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부도스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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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Default Swap. 줄여서 CDS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대출부도가 났을 때 그 위험을 다른 곳에 떠넘기는 일종의 위험 헤지 파생상품. 부채스와프와 비슷한 용어처럼 보이지만 개념은 전혀 다르다. 부채스와프는 대출 거래를 한 사람들끼리 '쇼부'를 치는 거고, CDS는 금융상품의 일종이다. 쉽게 말해 '쟤가 연체헤서 신용불량자가 된다' 혹은 '저 회사가 망한다'에 돈을 거는 꼴이다.

예를 들어, A 은행이 B 기업에 100억을 연 3.5% 금리에 3년 만기로 대출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혹시 B 기업이 부도가 나서 대출해 준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A 은행은 100억을 날리게 된다. 이게 걱정되는 A 은행은 C 보험사와 CDS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C 보험사는 A 은행이 발행한 100억 규모의 CDS를 매입한다.
  2. A 은행은 대출 만기 때까지 C 보험사에 연 1억의 프리미엄을 지급한다. (100억과 비교하면 연 1%에 해당한다)
  3. 만약 신용사건, B 기업의 부도나 도산, 채무불이행과 같은 사태로 A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C 보험사는 A 은행에 100억을 지급한다.

만약 신용사건이 발행하지 않았다면? 즉, B 기업이 A 은행에게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갚았다면? A 은행은 C 보험사에게 연 1억, 3년 동안 3억을 지급해야 한다. 즉 C 보험사는 3억의 수익을 보고, A 은행은 B 기업이 연 3.5% 금리로 3년 동안 낸 이자인 10억 5천만 원 중에 3억을 C보험사에게 프리미엄으로 지급하고 남은 7억 5천만 원이 대출 수익이 된다. 즉, 이 경우에는 C 보험사가 이득을 보게 된다. 물론 B 기업이 부도를 내서 대출을 갚지 못하면 C 보험사가 대신 100억을 A 은행에 줘야 한다.

이 프리미엄은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위의 경우에 B 기업에 신용사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면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이는 위험도가 높은 가입자는 더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과 비슷해서, 신용부도스와프의 프리미엄이 올라가는 것을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 위험이 증가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갱신형 보험이네? CDS가 변동 프리미엄으로 책정되어 있으면 CDS를 내다판 쪽, 즉 위의 사례라면 A 은행은 대상이 되는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 위험이 올라가면 프리미엄 부담이 점점 올라간다. 그러다가 부도가 터지면 100억을 받지만 안 터지고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으면 프리미엄만 잔뜩 물고 쪽박이 된다.[1]

만약 부도나 파산 같은 신용사건이 발생한다면? A 은행은 C 보험사에게 약속한 100억을 받을 수 있다. C 보험사는 망했어요. 즉, CDS는 대출 부도 위험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보험회사와 CDS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 때 파산 직전에 몰린 금융기관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도 TV 광고로 '080-500-4949'광팔구 오광에 싸구싸구 CM송을 지겹도록 틀어댔던 AIG생명이다.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만든 파생상품에 CDS를 붙여서 마치 신용등급이 우량한 것처럼 보이게 했는데, 모기지 대출연체가 급증하면서 파생상품이 같이 망가지고 AIG생명이 지급해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손실이 무려 1천억 달러에 이르렀다. 결국 AIG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파산은 면했다.[2] 당연히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으로, 구제금융의 대가로 구조조정이 세게 들어왔고,[3] 이 과정에서 아시아 쪽 생명보험 사업이 분리되면서 AIA로 이름이 바뀌었다. AIA 본사는 홍콩에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AIA로 장사하고 있다. 즉, 지금의 AIA는 미국의 AIG와는 관련이 없는 별개 회사다. 반명 AIG도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케이블 TV를 통해 열심히 보험을 팔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AIG 손해보험'이다.

그나마 위험 회피를 위한 보험용으로 쓰이면 다행인데, 문제는 이게 투기 상품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보면 CDS를 발행한 곳은 실제 대출을 발생시킨 A 은행이다. 그런데 이 대출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D 헤지펀드가 나타나면 문제가 달라진다. D 헤지펀드가 보기에 B 기업은 지금 괜찮아 보이지만 앞으로 1~2년 안에 부도를 낼 위험이 상당히 높다. 그러면 보험사나 투자회사를 찾아가서 CDS 체결을 하자고 한다. 한편 E 투자회사는 B 기업이 약간의 위험 요인은 있지만 부도 위험성은 별로 없다고 믿는다. 결국 D 헤지펀드와 E 투자회사 사이에 CDS 계약이 체결된다. B 기업의 신용사건 발생 여부에 따라서 누가 돈을 버는지 그리고 누가 망하는지 결정된다. 그야말로 B 기업이 망할 거냐 안 망할 거냐를 놓고 D와 E가 도박을 하는 것이다. 실제 CDS 계약 규모가 100억이라면 D 헤지펀드는 프리미엄으로 낼 돈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간 크게 베팅을 할 수 있는데, 만약 B 기업이 부도가 안 나면 D 헤지펀드는 프리미엄만 날려먹는 거고, 부도가 나면 E 투자회사는 망할 수도 있다. 또는 아직 부도가 안 난 상태라고 해도 부도의 위험이 크게 높아지면 CDS로 계약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게 올라가므로 CDS의 가치가 올라가서 비싼 값에 매각할 수도 있다. 보통 CDS는 여러 거의 채권 파생상품짬뽕시켜서 만든 파생상품에다가 베팅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이 파생상품을 구성하고 있는 채권들의 연체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에도 역시 CDS의 가치가 치솟게 된다.

영화 <빅쇼트>에서 주인공들이 떼돈을 번 방법이 바로 CDS다. 즉 주택담보채권 시장이 머지 않아 개박살 날 것을 예상하고 이에 관련된 파생상품, 주로 CDO를 대상으로 한 거액의 CDS를 체결해서 대박을 낸 것. 위의 예로 따지면 주인공들은 D 헤지펀드에 해당하는 것이고, 쫄딱 망한 리먼브라더스나 베어스턴스 같은 데는 E 투자회사 꼴이 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AIG 역시 신나게 CDS 팔았다가 쫄딱 망해서 구제금융으로 겨우 파산을 모면했다.

각주

  1. 은행도 변동 금리로 대출을 해 줬다면 부도 위험이 올라가는 만큼 금리를 올림으로써 CDS 변동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벌충할 수 있을 것이다.
  2. "AIG, 작년 손실 1000억弗", 매일경제, 2009년 2월 24일.
  3. "‘진퇴양난’ AIG, 구조조정 착수", 경향신문, 2009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