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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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lager.

라거 맥주의 한 종류. 이름처럼 미국, 그리고 캐나다에서 발전했고, 이게 일본으로 들어와서 맥주의 주류가 되고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인들이 한국에 맥주 공장을 세우면서 한국 맥주의 주류로 정착되기까지 했다.

미국캐나다로 넘어간 독일 이민자들은 처음에는 본토와 비슷한 제조 방법으로 맥주를 만들었는데 영 맛이 안 났다. 가장 큰 이유는 유럽보리미국보리가 달랐기 때문. 유럽에서는 맥주를 만들 때 이른바 '맥주보리'라고 하는 두줄보리를 사용하는데, 미국의 환경에 맞는 보리는 여섯줄보리였다.[1] 여섯줄보리는 두줄보리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고[2] 전분 함량이 낮아서[3] 유럽처럼 맥주를 만들면 맛이 꽝이 되었다. 결국 방법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미국에 풍부한 옥수수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었고, 아메리칸 라거의 스타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아메리칸 라거는 비슷한 사정을 가진 국가들로 퍼졌다. 두줄보리가 나는 나라라고 해도 옥수수 같이 그 지역에서 산출량이 많은 잡곡을 넣으면 제조원가가 낮아진다는 이점도 있다.

이러한 아메리칸 라거는 맥아가 주는 특유의 날카로운 향미는 적고, 옥수수와 쌀이 주는 구수한 느낌이 좀 더 부각된다. 이런 맛에 길들여지면 맥아만을 사용한 올 몰트 비어는 너무 맛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빛깔 역시 맥아만을 사용한 필스너와 같은 라거나 띠는 황금색에 가까운 색깔보다는 좀더 창백한 색깔을 가진다. 흔히 유럽은 맥주순수령 때문에 잡곡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맥주순수령은 어디까지나 독일 얘기고, 오히려 아메라칸 라거가 유럽 맥주에 영향을 주기도 해서 유명한 유럽 맥주 중에도 옥수수를 쓰는 것들이 있다. 당장에 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맥주 중 하나인 스텔라 아르투아도 옥수수를 쓴다.[4]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거인 페로니 나스트로 아주로와 비라 모레티 역시 옥수수가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맥주들도 대체로 아메리칸 라거 스타일이다. 더 정확히는 아메리칸 라거가 일본으로 들어가서 일본화되고,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언저리에 일본인들이 조선에 맥주 공장을 세우고 일본식 라거를 만들면서 한국으로 옮겨와서 한국 맥주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는 맥아만 사용한 프리미엄 맥주도 어느 정도 시장을 이루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이쪽 스타일만 죽 시장을 독점하다보니 2000년대 들어 수입 맥주가 밀려들고 대중화되면서 '한국 맥주는 맛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각주

  1. 두줄보리는 이삭의 양편에 낟알이 한 줄씩 총 두 줄 달려 있는 반면 여섯줄보리는 이삭 양편에 낟알에 세 줄씩, 총 여섯 줄 달려 있다.
  2. 단백질은 양조업자의 관점에서 보면 영 도움이 안 되는 불순물이다. 일본니혼슈는 고급 술로 갈수록 도정을 세게 하는 방식으로 쌀 바깥쪽에 많은 단백질을 깎아낸다. 다만 역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밀맥주는 밀이 단백질이 많다 보니 술이 뿌얘지는 문제가 있고, 오히려 그 뿌연 모습이 밀맥주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3. 에탄올을 효모가 당분을 무산소 호흡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맥주전분당화효소로 당분으로 바꾼 다음 이를 효모 발효시킨다. 따라서 전분 함량이 낮으면 알코올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4. 다만 이는 생산지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