈을 충분히 써서 숙성력이 좋은 김장김치가 단연 주종이다. 다른 김치는 아무리 숙성을 잘 해도 두세 달만 지나도 맛이 망가지는지라[1] 묵은지=배추김치다. 효모곰팡이가 쳐들어오지 못하게 잘 밀폐해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두면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

갓김치는 오래 숙성한 것이 맛있고, 조건만 제대로 맞으면 오래오래 숙성할수록 맛있다고 한다.[2] 심지어는 10년 넘게 숙성한 것도 있다. 하지만 갓김치는 묵은지라는 말은 쓰지 않고 갓김치는 그냥 갓김치다.

각주

  1. 특히 조직이 풀어지고 흐물흐물해지는 게 가장 문제다.
  2. 물론 대충 숙성하면 흐물흐물해지는 정도가 배추김치보다 더 심해지기 때문에 갓김치를 몇 년 동안 푹 삭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