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Brunch.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breakfast + lunch의 합성어다.
우리말로 하면 '아점'이다. (아점이란 말도 오래되긴 했어도 브런치와 비슷하게 아침 + 점심을 합친 일종의 신조어긴 하다) 말 그대로 아침과 점심을 합친 것으로, 느지막한 오전에 먹는 식사를 뜻한다. 하지만 길게는 오후까지 넘어가고, 이른바 '올 데이 브런치'라는 이름으로 하루 종일 브런치 음식들을 파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많이 있다. 시간대에 너무 구애받기보다는 그냥 시리얼이나 빵, 샌드위치 한 쪽으로 때우는 아침보다는 거하고, 스테이크 급의 제대로 된 점심보다는 캐주얼한 식사를 브런치 정도로 보면 된다. 서양의 회사들 가운데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곳이 많다 보니 점심은 출근할 때 대충 샌드위치 같은 거나 사다가 때우거나 그냥 제끼고, 대신 아침을 좀 세게 먹을 수도 있는데 이것도 브런치인 셈.
이 말의 기원은 19세기 영국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던 속어인데, 아침에 가까운 시간이면 brunch, 점심에 가까운 시간이면 blunch라고 했다.[1] 이 용어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1차대전 이후에 엄청 붐이 일었다. 지금은 브런치 하면 뉴욕을 떠올릴 정도로 이쪽 동네에서 굉장히 발달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문화를 타고 들어왔다가 미드 <섹스 앤 더 시티>가 대박을 치면서 특히 30대 워킹걸을 중심으로 확 퍼졌다. 이때만 해도 적지 않은 남자들은 서양스러운 음식 좋아하는 여자들은 된장녀 취급을 했다. 이런 붐을 타고 '브런치 카페'를 표방하는 카페들도 국내에 많이 생겼다. 브런치가 유행하기 전에는 '카페'라고 하면 커피나 차 같은 음료 위주이고 음식은 안 팔거나 간단한 다과류, 가벼운 샌드위치 정도 파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브런치 카페들이 생기면서 이제는 커피나 차도 마시면서 간편하게 식사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이 말의 기원이 된 영국에서는 정작 브런치란 말을 그닥 안 쓰고 그냥 브렉퍼스트로 퉁친다. 하루 종일 아침식사 요리를 파는 경우에도 영국 쪽에서는 브런치 대신 '올 데이 브렉퍼스트'란 말을 쓴다.
아침 + 점심의 개념이니만큼 가벼운 아침보다는 확실히 푸짐하고 열량도 많은 음식들이 주종을 이루는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또는 이를 간략화시킨 에그 베네딕트 같은 음식들, 또는 속을 푸짐하게 채운 샌드위치나 팬케이크 같은 것들이 주로 사랑 받는 브런치 음식들이다. 특히나 늦잠을 늘어지게 자기 마련인 주말에는 일어나서 뭘 먹어도 자연스럽게 브런치가 된다. 직장인들은 평일이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니 브런치라 하기 뭐하겠지만 특히 자유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아침 시간을 좀 빈둥거리면서 쓸 수 있으니 브런치의 주요한 고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