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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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class syndrome.

공식 의학 용어로는 심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 또는 심부정맥 혈전증, 심부정맥 색전증과 같은 용어를 쓰고 있는데,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발견되면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1977년 "비행후 폐혈전색전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용어가 처음 쓰였다고 한다. 심정맥(深靜脈)이란 심장(心)에 있는 정맥이 아니라 몸속 깊숙한(深)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정맥을 뜻한다. 이 정맥에 피가 뭉쳐서 혈전이 생겨서 혈관을 막음으로써 증상이 나타난다.

종아리 쪽의 심정맥은 종아리 근육에 있다. 누워 있을 때에는 심장과 다리의 높이가 비슷하므로 심장 펌프로 다리까지 혈액을 보내는 게 큰 문제가 없지만 서 있을 때에는 심장과 다리의 높이 차이가 커진다. 심장에서 다리로 가는 혈액은 아래로 내려가는 거니까 그나마 괜찮지만 다리에서 심장 쪽으로 돌아가는 혈류, 즉 정맥의 혈류는 중력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심장의 힘만으로는 멀리 떨어진 종아리 심정맥의 충분한 혈액순환이 어렵기 때문에 종아리 근육의 도움을 받는다. 근육이 수축하면 정맥이 눌리고 이 힘으로 피가 심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이를 근육 펌프라고 하는데,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앉아 있다 보면 정맥이 눌리는 데다가 종아리 근육의 움직임도 줄어들기 때문에 정맥의 혈액 흐름이 줄어들어서 평소보다 혈전이 생기기 쉽게 된다. 만약 이 혈전이 혈관을 막을 정도로 커지게 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비행기 바깥의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그런데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는 말은 사실 부정확하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좁고 등받이도 별로 안 넘어가는 이코노미 클래스가 편안한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발병 확률이 높을 것 같지만, 2012년 미국흉부학회가 빌표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정맥 혈전증은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도 비슷한 확률로 발생한다고 한다.[1] 영국 상원 보고서에서는 "여행자 혈전증”이라고 부르도록 권고하고 있다.[2] 좌석이 좁든 넓든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위험성이 커진다. 비즈니스 클래스라고 너무 안심하지 말고 풀 플랫이면 확실하게 180도로 젖힌 다음 누워서 자거나 풀 플랫이 아니면 다리를 자주 움직여 주자. 가끔씩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복도를 돌아다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비행기의 고도나 압력도 근육 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비행기 안은 습도도 20% 정도로 매우 낮으며 산소 양도 지상의 80% 수준이므로 피의 점성이 높아지기 쉽다는 것. 그러나 이후 연구에 따르면 별다른 관계는 없다고 한다. 중요한 원인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같은 자세로 오래 있을 때다.

비행기 여행만이 아니라 자동차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서 운전이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쿠마모토 지진이 일어난 후,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에 따른 사망자가 나오면서 일본 안에서 이 병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차 안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차 안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이 증상이 나타나서 사망자까지 나온 것. 일본 정부 당국과 방송사에서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의 위험성과 예방 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당연히 장시간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아무리 일에 열중해 있어도 가끔씩 일어나서 화장실이라도 다녀오고 스트레칭도 하는 게 여러 모로 좋다.

오랜 시간 누워 있는 입원 환자들 역시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압박 스타킹을 신거나 공기 펌프로 종아리를 조였다 풀어주었다 하는 장치를 착용하도록 한다. 아무튼 이코노미 클래스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종아리 근육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하체가 같은 자세로 계속 있는 경우에는 혈전이 생길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자.

현실은 시궁창

좌석을 최대한 촘촘하게 때려박는 저가항공사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들어서 미국이나 유럽의 풀 서비스 항공사들이 좌석 간 앞뒤 간격을 줄여서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더 많이 때려박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때문에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항공사들로서는 수익성으로는 퍼스트 클래스비즈니스 클래스의 수익성이 훨씬 낫기 때문에 '이래도 탈거면 타고 싫으면 비즈니스 타' 하는 배짱 장사로 이코노미 클래스는 점점 찬밥이 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인데, 최근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까지 등장하다 보니 한 항공기에 3 클래스 혹은 4 클래스까지도 들어가는지라 이코노미에 좌석을 더욱 욱여넣다시피 하고 있어서 건강까지 위협할 판이다.

예를 들어 아메리칸항공은 새로 주문하는 737 MAX의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간격을 29인치로 2 인치나 줄이기로 했다. 항공사 쪽 말로는 "좌석 디자인의 효율적 설계로 승객들은 거의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항공사에서 이런 말 할 직위라면 최소 비즈니스 클래스 타고 다닌다. 이것들부터 먼저 태워서 20시간쯤 돌려야 한다.[3][4] 유럽 항공사들은 이미 30인치 안팎으로 좌석간 간격을 좁혔다. 한국 항공사들의 좌석 간격이 33인치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 좁다. 평균 덩치는 미국인들이 더 클 텐데 한국보다 4인치나 간격이 좁으면 대체 어떻게 몸뚱아리를 욱여넣으라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즈니스 클래스라고 해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몸을, 특히 다리를 자주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다만 이코노미 클래스의 비좁은 좌석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예방하려면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생길 수 있는 병이므로 일단은 자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 난기류가 없고 안전한 상태라면 가끔 일어나서 복도를 돌아다닌다. 창가쪽 좌석인 데다가 옆좌석 사람들이 자고 있어서 복도로 나가기가 뭐하다면 한 대 쥐어 박아서 깨운다. 제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나든가 다리와 발을 자주 움직여서 종아리 근육의 펌프 기능을 유지시켜 준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든가, 앉은 상태로 종아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면 그 전에 다리를 좀 움직여 주도록 하자.
  • 남에게 폐를 안끼치는 한에서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자.
  • 아스피린은 혈전 용해에 도움이 된다.
  • 의료용 압박 스타킹도 종아리 부분을 전반적으로 압박해서 혈액순환을 돕는다. 일반 스타킹이 아니라 의료용 압박 스타킹이어야 효과가 있다.[1]
  • 하지만 꽉 끼는 옷은 좋지 않다. 편안하고 품이 좀 넉넉한 옷을 입자.

각주

  1. 1.0 1.1 "의학전문기자 홍혜걸이 말하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비온뒤>, 2015년 9월 4일.
  2. "심부 정맥 혈전증 (DVT)", Cathay Pacific.
  3. "세계 최대 아메리칸항공,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 바짝 줄인다", <SBS>, 2017년 5월 4일.
  4. 요즈음은 좌석 등받이의 소재를 바꿔 좀 더 얇게 만들어서 추가 공간을 만드는 추세다.