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밥, 고기, 회를 비롯한 먹을거리를 잎채소나 해조류로 싸서 먹는 음식.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먹던 음식으로, 한국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것 중에 하나다. 우리나라만큼이나 쌈을 좋아하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방식은 한 손에 잎채소를 올려놓고, 그 위에 밥을 조금 올려놓고, 고기를 올리고, 된장과 고추장을 섞은 쌈장을 올린 다음 잘 싸서 먹는 방식이다. 물론 고기 없이 밥만으로 먹기도 하고, 밥 없이 고기나 회만 올려놓고 먹기도 한다. 회를 싸먹을 때에는 밥을 넣지 않는 게 보통이다. 추가로 마늘이나 풋고추를 얇게 썰어서 넣어 먹기도 하고, 쌈장 대신 고추장이나 된장, 강된장을 넣어서 먹는다. 생채소가 아닌 찌거나 삶은 채소에 싸먹을 때에는 고추장이 잘 어울리며 특히 호박잎은 고추장에 싸 먹는 것을 정석으로 여긴다.
옛부터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었는데, 처음에는 주로 양반집들이 많이 먹었지만 입을 쩍쩍 벌리고 쌈을 싸먹는 게 천박하다고 여겼는지 작게 싸 먹는 게 보통이었고, 양반집과는 점점 멀어져서 서민들의 음식으로 자리 잡아 갔다.
쌈에 쓰이는 채소로는 뭐니뭐니해도 상추가 원톱. 그 다음으로는 깻잎이 인기가 있지만 워낙 향이나 맛이 강한지라 호불호가 있는 반면, 상추는 약간 단맛이 있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담백한 편이므로 웬만한 먹을거리와는 잘 어울린다. 그밖에도 배추, 호박잎, 곰취와 같이 예전부터 많이 먹던 것들은 물론이고 양상추, 겨자잎, 청경채, 적근대, 치커리 같이 현대에 들어서 국내로 수입된 채소들도 있다. 잎이 너무 작아서 단독으로 쌈을 싸먹기는 불가능하지만 쌈에 조연으로 자주 들어가는 쑥갓 같은 채소도 있다. 20여 가지 쌈채소를 제공하는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웹사이트에 가 보면 이들 채소들의 특징을 설명해 주고 있다. 해조류로는 미역과 다시마가 많이 애용된다. 마른김도 밥을 싸먹기 때문에 쌈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1] 잎채소는 대체로 날것을 잘 씻어서 먹지만 양배추와 호박잎처럼 그냥 먹기에 억센 것들은 한번 쪄서 먹는다.
곁들이는 먹을거리로는 고기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쌈으로 더 좋아하는 편이다. 아예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 배추나 상추로 구성되어 싸먹을 수 있는 보쌈이 인기가 많다.[2] 회도 쌈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편인데, 특히 저렴하거나 양이 푸짐한 횟집에서 쌈을 싸먹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간장에 찍어 먹을 때에는 한 점씩 집어먹던 사람들이 쌈으로는 몇 점씩 놓고 쌈장 또는 막장에 마늘과 풋고추까지 올려서 한꺼번에 싸먹는다. 한국과 일본의 회 문화 사이의 결정적 차이가 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메기도 함께 나오는 마른김이나 미역에 싸서 먹는다.
밥과 고기, 쌈장, 그리고 쌈채소를 제공하는 것을 쌈밥이라고 하는데, 아시아나항공에서는 기내식으로 쌈밥을 제공한다. 비빔밥과 함께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기내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만 쌈은 손에 잎을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비좁은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은근 불편한 점이 있다. 한국 출발편에 쌈밥을 제공하고 한국 도착편에는 비빔밥을 제공하는 게 보통이다. 아무래도 신선한 쌈채소를 구하는 문제가 있다 보니 외국 출발편에서 제공하긴 힘들 듯.
한식의 세계화 바람을 타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도 쌈을 파는 한식당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리 주방에서 작은 크기로 쌈을 만들어서 내는 편이다. 서구권 사람들에게는 손바닥에 쌈을 올려놓고 재료를 얹어서 싸먹는 게 좀 낯선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도 손으로 집어먹는 핑거 푸드가 있지만 이건 손끝만을 사용하는 반면 쌈은 손바닥 전체를 사용하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외국에서 한국식 쌈을 해먹고 싶다면 한국식 고깃집을 찾는 편이 좋다.
경기라든지, 논쟁 같은 곳에서 압도적으로 상대방을 이기는 것을 두고 '쌈싸먹는다'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쌈을 먹을 때 잎채소에 고기를 올리고 잘 감싸서 먹어치우는데, 상대방을 옴짝달싹 못하게 몰아붙이고 해치워버리는 것에 빗댄 표현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