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내위키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이 직접 절차를 거쳐서 상장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실질적인 상장을 하는 것.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이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와 같은 제도권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려면[1]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시장의 심사를 거쳐서 통과하면 기업공개를 해서 공모 형식으로 상장하는 게 보통이다. 이러한 절차로 상장하려면 요건도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물론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 기업공개로 대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상장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일단 상장을 목적으로 한다면 다른 방법이 존재한다.

우회상장을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기존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것이다. 즉 비상장기업 A가 상장기업 B를 인수해서 합병회사를 A로 하면 실질적으로는 A가 상장한 결과가 된다. 대체로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부담이 적고, 경영이 부실한 상태에 있어서 인수 조건이 좋은 상장기업이 그 대상이 된다. 우회상장이 직접상장보다는 요건이나 절차가 덜 까다롭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기업이나 우회상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법률과 제도의 규제 대상이다. 규제가 없으면 부실 상장기업을 인수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먹튀하려는 사기꾼이나 작전세력들이 설쳐댈 것이고,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시장의 신뢰도가 뚝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꼭 우회상장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인수 합병, 경영권 변동과 같은 회사의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이 회사가 계속 상장해서 주식이 거래되는 게 맞는지 심사를 받게 되어 있다.

아예 다른 회사를 우회상장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상장하는 기업도 있다. 이를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줄여서 스팩(SPAC)이라고 하며, 먼저 스팩회사가 상장한 다음 상장 요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향후 성장성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회사에 인수 합병됨으로써 해당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이다. 스팩회사는 주로 증권사에서 페이퍼 컴퍼니로 설립하며, 이렇게 상장하는 것을 스팩상장이라고 한다.

우회상장에 대한 시각은 그닥 좋지 못하다. 직접상장은 요건과 절차가 까다롭지만 그만큼 직접상장을 했다는 것은 회사가 그러한 기준을 충족했다는 뜻이며, 반면 우회상장은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가 '편법'으로 상장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회상장은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으며, 법률과 제도의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우회상장을 했다면 그것만으로 편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업공개를 통해 직접 상장을 하면 공모를 통해 대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데 우회상장을 했다는 것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가, 하는 의심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각주

  1. 이러한 제도권 시장이 아니더라도 주식 거래는 가능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시장도 있고, 장외시장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다만 거래 제도가 복잡하고 불편하다 보니 거래가 많지 않고, 투자자 보호 장치라든가 공시의무와 같은 규제들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시장 투명성도 많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