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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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rling.

동사형인 swirl은 '빙빙 돌다' 또는 '빙빙 돌게 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스월링이란 뭔가를 빙빙 돌린다는 뜻.

주로 와인을 마실 때 많이 쓰이는 용어다. 와인 바와 같은 곳을 가 보면 사람들이 와인잔을 빙빙 돌려서 안에 담긴 와인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광경이 낯선 사람들은 '저 사람들은 뭔데 저렇게 요란을 떨어?' 하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주요한 목적은 첫째, 와인과 공기가 충분히 섞이게 해서 산화작용을 촉진시켜 와인에 잠재된 향미를 빨리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와인은 뚜껑을 열고 공기와 만나면 산화 작용이 일어나면서 와인의 조성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와인의 향과 맛에도 서서히 변화를 일으킨다. 고급 와인 중에는 처음에는 꼬릿하고 그닥 아름답지 않은 향미[1]가 나는 것들이 있고, 초반에는 탄닌 때문에 떫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있는데, 이러한 향미를 내는 성분들이 산화 작용을 통해 사라지거나 변화하면서 좋은 향미로 변화해 나간다. 이러한 발전 과정은 정점이 있는데, 정점을 지나면 하강곡선을 그리며, 갈 데까지 가면 식초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고급 와인 중에는 이러한 정점을 맞기까지 반나절, 한나절이 걸리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이러한 과정을 좀 더 촉진시키기 위해서 스월링을 하면서 와인과 공기가 많이 섞이도록 하는 것. 이렇게 와인과 공기가 잘 섞이면서 산화작용을 촉진하는 것을 에어링(airling)이라고 하는데, 디캔팅도 비슷한 이유에서 한다. 심지어는 디캔터에 와인을 따라낸 다음 스월링을 해서 에어링을 하기도 한다.

또한 와인잔의 벽에 와인을 충분히 묻혀줌으로써 잔 안에 향이 가득차도록 해서 와인의 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것도 스월링의 효과 중 하나다.

와인만 스월링을 하라는 법은 없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효과 중 한 가지라도 얻을 수 있는 술이나 음료라면 뭐든 스월링을 할 수 있다. 다만 잔의 구조가 스월링을 하더라도 넘치지 않는 구조여야 한다. 와인잔은 액이 들어가는 공간, 즉 보울(bowl)의 크기가 큰 편이고, 입구는 좁고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와 있는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구조가 스월링을 했을 때 와인이 바깥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다.

이것도 나름대로 기술이 필요해서, 초보자들은 소용돌이가 잘 안 일어나거나, 심지어는 와인이 바깥으로 튀어서 옷에 묻거나 하는 수도 있다. 너무 세게 하면 와인잔의 기둥이 부러져버리는 사고도 날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자. 초보자들은 와인잔을 바닥에 댄 상태에서 한쪽 방향으로 천천히 원을 그려가면서 스월링을 한다. 숙련되면 와인잔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도 스월링을 할 수 있다.

커피에도 쓰이는 용어다. 드립 커피를 내릴 때, 드리퍼를 들어 와인잔처럼 살살 몇 번 흔들어주는 기법을 뜻하는 용어다. 커피에 물을 떠르다 보면 가운데가 움푹 패이거나 해서 커피가 고르게 놓이지 않을 때가 많은데, 스월링을 통해서 이를 고르게 정리해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스월링 과정에서 미분이 아래로 가라앉기 쉬우므로 물이 빠지나갈 구멍을 막아 물이 잘 안빠지는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스월링을 할 거라면 가볍게, 최소한의 회전수를 주는 게 좋다. 숟가락으로 드리퍼 위에 남아 있는 물의 표면을 살살 저어주는 교반도 목적은 비슷하다.

각주

  1. 가죽 냄새, 동물의 털, 젖은 신문지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