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부사채
영어로는 bond with warrant라고 쓰고 줄여서 BW라고 많이 쓴다.
회사채의 일종으로, 채권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신주, 즉 새로 발행되는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채권이다. 영어 용어인 bond with warrant에서 bond는 '채권'을, warrant(워런트)는 주식 매수권을 뜻한다. 전환사채나 교환사채와는 달리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 또는 전환해서 그만큼 채권 액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옵션으로 붙여주는 것이다. 즉, 따로 주식을 돈 주고 사야 하고, 주식을 샀다고 해서 채권 액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사전에 주식 인수 가격이나 양이 정해져 있으므로 BW를 발행한 후 주가가 오르더라도 BW 소유자는 처음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반면 주가가 떨어졌을 경우에는 그에 따라 매수가를 재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refixing)이루어진다. 단 통상은 처음에 설정된 가격의 70% 이하로는 리픽싱을 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걸어 둔다.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서 채권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므로 증자에 해당된다. 워런트가 붙어 있기 때문에 금리는 보통 회사채보다는 낮게 설정하며 아예 이자가 0.0%인 경우도 있다.
재벌의 편법 증여 상속 수단으로 전환사채와 함께 자주 악용되는 수법이다. 예를 들어 재벌 회장님의 지분이 많은 재벌 계열사가 BW나 전환사채를 기존 주주들에게만 발행한다. 지분이 별로 없는 아들이 이걸 사들이면서, 병풍으로 역시 주주 관계에 있는 재벌 임원들과 계열사도 이들 채권을 매입한다. 이때 주식 매입 가격은 실제 시장 가치에 비해서 엄청 헐값으로 정해놓고, 채권자가 인수할 수 있는 전체 주식의 양을 정해 놓은 다음 우선순위를 가진 채권자가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 그 다음 순위의 채권자한테 권리가 넘어가도록 한다. 재벌 아드님의 지분은 쥐꼬리만한지라 순위가 엄청 뒤다. 하지만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앞에 있던 주주, 즉 같은 재벌 계열사와 임원들이 줄줄이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1] 재벌 아드님이 헐값으로 주식을 왕창 살 수 있는 권리가 넘어간다. 이런 식으로 재벌 아드님의 회사 지분을 확 늘릴 수 있는 것이다.
BW는 분리형과 비분리형으로 나뉘는데, 분리형은 사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분리해서 팔 수 있는 것이고 비분리형은 두 개가 붙어 있는 것이다. BW를 통한 편법 상속 및 증여와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에서는 2013년에 분리형 BW 신규발행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그거 말고도 편법 상속 방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 별 약발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만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많다 보니 2015년에 다시 분리형 공모 BW 발행을 허용했다. 단, 편법 상속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분리형 사모 BW는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각주
- ↑ 엄연히 권리는 더 앞에 있으므로 권리 행사를 포기 안 하고 주식을 사겠다면 법적으로는 막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그 정도 자리에 가기까지 엄청난 충성을 해 왔을 것이고, 계속 말 잘 들으면 계속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데 눈밖에 날 짓을 할 임원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