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브레이크
Shooting brake.
자동차 차체의 스타일 중 하나다.
엄청 모호한 개념이다. 스테이션 왜건도 아니고 쿠페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이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스테이션 왜건이나 쿠페일 수도 있다. 짜맞춰 보자면 쿠페와 마찬가지로 뒷문이 없는 해치백 스타일의 2도어지만 무늬만 4인승인 쿠페보다는 그래도 뒷좌석을 앉을 만하게 만들되 최대한 뒤쪽 윤곽선을 날렵하게 뺀 차라고 볼 수 있겠다.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자면 2도어 스테이션 왜건으로 뒷좌석을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는 선에서 뒤쪽 라인을 최대한 깎아낸 스타일이 된다. 하지만 무엇이 슈팅 브레이크인지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모호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그냥 슈팅 브레이크=스테이션 왜건 취급하기도 한다.
원래 이 이름은 사냥 나갈 때 쓰던 마차의 모양에서 유래된 것인데. 그 당시의 슈팅 브레이크는 그냥 네모난 4인승 마차 모양이다.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 시대에 나온 슈팅 브레이크를 보면 그냥 이 마차 모양을 비슷하게 본뜬 것으로 지금의 슈팅 브레이크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지금은 그때와 모양이 전혀 다른데 왜 슈팅 브레이크라고 하는 걸까? 옛날에는 사냥개 그리고 총과 함께 사냥꾼들을 싣고 달리는 마차가 슈팅 브레이크였다면 지금은 생긴 건 쿠페 같아도 골프백과 여행가방, 그리고 남자 네 명 까지 탈 수 있는 정도의 차라는 뜻으로 슈팅 브레이크란 말을 쓴다고 보면 된다.
자동차 쪽에 처음으로 이 말이 쓰인 것은 1900년대 영국에서였다. 1920~30년대까지는 꽤 인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는 8명까지도 탈 수 있고 사냥 도구까지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차도 있었다. 이 때는 마차 시대의 슈팅 브레이크와 정말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사람을 많이 태우는 큰 차의 수요가 줄어들고, 스테이션 왜건이나 쿠페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 중간에서 어정쩡해진 슈팅 브레이크는 마이너로 전락했다. 가끔 '슈팅 브레이크'라는 문구를 달고 나오는 차가 있어서 명맥한 유지하는 정도다. 이름은 '쿠페'인데 생긴 건 쿠페와 스테이션 왜건의 중간인지라 슈팅 브레이크 취급을 받는 차도 있는데, 그러한 예가 1998~2002년까지 출시했던 BMW Z3 쿠페.
슈팅 브레이크로 볼 수 있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페라리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4륜구동 차량인 FF. 슈퍼카 업체들이 너도나도 SUV 경쟁에 뛰어들 때 페라리는 "자존심이 있지, 우린 SUV는 안 만든다!" 하고 기세 좋게 외쳤는데, SUV 대신에 들고 나온 게 바로 사륜구동 슈팅 브레이크였다. 저질러 놓은 호언장담은 있고 시장 상황을 보면 안 만들기는 뭐하니 결론은 말장난으로. 현대자동차도 2022년에 제네시스 G70의 슈팅 브레이크 버전을 내놓았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의 균형에서 역동성에 더욱 비중을 둔 외관에 트렁크 적재 공간을 확장해 실용성을 겸비했다'는 현대자동차의 설명처럼 트렁크 공간 40% 넓어졌고, 뒷좌석을 접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최대 1,535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1]
각주
- ↑ "분명 제네시스인데 낯설다…`귀족의 사냥마차`라는 G70 슈팅브레이크 타보니", 매일경제, 2022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